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본 연애에 관한 한국 영화다. 
영화 볼 떄 무슨 목적의식을 가지지 않고 고르기 시작한 게 꽤 되었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아무 의미 없이 시간이 맞아서 선택했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나에게 뭔가 하나 줄 거라고 기대했다면
최근들어 변하고 있는 나의 연애관-사람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었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길.

영화는 두 남녀가 헤어지면서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에서 이 커플은 두 번 헤어진다. 
처음,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이별 -> 다시 시작 -> 이별
의 순서를 밟고 있는데, 이 두번째 화살표. 그러니까 다시 시작에서 이별로 가는 과정이 마치 처음을 보는 것 같다.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 헤어져서 그런 걸까. 
아니면 너무나 똑같은 이유로 서로 소원해져서 그러는 걸까. 

보다보면 시간 순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똑같은 이유로 갈등하고, 싸우고, 그러면서 서로를 생각한다. 
헤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만날 확률은 82%. 그 중에 그들이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날 확률은 3%.
중간에 나오는 이 아주 작은 확률은 주인공들의 미래를 암시하는 걸까. 
사실 관계에서 확률이라는게 무슨 의미일까. 
3%확률이더라도 그 중에 내가 들어가게 되면 나에게는 100%의 확률이 되는거니까. 

개인적으로 헤어지고 나서 남녀 주인공의 행동들이 일부 과장되기는 했지만 너무 공감갔다.
괜히 미워지고, 괴롭히고 싶어지고, 그냥 정말 아무 이유없이 밉고, 얼굴만 쳐다봐도, 이름만 들어도 움찔움찔 하게되고

헤어지고 나서 아무 이유없이 상대방에게 화가 나는건 왜 그러는 걸까
억울해서? 정말 화나서? 아님 화가 아닌 다름 감정표현을 할 수가 없어서?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짧은 연애 경험으로 내가 내린 결론은
'상대방이 나를 까맣게 잃어버리는게 싫어서'
결국 억울해서가 맞다. 내가 너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니 너도 나를 잃어버리지 말아라 라는 의사표현이 아닌가. 

참으로 우리들의 연애는 유치하고 어리숙하고 서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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