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갑자기 병이 몰려 왔다.


한 달 정도 되었나. 

2월 말부터 감기 몸살로 시작하더니 잇몸병이 났고 얼마 뒤에는 질염이 생기더니 수치스럽게도 원형탈모와 습진이 생겼다. 몸살은 하루 앓고 지나갔고 잇몸병은 일주일 나에게 머물렀다. 질염도 그 정도였고, 원형탈모는 원래 그렇다는데 앞으로 두 달은 갈꺼란다. 

이 놈들만 있었으면 이런 글을 쓰지 않았겠지만 건강에 불안을 느낀건 어지럼증 때문이다. 


그날은 안산으로 출장을 가는 날이었고 아침에 일어나 안산까지 대중교통으로 2시간이 넘는 거리를 가야 했다. 여느 아침과 똑같이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려는데 걷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웠다. 메스껍지는 않았는데 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휘청거리며 씻고 옷을 주워 입고는 택시를 타고 안산까지 갔다. 택시에 타서도 몸이 내 몸 같지 않아서 물 속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다. 토할까봐 아침부터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어떻게 미팅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은 빨리 가서 점심 시간에 이비인후과에 갔다. 나도 몰랐는데 어지러움의 원인은 나팔관에 이상이 생긴거란다. 아니 나팔관이 아니라 달팽이관인가; 가끔 헷갈린다. 몸 속에는 얼마나 더 많은 관이 있을까. 얼마전에 찾아간 공장은 80%가 관으로 이뤄져있다는데. 


이비인후과에 가니 왜인지 모르겠지만 모든게 급한 의사 선생님이 있었다. 눈 앞에  손가락을 휘휘 젖더니 어지러움이 남아 있다고 진단을 내렸다. 왜 그런지 알아 보기위해 이석증 검사를 했다. 침대에 반듯이 앉아 있으면 의사 선생님이 내 머리를 오른쪽 왼쪽으로 넘길꺼란다. 넘긴다고? 내 머리를? 착한 어른처럼 가만히 앉아 있으니 의사 선생님이 내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왼쪽 오른쪽으로 갑자기 휙 눕혔다. 이석증이 있는 사람은 이런 경우에 세상이 핑핑 돈단다. 다행히 내 세상은 멀쩡했다. 의사 선생님도 이석증은 아닌거 같다더라. 이유를 모르겠다면 빨간약 파란약 노란약을 주셨다. 신호등처럼 알록달록한 약이 신기하고 예뻤지만 갑자기 무서워졌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고 모든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왜 이러는 걸까.


생각해보면 건강은 당연한게 아니다. 그 동안 아프지 않고 지냈던 건 나도 모르게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던 자산들 때문일꺼다. 그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감가상각이 되고 지금은 다시 그 자산을 채워야 할 때가 되었을 뿐이다. 운동을 안 한지 오래 되어서 그런건지 최근 스트레스 때문인건지 잘 모르겠다. 이유 없이 아프다고 하면 다들 스트레스를 말하는데, 사실 나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없다. 스트레스가 없지는 않지만 이정도 부담은 늘상 받던 일이 아닌가. 게다가 스트레스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말 하는 것 자체가 그 정도밖에 버티지 못한다는걸 의미하는 것 같아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보약한첩 지으러 간 한약방에서 했던 스트레스 검사에서도 스트레스 수치가 20%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야. - 처음 보는 검사였는데, 엡씨스퀘어 같은 기기에 손가락을 집게로 연결하고 5분동안 수치를 재는 검사였다. 심리적 인바디 같은 건가 - 


어찌 되었든 상황이 바뀌었다. 나는 어지럼증을 느꼈고 내 몸의 면역체계는 나도 모르게 많이 약해졌다. 

손해 보고 살으란다. 한의사 선생님이 보약과 같이 나에게 해 준 처방이다. 너무 아등바등 하지 말으란다. 그러나 어찌할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있는데. 나는 아무래도 지금처럼 애쓰는 걸 멈추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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