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의 과장님께 선물받은 두 번째 책. 

우연찮게 선물 받은 책이지만, 워낙 유명한 저자가 쓴 책이고, 제대로된 인문한 서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물론 책을 읽는 일이 녹록치는 않았지만, 마치 경험 많은 교수님의 강연을 듣는 것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제까지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무시무시한 두께만큼 방대한 자료로 읽는 내내 마치 내가 직접 조사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아래는 내가 저자의 시선을 바라본 세상에서 나를 놀라게 한 것들

1. 분쟁에 관하여
'관계' 중심인 전통 사회에서는(물론 모든 전통사회가 관계를 중시하지는 않지만, 소규모 사회는 관계를 중시하는게 보편적인 특성이라 가정할 때) A가 B와 갈등이 생겼을 때(이혼, 폭력, 살인 등) 이는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A와 관계를 맺고 있는 A', A'', A'''... 와 B, B', B'', B'''...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갈등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모든 세계가 갈등에 참여하고, 갈등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런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현대사회처럼 다시 안 볼 사람인 것처럼 관계를 정리하지 않는다. 
현대사회처럼 칼같이, 냉정하게, 깔끔하게, 마치 사건이 없던 상황으로 되돌아 가려는 듯이 관계를 다루는 것은 너무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관계를 살아있는 생물처럼 다루는 그들의 방식이 살면서 한 번쯤은 고려해 볼 만 하다. 

2. 육아에 관하여
아이들의 의지와 자율권을 인정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지만(물론 나도) 전통 사회에서는 아이들을 소어른으로 생각한다. 불 옆에서 칼을 가지고 노는 아이를 말리는 어른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 정도의 적극성과 창의성을 가지고 있는 점은 부러울 만 하다. 현대 사회처럼 다 만들어진 장난감을 가지고, 창의력 학원을 다니면서 배우는 처지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필요에 의해 자연발생되는 전통사회 아이들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가 지금 너무도 당연하게 건강하게 자라고 아프거나 다치지 않는 것도 어릴 때 부터 받아온 교육, 보호, 예방약 때문이다. 

구지 두 사회의 육아 방식를 구분하자면 현대 사회는 첨가(학원, 장남간, 예방접종 등)를 한다면, 전통사회는 창조(장난감, 아이들 사이의 관계 등)를 하는 듯 하다. 둘 중에 무엇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이 두 방식 중에 마음에 드는 것들을 조합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내가 엄마가 되면 이렇게 되기 힘들 거라는 것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다. 
남들이 좋다는건 왠지 우리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을 것 같거든

3. 안전에 대하여
60세 이상으로 사는 사람이 그렇게 적은 세상에서. 사고로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세상에서 살던 사람은
우리가 지금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경이로울까(운전, 비싼 돈을 주고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 익스트림 스포츠 등)
나도 어느샌가 '사고'에 대한 개념이 무뎌졌다. 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다칠 수 있는데, 다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그것을 방치하거나 무시해도 될까. 
하물며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도 다칠 수 있는 세상인데 말이다.

이상 나에게 감명을 준 것들...
책을 읽는 중에도 잠깐 멈춰서 생각하게 만드는 정말 좋은 책이다. 
좋은 책은 이렇게 읽는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 
게으름 뱅이인 내가 독후감을 쓰고 싶게 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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