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2015)

The Beauty Inside 
6.4
감독
백감독
출연
한효주, 김대명, 도지한, 배성우, 박신혜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27 분 | 2015-08-20


이 포스팅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30년 모태솔로의 첫 연애기.
라고 하면 너무 쉽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겠지, 다만 이 솔로가 자고 일어나면 완전히 다른 신체를 가진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대체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희안한 설정을 했을까. '백감독'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봤는데, 찾아보니 그의 영화 데뷔작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던 건, 이 영화가 주장하는 사랑의 정의였다. 
사실 사랑얘기는 드물지 않다. 숨겨왔던 비밀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말한다는건 '슈렉'의 피오나 공주와 비슷하고, 다시 오지 못할 하루를 소중하게 보낸다는건 '이프 온리'나 '어바웃 타임'과도 비슷했다. 그래도 그렇지 매일 아침 다른 신체로 일어나는 남자의 사랑이라니 너무 이상하지 않나.

이런 희안한 설정을 통해서 감독이 말하고 싶은 사랑은 무엇일까. 
이 답이 궁금해서 2시간 가까운 영화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이건 매일 잠을 자고 나면 신체가 바뀌는 남자 우진과 가구점에서 일하는 이수의 사랑 이야기다. 

사랑은 상대를 먼저 알아보는 것일까.
얼굴과 목소리 아니어도 당신이 항상 내 곁에 있음을 느끼고 먼저 알아챌 수 있는것일까.
우진은 이수를 먼저 알아보겠다고 약속했고, 우진의 바람과는 다르게 매번 낯선이가 자신의 손을 잡을 때마다 이수는 불안함과 낯선 마음을 감추고 애써 웃는다. 우진은 이수를 알아보지만 당연히 이수는 우진을 알아보지 못하고 매번 그가 먼저 손을 잡아주기만을 기다린다. 우진을 알아보려고 혼자서 무던히 노력하지만 성별과 나이까지 변하는 우진의 손을 먼저 잡는건 너무나 힘들다.

사랑은 상대를 생각하는 것일까.
그녀만을 위한 의자를 만드는 우진이 있다. 이수만의 의자를 만드는건 너무 쉽다. 난 이미 그녀의 키, 앉는 자세, 습관까지 전부 다 알고있다. 이수는 분명 내가 만든 의자를 좋아할꺼다. 나는 이수를 다 알고있으니까.
이수가 아침에도 계속 내 침대에 있었으면 좋겠다. 이수랑 있는게 너무 좋다. 이수랑 결혼하고 싶다. 
반지를 준비해서 청혼해야지. 분명 이수도 나와 같은 마음일꺼야. 나와 있을때 행복해 하는 그녀를 봐봐

사랑은 그가 하는 말이면 무엇이든지 따르는 것일까.
원래 우진이 가구 디자이너가 된 건 '한 사람만을 위한 가구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 이외의 다른건 생각하지 않았다.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서 소리가 나오는 가구라던가, 가격을 저렴하게 한 표준화된 사이즈의 가구 내가 만들 것들이 아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같이 일한 동업자가 수십번을 말할때는 듣지도 않던 조언이 이수의 한 마디면 모든게 좋았다. 
그냥 이수가 하는 말이니까 그게 다 좋은 일인 것 같다. 이수가 말 하는건 다 좋다. 

사랑은 그와 같이있어 힘든것보다 없어서 힘든게 더 큰 일인걸까.
우진과 헤어지고 난 이수는 참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산다.
그녀의 말처럼 모든 것이 이상할 정도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오히려 더 삶이 풍요로와 졌다. 우진때문에 힘들어 복용했던 약도 그만 먹게 되었고 정신과도 가지 않는다. 우진을 만나지 않는 시간을 채워줄 운동, 공부도 새로 시작했다. 일도 더 열심히 했고 그 덕분에 직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렇게 이수의 삶에는 부족함이 없는데, 어째서 우진이를 계속 찾는걸까.
그녀의 말대로 그와 같이 있어 힘든 것보다 그가 없어서 힘든게 더 아프기 때문일까. 그건 이수만이 알 일이다.

사랑은 그냥 같이 있고 싶은걸까. 
당신이 노인이든 아이든 심지어 여자든 뭐든간에 나의 시간에  함께 있기를 바라는 걸까. 
이수는 엄마가 없고 우진은 아빠가 없다. 
이수가 묻는다. '아빠는 엄마가 안보고 싶어?' 영화 내내 뒷모습만 나오던 아빠는 그제서야 얼굴을 보여주고 말한다. (이미 죽었지만) 니네 엄마랑 같이 늙어가고 싶어. 나만 늙는 것 같아서 싫어. 
우진과 똑같이 모습이 변하던 아빠에게 우진의 엄마는 말한다. 당신이 내 옆에 없으니까 어디서 무슨 큰일이 나도 모른다는게 너무 무서워  그냥 나랑 같이 있으면 안될까.

난 맨 마지막 정의가 가장 맘에 와닿는다. 
감독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지는 모르곘지만 감독의 의도가 뭐든간에 난 사랑은 그사람과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 단순한 생각이 얼마나 어렵나.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같이 있으려면 얼마나 부딫히고 마모되고 섞이고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모든 힘든 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 같이 있고 싶다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나를 울리고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더라도,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p.s. 영화가 끝난 줄 알았는데,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 그의 부모 이야기가 나왔다. 
그와 같이 살고 싶다는 말. 그냥 내 옆에 있어주면 안되겠냐는 말이 정말로 절절했다. 
사실 사랑하면 뭐 딴거 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같이 있고 싶은거 아닐까. 좋은 날도, 안좋은 날도 있겠지만 그냥 둘이 같이 손잡고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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