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야!


나를 설레게 한 건 한장의 사진이었다. 제주도에는 화산 폭발로 생긴 수십개의 오름이 있는데 예전에는 그 오름에서 밭농사를 했기 때문에 겨울 내 생긴 잡초와 벌레를 없애기 위해서 저렇게 오름 전체를 태운다고 한다. 농사를 하지 않는 오늘에는 그걸 기억하는 의미로 제주도에서 제일 큰 새별오름을 채우는 오름 들불 축제를 한다. 오름을 태우다니 산을! 다! 태우다니!


자고로 하고 싶은 일은 몇 년 묵혔다 하는게 제맛이다. 3년 전부터 알고 있던 축제였는데 올해야 드디어 가게 되었다. 너무 많은 기대는 실망을 불어온다는걸 알면서도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렌트카를 타자마자 달려간 해변. 낚시 의자가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제주도에 가면 빠지지 않고 들르는 제주에 살다. 

늘 느끼는 거지만 참 아름답고 조용한 곳이다. 3년전이나 지금이나 제살의 매력포인트인 조용한 분위기는 잊혀 지지가 않는다. 이만큼 조용한 곳을 찾기는 힘들 듯





제주에 살다에 머문 다음 날 생전 처음으로 낚시를 했다.

바다에 떠 있는 여객선으로 조각배를 타고 가서 그 배에서 3시간 정도 바다 낚시를 하는 프로그램인데, 나는 3시간동안 2마리를 낚았다. 도와주시는 분들한테 물어보니 그 정도면 양호한 거란다. 배 안에서 잡은 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주시는데 난 잡은 물고기들을 전부 풀어줬다. 이유는 내 표정을 보면 알 수 있겠지...

지루한 기다림 끝에 물고기라 낚시대를 무는 손맛은 좋았지만, 물고기를 잡아 올려서 먹는 일은 못하겠더라. 방금전까지만 해도 먹이를 찾았다고 좋아했을 생물인데. 

다음에 기회가 되어도 물고기를 잡지는 말고 잡을거라는 기대만 가지고 낚시를 하고 싶다. 구부러지지 않은 바늘로 세월을 낚는다는 사람도 있지 않나. 



우도에서 먹은 한라산 볶음밥이다. 

한치 볶음을 먹고 볶음밥을 시키면 저렇게 한라산 모양으로 계란을 풀어 주시는데 풀면서 설명해주는 솜씨가 일품이다. 듣자니 입사?를 하면 A4용지 한 장 분량의 대사를 달달 외우게 한다는데, 제주도의 탄생과 자연경관을 말씀 해 주시면서 우리가 먹는 한라산 볶음밥이 평범한 볶음밥이 아니라 제주도 그 자체라는....말을 해주신다. 괜시리 계란찜에 숟가락을 찌르기가 미안해 지더라;


괜히 주절주절 일부러 메인타이틀에 대한 얘기는 안했다. 

그래서 오름 축제는 어땠냐요? 왜 제주에 살다얘기부터 하느내고?


이 이유는...




















제주도의 바람과 날씨를 무시했던 내가 바보였다. 새하얀 안개 때문에 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머리카락이 촉촉해졌다. 게다가 바람은 왜 이렇게 많이 부는지. 바람이 아니라 누가 나를 등 떠미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쉴 새 없이 불어닥치는 바람공격에 나는 차로 대피했다. 원래는 축제를 즐기면서 찬찬히 불을 붙이기만을 기다리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차로 도망가서 예능 프로를 보며 불을 붙이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에...



오마이갓...갑자기 차들이 하나 둘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게 아닌가...화들짝 놀란 내가 밖으로 나가 오름을 보니 이미 불이 붙은 것도 모자라 불이 꺼지고 있었다. 내가 바란건 이런게 아니었는데 ㅠㅠ 멀쩡하던 하늘에 빨갛게 불길이 오르는 장관이 보고 싶었던 건데 ㅠㅠㅠ 


아쉬운 마음에 작년에 갔던 제주도 사진을 방출한다. 

그때는 여름이었지. 많이 더웠지만 날씨가 참 좋아서 행복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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