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학교 서울 카페 사진. 카페는 수업이 없는 동안에 사용 가능하다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가 영국에 있다는 얘기는 전부터 들어 왔었다. (기사 링크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6/05/2015060503198.html)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게 하는 장소라 관심이 많이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국내에는 책으로만 있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던 중에 지난 10월, 손미나앤컴퍼니에서 인생학교 분교를 이태원에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뒤로 거의 격일로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어떤 강의가 있는지 확인했다.
거의 모든 수업이 15인 정원이라 금방금방 마감이 되는 바람에 관심이 있으면서 가장 가까운 시일에 들을 수 있는 '사랑을 지속하는 법'을 선택했다. 
물론 3시간 강의에 88,000원이라는 살인적인 가격은 엄청나게 망설이게 했다. 영국에서는 45파운드로, 한국이랑 비슷한 가격인 걸 봐서는 전 세계 정가?인 것 같다. 

'내가 사랑을 지속하는 법'을 인생학교의 첫 번째 강의로 선택한 건 위에 적은 실리적인 이익 때문만은 아니었다. '너는 왜 이렇게 연애를 못하니'라는 예전 애인의 원망을 듣고 나서, 나는 사랑을 기술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이렇다, 관계는 이렇다는 수 많은 조언들 속에서 진정 사랑이 가져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위에 적은 단순히 기술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나의 주관이 살짝 흔들리게 되었다. 사랑을 지키는 데에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동감하지만, 그것이 진심을 배제한 기술의 영역이 되어 버리면 안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인생학교가 말하는 사랑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 졌다. 

여자와 대화하는 법으로 유명해진 김지윤 강사님의 설명은 솔직하고 진솔했다. 스스로가 겪었던 사랑의 위기들을 예시로 들어 주시면서 우리가 사랑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계속 던져 주셨다. 나는 잘 몰랐는데, '인생학교'는 교안이나 커리큘럼을 본교에서 받는 것 같다. 수업 전에 강사에게 자를 미리 주고 이를 활용해서 교안을 만드는? 방식으로 보인다. 유명한 강사가 있다고 해서 그들이 늘상 하던 대로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성찰하고 난 내용을 말 해 준다는 점이 좋았다. 
수업 전에는 미리 생각할 주제를 주고, 수업 후에는 참고 도서 목록 등을 보내 준다. 여러모로 해당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해외 본교에는 좀 더 다양한 수업과 1:1 클래스 등이 있지만, 서울 분교에는 일, 사랑, 자아에 관한 1일 3시간짜리 수업만 있을 뿐이다.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 도입으로 인생학교의 본래 의미를 잘 살렸으면 좋겠다. 
(인생학교 서울 링크 : http://www.theschooloflife.com/seoul/)

'사랑을 지속하는 법'의 강의를 듣고 내가 앞으로 생각해 볼, 혹은 생각한 사랑에 관한 고찰은 아래와 같다.

- 아름다운 사랑을 지속하는 것은 다양한 개인 이해와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 권태의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 헌신적인 관계는 사랑에 대해 서로가 불완전함을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여길 때 비로소 가능하다. 
- 바람직한 분화(홀로 있으면서 자아를 지키고자 하는 행동)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즉, 상대에 대한  친밀감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참모습을 지키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 헌신적인 관계는 서로가 이기심과 자기 기만을 넘어서도록 요구하는 성장의 과정이다.
-> 다만, 여기서 헌신은 나와 이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만 허용된다. 나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나를 망가뜨리려는 사람과의 헌신은 나를 옭아 맬 뿐이다. 
- 우정과 친밀감은 섹스만큼이나 중요하다. 성적기술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관계의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없습니다. 
-> 사랑의 세 가지 중요한 요소로 사랑, 우정, 섹스를 들었다. 이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놀랐는데, 동양적인 사고방식에서는 섹스는 그다지 큰 부분으로 치지 않는다. 나 또한 이게 왜 사랑을 이루는 요소이지...할 정도로 의아하긴 마찬가지이다. 난 위 세 가지 요소 중에 우정만 있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같이 토론했던 분들의 생각은 다 달라서 조금 놀랐다. 가치관의 차이일까.
- 서로의 결점을 받아들이고 보완하려면 성숙함과 자기 이해가 필요하다. 유머 감각과 놀이는 사소하지만 탈도 많은 일상의 짐을 덜어주는 중요한 해소 수단이 될 수 있다. 
- 우리는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사랑에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사랑은 연령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 가까스로 사랑하는 상대와 평안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해도 시간은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노화, 아이의 탄생 등 무수히 많은 삶의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그 때마다 사랑을 지속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우리 문화는 사랑을 연인이라는 대상에만 고착시키려는 경향이 있지만, 진정으로 성숙한 사랑은 서로를 보살피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사랑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추구해야 한다. 
- 장기적인 관계는 오랫동안 서로가 양분을 주고받으며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 서로가 원하는 것을 전부 다 얻을 수 없는 채 그저 새로운 상황만이 생길 뿐이다. 
- 폭력이 있는 관계에서는 그 어떤 헌신과 사랑에 허용되지 않는다. 집착하는 관계에서는 서로에 대한 불신만이 생길 뿐이다. 

+ 사랑, 혹은 애정이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제 1 목표로 삼고 관계를 지속할 의지가 있는가?
사실 이 부분에서 사랑이 서로간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게 느껴진다. 그것도 엄청난 노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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