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국내도서
저자 : 에밀 아자르(Emile Ajar) / 용경식역
출판 : 문학동네 200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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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은 살이라도 있어야 한다.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 된다. 


사랑과 외로움, 관계에 대한 동화책이다. 이런 이야기는 동화로 불려야 맞다. 

나쁜 사람이 하나도 없는 이야기. 등장인물중에 누구 하나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 이야기. 

생이 완벽하기 위해서는 생을 억지로 목구멍으로 우겨 넣으면서 생명을 연장하는게 아니라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분명 이건 동화다. 


평생을 외롭게 살고, 남자를 그리워 했던 로라 아줌마

그 아줌마를 사랑해서 아줌마가 계속 예쁜 모습으로 남게 해주려고 아줌마의 시체를 화장한 모모

열살 짜리의 부탁과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롤라아줌마, 흑인 삼형제, 하밀 할아버지


난 사랑과 외로움에 대해 몇 살 때부터 고민을 했을까. 과외 선생님을 짝사랑하던 18살 때 부터였을까 아님 훨씬 전부터 고민했을까.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건 아니었을껀데 뭘 그렇게 열심히 알려고 했을까. 


꼬마 모모는 자기가 의문을 가지는 모든 것들을 알려고 한다. 스스로 경험하고 질문하면서 자기만의 정의를 내리려고 한다. 자기 앞에 놓인 생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악하면서, 사람들은 그렇게 어른이 된다. 


이 책은 어딘지 모르게 독일 영화 파니 핑크를 닮았다. 좁고 낡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웃간의 이야기라서 그런가. 파니핑크도 결국은 해피엔딩이었지. 둘 다 좋은 이야기였다. 


1.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이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할아버지는 대답하는 대신 박하차를 한 모금 마실 뿐이었다. 

"하밀 할아버지 왜 대답을 안 해 주세요?"

"넌 아직 어려 어릴 때는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이 있는 법이란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2.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하밀 할아버지, 제 말을 못들으셨나봐요. 제가 어릴 때 할아버지가 그러셨잖아요.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그의 얼굴이 속에서부터 환하게 밝아졌다. 

"그래, 그래, 정말이란다. 나도 젊었을 때는 누군가를 사랑했었지. 그래, 네 말이 맞다, 우리..."

"모하메드요, 빅토르가 아니구요"

"그래, 그래, 우리 모하메드야. 나도 젊었을 때는 누군가를 사랑했어. 한 여자를 사랑했지. 그 여자 이름이..."

그는 입을 다물었다.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 기억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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