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셰프 (2015)

Chef 
8.1
감독
존 파브로
출연
존 파브로, 엠제이 안소니, 소피아 베르가라, 스칼렛 요한슨, 더스틴 호프먼
정보
코미디 | 미국 | 114 분 | 2015-01-07






노란 포스터에 즐겁게 음식을 파는 사람들의 모습. 
소박한 영화가 보고 싶던 차에 내 눈길을 끈 포스터다.

포스터만큰 줄거리도 단순했다. 
뉴욕 유명 레스토랑에서 잘 나가는 셰프인 주인공이, 자기 음식을 평론한 평론가와 싸우는 바람에 레스토랑에서 해고당한 이야기
해고 당하고 나서야 이번에 진짜 자기가 잘하는 음식을 만들수 있게 된 이야기다. 
왜 스포일러이면서 스포라고 공지 안했냐고?
스포일러가 없더라도 주인공(칼)이 실직하고 나서 애인에게 위로를 받는 장면을 본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결말이다.

이 영화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 혹은 그 아름다운 작품의 모습 때문에 ‘푸드포르노’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인기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 그 이면에 있는 얘기들은 잘 조명되지 않는 것 같더라.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인 쿠바 샌드위치는 그렇다 치고, 주방 뒷 편의 이야기나 외길을 걸어온 장인의 모습은 분명 이 영화가 미각 말고 다른 감각기관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
음식 만드는 일이 이렇게 바쁘고 힘든 일이었나? 싶을 정도로 셰프는 너무나 바쁘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좋은 식재료를 골라야 하고, 식재료를 갖다 놓기가 무섭게 밑간을 하고 재료를 다듬어야 한다.
때문에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일도 까먹기 일쑤다.
음식을 만들기 전은 말할 것도 없지만 만들고 나서 뒷정리와 앞으로 있을 신메뉴 개발은 또 언제 하나.
직장인에게 야근이 있다면 셰프에게는 끝없는 공부와 실험만 있을 뿐이다.

2. 
이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고 잘 하고 싶어. 
그래도 그 바싹 탄 샌드위치를 저 사람들에게 줘야겠니?

처음으로 푸드 트럭을 개시하고 도와준 인부들에게 쿠바 샌드위치를 공짜로 주던 때였다.
공짜로 주는 음식인데 좀 탄거 줘도 되지 않나요? 지금 눈알 빠지게 바쁜데!
하고 항변하던 아들에게 주인공이 한 대사다. 
아, 이런걸 보고 ‘숭고한’직업정신이라고 하는 거구나.
상황이 어떻든간에 요리(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만큼은 최고로 하고 싶은 마음.
반성이 많이 되더라. 나는 이랬던 적이 있던가.

3. 
음식으로 미각,시각을 자극했다면 노래로 청각까지 사로잡았다.
타악기가 중심이 되는 쿠바 리듬에, 아무리 들어도 rr발음밖에 들리지 않는 뜻모를 스페인어 가사.
쨍쨍한 해변,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배경으로 깔리는 노래는 그 어떤 고생이 있어도 이들은 행복할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그 중에 가장 인생깊었던 sexual healing 을 들어 보시라
원곡 못지 않게 영화 수록곡도 기가 막힌다.



4. 

같이 일하던 동료가 해고되자마자 덩달아 자진 퇴사(다른 말로 의원면직)하고 같이 일을 하겠다고 나선 동료

참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게 영화의 묘미가 아닐까.

이래서 사람은 동료들과의 신의를 잘 쌓아야 하나보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주방 일이라는게 혼자 하는 게 아닌것 같다. 

사람 손은 두 개 밖에 없는데다가 메뉴 하나를 만들려면 야채 다듬는다고 씽크대에, 새우 굽는다고 오븐에, 소스 만든다고 불 앞에 있어야 하는데, 이럴 떄 같이 일하는 사람과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하지 않겠나.

주방에도 팀워크가 있나보다.

입가지고 먹기만 할 줄 아는 나로서는 놀라운 일. 

존경스럽다.


p.s. 이태원에 쿠바 샌드위치(쿠바노스)를 파는 가게가 있다. (경리단길에도 있다는데, 넘 멀어...)
제일기획 근처에 있는 곳인데, 다음에라도 꼭! 시간을 내서 방문해 보고 싶다. 
분명 나는 쿠바에 갔었는데 왜 이 샌드위치를 먹은 기억은 없는거지

사실 비주얼은 그렇게 대단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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