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와 수수께끼

저자
랜디 코미사 지음
출판사
럭스미디어 | 2012-03-01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실리콘밸리의 철학자, 랜디 코미사가 전하는 아주 특별한 성공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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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와 수수께끼'라는, 인문서적에나 어울릴 법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경영서적 분야에 분류되어 있지만
이 책은 응당 인문서적으로 분류되어도 어울릴법하다. 

주인공은 물론 1인칭 시점의 저자이지만, 나는 장례사업을 준비하는 래리라는 스타트업 기업의 대표에게 더 정이 간다. 
자기 사업에 대한 비논리적인 신뢰와 자부심과 의지가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기업가들과 많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누구나 한번쯤은 좋은 아이디어(물론 자기 기준에서)를 가지고 사업화를 꿈꾸어 보지 않았는가.

마치 나에게 다독거리듯이 래리를 다독거리는 저자가 제시하는 개념들이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계절로 치면 겨울에 해당하는 고3 수험시절과 취업 준비 시절에는 
당면한 현실을 고민하는데에 앞서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는 일을 주로 했었다. 
일을 하듯 공부를 하고 자소서를 쓰고 도서관을 나오면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패닉의 달팽이를 들으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하루를 살고 있나 자문했다.
오늘 도서관에 있던 몇 백명의 사람들, 그리고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내가 원하는 길로 가는 방향은 맞는 걸까. 
그러면 내가 원하는 방향은 뭐지? 나는 뭘 위해서 오늘 하루를 이렇게 열심히 보내고 있지?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고, 

에이 이건 그냥 내가 공부하기 싫어서 하는 생각인가 봐..
하는 헛웃음을 지으며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하고 이불을 덮는 하루하루들.

'승려와 수수께끼'에서는 이렇게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목적지는 아니어도 방향을 잡는 법을 제시한다. 

책에 나온 얘기들 중에 
미뤄진 인생계획이라는 개념이 흥미로운데, 이는 다음을 뜻한다. 

1단계, 해야만 하는걸 해라
2단계, 하고 싶은걸 해라

....

의욕과 열정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열정이란, 어떤 것에 저항조차 할 수 없이 끌려드는 것인 반면, 의욕이란 책임감 내지 해야만 한다고 생각되는 일에 떠밀려 가는 걸 말한다. 

미뤄진 인생계획을 놓고 생각 해 보면, 1단계에서 발휘되는 건 의욕이다. 즉, 잠시 보류시킨 2단계야 말로 열정의 본거지인 것이다. 사람들은 2단계에 이르렀을 때 열정이 저절로 부활한 것으로 생각한다. (150p)

나도 이렇게 생각을 했었다. 
원하는 미래(2단계 인생)이 뭔지도 모른 채,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가는걸 1단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2단계는 1단계를 이루고 나서 천천히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직 2단계가 뭔지도 잘 모르겠거니 와
어쩜 그렇게 1단계들은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고 내 눈앞에 들이 대미는지

그 때부터 나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먼저 변호사 시절부터 지닌 습관부터 버렸다. 또한 계약에 있어 빌의 사고방식을 적용했다. 내 역할은 협상 당사자 사이의 차이점이 아닌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었고 그걸 든든한 인간관계와 업무로 연결시키는 것이 있었다. 나는 협상에서 상대 측 요구조건을 무시하거나 훗날 협상 카드로 쓸 생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우리 측과 일치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그 부분을 서로에게 적용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213p)

그래, 이때부터 저자의 1단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메뉴얼 대로 일을 하는 기계적인 변호사에서 정말 중요한게 무엇일까 고민하는 생각하는 변호사로
그를 변화시킨 건 단순히 중요한 계약에 실패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계약을 실패했을 때 실패 원인을 생각하게 하고 어떤 게 더 나은 방법인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좋은 리더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리더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건 벤처 기업이다. 벤처 기업에는 팀원들을 결속해 감화시킬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관리와 리더십은 서로 연관성이 있기는 하지만, 같은 건 아니다. 관리는 체계적인 과정을 말하는데. 그 목적은 정해진 시간과 예산 내에서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리더십은 인산성과 비전을 통해 다른 사람을 불가능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든다. 관리는 리더십을 보완하고 지원하지만, 리더십을 담지 못한 관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레니는 시작부터 관리에 착수했다. 그는 손쉬운 관리를 위해 앨리슨과 함께 처음에 계획했던 비전을 버렸다.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지 예상할 수 없게 돼 버리자 비전에 대한 계획 자체를 버림으로써 사업의 범위를 줄인 것이다. 그 결과? 매우 한정적이고 쉽게 규정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인터넷 소매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28p)

