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어제 입었던 옷 중에 상의(혹은 하의)만 바꿔 입고 버스에 올라탄다. 자고 일어나니 회사여서 회사로 가고 ID카드를 찍고 일을 하고 퇴근 하면서 운동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집에 돌아가서 휘둥그레 있다가 내일 할 일들과 취침 시간을 가늠한 뒤에 허둥지둥 잠이 든다.
이 일이 내 일인가 싶고, 이 삶이 내 삶인가 싶은 생각이 덥석덥석 들 때마다.
내가 사랑하는 책.
유성용의 [여행 생활자]에 소개된 시 한편이 생각난다.
음악
- 이성복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 본다
내가 살지도 살지 않아도 될 삶//
고독하다는 표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시와 함께 있던 사진은 비 오는 날 버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희뿌연 빛이었다.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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