버스를 타고 열무냉면을 먹으러 가는 길에 노숙인이 버스에 탔다. 그가 노숙인라는걸 알아채는건 시각보다 후각이 먼저였다. 
그가 가까히 다가 올 수록 비에 젖은 쓰레기통 근처에서 나는 냄새가 짙어졌다. 냄새를 맡고 고개를 든 내 눈에 보인건 그의 셔츠 주머니에 터질 듯이 가득 차 있는 명함크기의 종이 뭉치였다. 회색과 검은 색의 셔츠, 후드, 자켓을 껴 입은 그는 옷에 있는 모든 주머니마다 터질 듯이 뭔가를 넣고 있었다. 얼마나 많았는지 그와 나란히 앉은 나는 내 다리의 한쪽 부분을 그의 짐에게 내 주어야 할 정도로 많았다. 왜소한 그의 몸을 두 배는 더 커 보이게 할 정도로 많은 짐이었다. 

노숙인들이 얼마나 많은 짐을 가지고 다니는지 직접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나는 서울역 근처에서 일하던 시절, 몇몇의 노숙인들이 커다란 보자기를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난 항상 떠돌이들을 경애한다. 떠돌아 다니는게 일상이 된 이들. 새로운 말, 새로운 빵집,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을 일상처럼 해내는 이들. 그 새로움이 새로움인지도 모르는 채로 무뎌졌을 지라도 떠돌이를 떠돌이로 만드는 것은 그들이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지 알고 있다. 떠돌이에게 신발은 하나면 되고, 티셔츠도 하나 혹은 둘이면 충분할 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다니는 것들은 무엇일까. 그 안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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