나는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업적인 것까지 모든 위험부담을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유명한 간부들도 벤처사업이 큰 성공을 거두 수 없게 되거나, 심하면 문을 닫을 만큼 나빠지는걸 두려워 한다. 그들은 불안감에 휩까인 나머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현상만을 유지 할 뿐이다. 결국 그들이 아는건 그게 전부가 될 게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좀 더 파고들어 개인의 위험부담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의 위험부담은 존경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 자신과는 다름 사업관을 가진 회사에서 일하는 것, 중요하게 생각했던 걸 타협하는 것, 본 모습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거나 완전히 모순되는 일을 하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위험은 미래의 행복을 위안으로 삼으며 원치 않은 일에 인생을 평생 낭비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론적으로 사업 실패의 위험부담은 실패 가능성을 실패 비용으로 곱한 값으로 환원될 수 있다. 
 반면 개인적인 위험은 환원화가 불가능하다. 그것은 가치관과 우선순위,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위험부담을 생각하다 보면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이 어떤 건지를 규정해 볼 수 있다. 사업적인 성공이 반드시 개인적인 성공으로 연결된다고는 할 수 없다. 개인적인 목표는 오직 우리 스스로에게 놓여 있을 뿐, 쓸데없는 평가와 비교로부터 자요로운 것이다. 
'총체적인 인생설계'만이 개인적인 성공을 이끈다. 이것에 따라 살아야 내일 죽게 되더라도 보람과 만족을 무덤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미뤄진 인생계획'에 따라 살다 보면 보상받기를 원하는 욕심과 다른 것으로 눈 돌리게 하는 방해, 채우고 싶은 허기가 항상 끊이질 않는다. 언제나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257p)

이 결론은 비겁하다.
자기도 이렇게 인생을 살지 않았으면서...

그렇기 때문에 소중하다. 
삶을 수학문제의 보기처럼 나누는 '미뤄진 인생계획'은 그 선택지 중에 답이 있다는걸 전제하는데
대체 나의 삶을 누가 채점할 것이며 정답은 또 어디에 있다는 얘기인가.

저자는 1단계와 2단계로 나뉘는 인생을 부정했다. 
1단계도 싫고 2단계도 잘 모르겠다면 그냥 인생을 하나의 길고 긴 선으로 생각하는건 어떤가
그리고서 생각해야 한다.
알 수도 없는 미래를 위해서 지금의 소중한 하루를 희생한다는 숭고한 마음으로는 내가 정말로 행복할 수 있는 미래는 절대로 오지 않는다.
우리 생각처럼 미래는 그렇게 가녀리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는 아닐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바꾸고 얻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부터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해야 하는게 아닐까.

책을 읽는게 좋다며
책을 읽고 일상을 살면서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하얀 화면에 까만 글씨로 쓰고
그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시키고 같이 생각하고 얘기하고 싶다는 나의 미래는
지금 내 글쓰기 실력이 비루하고 내 아이패드가 구식이고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한글 받침에 오타를 내는 엉터리 블루투스 키보드 때문에 미루기에는 너무나 소중하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가장 잘 속인다. 모든 일이 자신을 통해 설명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잘 알게 되는 순간은 무엇인가를 결정하거나, 선택 할 때이다. 
말이나 생각이 아닌 행동만이 그 사람을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소중한 하루에 이 글을 쓴다. 
비겁한 나의 변명에 말도 못하고 내 작은 머릿속에만 갇혀 있는 내 소중한 미래를 위해서

'승려와 수수께끼'는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모든 1단계들에게 생각말고 행동하라고 말한다.
아주 아주 간접적이지만 확실하게

인생을 먼저 산 선배가 진심과 애정을 담아서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무료로 하는 조언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이런 조언을 할 수 있을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되고 싶다.

커피가 식었다.
이제는 집에 가야지.

아무래도 이 책은 한번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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