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는 나까지 총 12명의 정직원이 있다.  

팀 안에는 모듈이라는, 하는 일에 따라나뉜 3 개의 모듈이 있다. 

나는 우리 모듈 안에 있는 분들과는 많이 얘기를 하지만 솔직히 다른 모듈과는 그렇게 많은 얘기를 할 일이 없었다. 


특히 사무실 근무가 많은 나는, 외근을 나가는 분들과는 하루에도 거의 마주칠 일이 많이 었었다. 

지난 금요일 점심 약속이 늦어져서 다들 점심을 드시러 간 후에도 사무실에 남아 있던 나에게 아주 오랜만에 얼굴을 본, 우리 팀에서도 가장 외근이 많은 옆 모듈 모듈장님이 말을 거셨다. 


'동미야, 밥은 안 먹니?'

'네 약속이 조금 늦어져서 연락 기다리고 있어요'


'동미야 요새 회사 생활 할 만 하니?'

아, 갑자기

'네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어색하게, 멋적게


'힘들거나 그런거는 없고?'

그렇게 물어보신다면야 당연히

'네 이제 많이 적응했어요'


'지금 하는 일은 잘 맞는거 같니?'

아, 세번째다..도저히 더 이상 방송용 멘트를 할 수 없었다. 이미 그 분은 내가 당신을 의식하고 있다는걸 알아챘으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왔어도 할 수 있는 그런 일입니다.'


'그래, 그런데 회사 일이 다 그렇다.'

'저는 특히, 지난번에 병가내고 한참 쉰 다음에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제가 없는 동안 물론 다른 분들께서 많이 힘들어 하셨겠지만, 큰 사고 없이 무사히 굴러갔으니까요.'

지난 달에는 내 양 눈을 덮친 각막염 때문에 영업일수로 8일, 거진 2주일을 회사를 쉬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 하는거고, 그게 회사야'

'네..저도 그게 싫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제가 체계적인 조직을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그래도...우리 팀 전체로 보면 좋은 현상인데, 반면에 저 개인으로 보았을 때는 좋기만 한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일이라면 굳지 나여야 할 이유가 있는 걸까, 그럼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 걸까. 그래서 저는 요즘 제가 이 일을 했을때 남보다 더 잘 하는 한가지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더 잘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니가 그 일을 할 때에 한가지 남다른 점만 있으면 된다.'

잘 하는걸 가지는게 아니라 남다른 점을 가지라고?

'너는 회사가 너를 어떻게 평가한다고 생각하니? 1년차 신입사원한테 평가가 없다는 건 그냥 표면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평가는 계속해서 하고 있어. 사람들은 정량적인 평가가 더 중요한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적인 평가도 중요한거다.' 


지금 1년, 그리고 3년까지 회사생활이 그래서 정말 중요한거다. 그 기간동안에 너의 이미지를 전부 만드는 거거든. 


잘 하려고 하지 말고 남다른 점을 가지는 것. 

이 한 문장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나는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나는..나의 미래와 삶에 진심어린 조언을 받는 이런 순간들이 정말로..소중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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