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2011)

Moneyball 
8.2
감독
베넷 밀러
출연
브래드 피트, 조나 힐, 로빈 라이트,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케리스 도시
정보
드라마 | 미국 | 133 분 | 2011-11-17



공자는 '논어'에서 40대는 불혹의 나이라고 말했다.
나는 불혹의 한자뜻을 알고 있지만(유혹에 흔들리지 않음), 구체적으로 어떤 유혹에 어떻게 흔들리지 않으면 공자님이 말한 불혹에 해당하는 건지 알지 못한다. 세상에 유혹이 얼마나 많은지, 최소한 내가 인지하고 있는 순간동안에도 끊임없이 일어나는게 유혹 아닌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인들이 유혹이고 내가 인지하고 있는 순간에 행하는 모든 행동이 선택이기 때문에 유혹은 도처에 널려있다. 가령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집에 가서 당장 드러 누울 수도 있고, 내 옆에 아주 조금 남아있는 메이플 라떼를 한번 더 빨아 먹을 수도 있음에도 나는 멈추지 않고 글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글을 쓰는 행동이 유혹의 범주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카페에 앉아있는 최초의 이유는 바로 '이 글을 쓰기 위해서'였으니까.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건 실로 대단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우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정도로 나를 잘 알아야 하고
둘째로, 유혹과 의지를 저울질해서 의지에 손을 들어줄 정도로 의지를 강하게 지지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유혹을 버리고서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의지를 통해 얻는 만족감이 커야 한다.

이제 서른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1번 단계도 다 채우지 못했는데(난 책 읽는걸 좋아하는걸까 아님 좋아하려고 하는걸까) 2번 3번은 언감생심이다. 
그럼 어떻게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불혹) 수 있는거지
고3이 되었다고 모두가 공부하는게 아니듯이 40살이 되었다고 짠! 하고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건 아닐텐데 말이야. 

영화의 주인공인 잘생긴 빌리는 시종일관 외롭다.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기도 헀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가지고 있는 것(잘생긴 외모, 건장한 신체, 인정받는 직업)만으로도 남에게 사랑받을만큼 충분히 매력적인데도 사람들한테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이 모습은 초반부에 스카우트 팀 회의를 할 때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여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라고 지시하는 모습에서는 '원래 미국식 회의에서는 전부 다 이렇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호박이다. 

그나마 친한 범주에 드는 사람이라고는 시종일관 붙어 다니는 풋내기 피터가 있다. 
그 소중한 피터(모두가 왕따 시키는데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자기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가 위로를 건넸을 때에도 '나도 알아'따위의 영하 50도의 말을 건네고는 자리를 뜬다. 
자기 고민을 남들과 나누려고 하지 않고 철저하게 혼자서 해결하려는 모습이 답답하다. 
이 아저씨가 이렇게 꼬장꼬장하게 행동하는 이유는 뭘까? 
이렇게 외롭게 지내면서도 외로움 속에 질식하지 않을 수 있는 비법은 뭘까?
모두가 욕을 하는 순간에도, 해고될 수도 있는 상황에도 계속 신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당신은 역사상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GM이 되겠군요'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내 인생에 딱 한번 돈 때문에 인생의 길을 선택한 적이 있지.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다짐했어'

아마도 남자의 20대 중반 정도에 생성되었을 이 다짐이 남자를 유혹에서 이기게 하는 요인이 아닐까.

고작 돈을 제외했을 뿐인데 선택은 참으로 단순해 진다. 
아니라고?
우리는 아주 자주 돈을 명예와 동일하게 생각한다. 연봉 00원을 받는 사람과 연봉 000원을 받는 사람의 가치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누구는 자기와의 점심 식사를 경매에 부쳐 간접적으로 자신과의 대화에도 경제 논리를 적용해 가치를 측정한다. 
돈은 가치의 측정 수단을 넘어 그 가치 자체가 되었는데.
그 돈을 제했을 때 남자에게 남는 건 

순수한 우승 의지밖에 남지 않는다. 
('난 이 구장에서 우승하는걸 꼭 보고 싶어')

우승을 최고 우선 순위로 두었기 때문에 남들 눈에 드는 일에 유혹당하지 않는 거다. 
단순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있을 경기에서 최종적으로는 우승을 향해 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가혹한 평가를 견딜 수 있었다.
야구는 장기전이니까.

한 번 흔들린다고 가는 길을 바꿀 수가 없었을 테지.
남자에게 한 번의 경기는 한 번의 데이터, 이론의 실효성을 실험하는 back-up 자료의 일부였을 뿐이니.

의외로 목적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 
목적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그 목적을 이루는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내 인생의 목적은 '예쁜 할머니'가 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직업을 가지고 경제 활동을 하고, 후배들과의 교류를 유지하고, 헛소리를 지껄이는 정신병자들과의 미팅에도 폭주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건 맞는건지, 그리고 그 목적지는 언제쯤이면 눈 앞에 보일지 아직도 까마득하다.

중요한건, 나의 길을 잡아주는 목적과 그것에 충실한 하루하루가 아닐까.
그러지 않다가는 이 거대한 미로에서 출구를 향해 나가는 중이라는걸 심심치 않게 까먹고 말테니까.

p.s. 
빌리가 연봉에 유혹 당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하고 고슴도치에게 물어보니 고슴도치는 영화 제목이 '머니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수의 가치가 연봉에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이론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빌리의 가치도 연봉에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라나.

이것도 일리 있는 설명이다. 


영화의 주제를 단 번에 보여주는 노래.

인생이라는 미로에서 무엇을 선택할까

마지막 장면에서 빌리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서 2시간짜리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보게된다.



"The Show"

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I don't know where to go I can't do it alone I've tried
And I don't know why

Slow it down
Make it stop
Or else my heart is going to pop
'Cause it's too much
Yeah, it's a lot
To be something I'm not

I'm a fool
Out of love
'Cause I just can't get enough

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I don't know where to go I can't do it alone I've tried
And I don't know why

I'm just a little girl lost in the moment
I'm so scared but I don't show it
I can't figure it out
It's bringing me down I know
I've got to let it go
And just enjoy the show

The sun is hot
In the sky
Just like a giant spotlight
The people follow the sign
And synchronize in time
It's a joke
Nobody knows
They've got a ticket to that show
Yeah

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I dont know where to go I can't do it alone I've tried
And I don't know why

I'm just a little girl lost in the moment
I'm so scared but I don't show it
I can't figure it out
It's bringing me down I know
I've got to let it go
And just enjoy the show

Just enjoy the show

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I dont know where to go I can't do it alone I've tried
And I don't know why

I'm just a little girl lost in the moment
I'm so scared but I don't show it
I can't figure it out
It's bringing me down I know
I've got to let it go
And just enjoy the show

dum de dum
dudum de dum

Just enjoy the show

dum de dum
dudum de dum

Just enjoy the show

I want my money back
I want my money back
I want my money back
Just enjoy the show

I want my money back
I want my money back
I want my money back
Just enjoy the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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