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단어 국어사전에서는 명사로 분류되지만 품사에 관계없이 그 단어 자체로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사랑을 하고 있을 때, 사랑이 막 떠나갔을 때, 그리고 다른 사랑을 만났을 때. 이 모든 과정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는 바로 사랑이다.

누군가가 말 했듯이, 사랑은 참 쓰이는 데가 많은 단어다. 누구나 술 한잔씩 걸치거나 친구를 만나면 앞으로 올 사랑 이야기, 지금 하고 있는 사랑 이야기, 떠나간 사랑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하지만 한국의 발라드는 주로 마지마, 이별 관한 노래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랑이 떠나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듯한 노래를 듣고 싶어하며 발라드가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슬픔에 빠졌을 때, 인간은 더욱 감상적이 된다.
하지만 나는 사랑의 전 과정이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끝이 있기 전에 시작이 있기 마련이고, 그리고 그 끝과 시작이 맡물려서 빙빙 도는 것이 세상 사는 순리가 아닐까? 아님말고...때문에 이 세 개의 과정을 각각 표현한 노래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랑에 빠지다


 


이상은 – 비밀의 화원 (시크릿 가든)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질 거야 그대가 지켜보니
힘을 내야지 행복해져야지 뒤뜰에 핀 꽃들처럼
점심을 함께 먹어야지 새로 연 그 가게에서
새 샴푸를 사러 가야지
아침 하늘빛에 민트향이면 어떨까

 

사랑에 막 빠진 소녀의 모습이 그려지는 노래다.

사랑에 빠지고서부터 이어지는 하루는 어제와 같은 하루가 아니다. 습관적으로 세는 만난 지 몇 일 째의 원래 의미는 내가 바뀌기 시작한 날로부터의 거리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 고마운 마음, 작은 것들도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평범한 일상에 핑크색 세로판지를 덧댄 것처럼 달라 보이는 마음. 이것이 바로 사랑에 빠졌다의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사랑이 떠나다

 




김광석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 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에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날들도 묻어 버린

못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랑이 떠난 순간 사람은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외로워진다.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다가 옛 생각이 나면, 못난 내가 바보 같아 나를 떠나간 그 사람이 미워진다. 그래서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지. 너무 아팠으니까 이건 사랑이 아니었을 거야. 라고 계속 되새겨 보지만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가 알고 있다. 이건 정말로 사랑이었다는 것을.

가사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곡이지만 멜로디가 정말 예술이다.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했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김광석의 '착한 슬픔'이 느껴지는 원곡이 정말 좋다. 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가지 않은 발라드를 찾아보기 힘든 이 시대에 절대 없어져서는 안 되는 보석같은 노래.

 

그리고 다시, 사랑

 




하림 사랑이 다른 사람으로 잊혀지네

 

언젠가 마주 칠 거란 생각은 했어
한 눈에 그냥 알아 보았어
변한 것 같아도 변한 게 없는 너
가끔 서운하니
예전 그 마음 사라졌다는 게
예전 뜨겁던 약속 버린 게 무색해 진데도
자연스런 일이야
그만 미안해 하자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 사람 생기더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 보여
후회는 없는걸
그 웃음을 믿어봐
믿으며 흘러가
네가 알던 나는
이젠 나도 몰라 

 

사랑이 떠나간 후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상처에 새살이 돋는다.

이것이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만난 옛 연인에게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서로의 감정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불필요한 감정일 뿐이다. 그래서 노래는 말 한다.

다 지난 일이니 잊어 버리자고, 그만 미안해 하자고, 그리고 서로 그냥 이렇게 흘러 가자고. 왜냐하면 당신이 알던 나는 지금 나도 모를 정도로 지금과 다르기에.

마지막 한 문장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도는 노래. 사실 이 노래는 내가 헤어진 남자친구를 계속 해서 쫒아다닐 때, 맘 여리고 착한 그 사람이 나한에 들려준 노래다. 이런 노래 가사가 있지 않는냐. 그냥 나도 놓아 버리렴.

지금 생각 해 보면, 그 사람이 참 머리를 잘 쓴 것 같다. 사실 나도 내 고집의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대책없는 애였는데, 이 노래를 들은 뒤로는 그 사람한테 연락하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지금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고, 나는 그때 내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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