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바라나시에도 마더 하우스가 있다. 

마더하우스가 무엇인가? 2010년 혈기 넘치던 나를 인도로 이끈 그곳이 아닌가. (자세한 내용은 예전 글 참조

2011/03/30 - [세계여행/꼭 다시 간다 아시아] - [인도, 캘커타] 캘커타 마더 하우스 A 부터 E까지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 바라나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내가 아니기에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휴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이니깐.


그런데 왠걸 마더하우스를 찾기만 하면 캘커타에 있는 마더 하우스만 나오고 바라나시에 있는 마더 하우스는 1도 안나오는 것이다. 있는건지 없는건지도 모를 정도로 정보가 없다. 

겨우겨우 위치가 나와 있는 사이트(http://cityseeker.com/varanasi/709663-missionaries-of-charity-house)를 발견하고 무작정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어디를 가더라도 GPS나 T map을 켜고 목적지로 잘 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던 나였는데, 여기에 오니 문명의 혜택을 못 받은 덕분인지 그냥 용감해진다. Shivala Ghat근처에 있다는 빈약한 정보를 믿고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우왕 ㅋ

무려 29분이나 걸어야 한다는 말에 잠깐 쫄았지만, 해가 쨍쨍하기 시작하는 10시 전에만 걸으면 살아있는 동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왜 인도의 여름을 무시했을까를 생각하면서 가트를 따라 걷고 또 걸었다. 

나처럼 무식하게 바라나시에 여름에 여행할 여행자라면 두 가지를 명심하자

하나, 최단 거리따위는 의미 없다. 아는 길이 아니라면 무조건 가트를 따라 길을 가자. 살인적인 더위에서 당신을 구해 줄 것이다. 

둘, 해가 뜨는 순간부터 분단위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10시만 되도 40도 근처로 온도가 올라가는건 순식간이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거나 이동해야 한다면 8시 전후를 추천한다.



아침의 가트는 빨랫감과 목욕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햐얀 천을 왜 흙이 있는 바닥에 널어서 말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강렬한 색감은 인도만의 매력이다. 



이상하게? 조경이 잘 되어 있다 싶더니만 레스토랑으로 올라가는 길이더라

저 위에 있는 Dolphin restaurant은 한 번쯤은 가볼 만 하다. 경치가 좋다



이거시 일반적인 가트 모습



주인을 기다리는 한가한 배들

개발도상국이 다 그렇지만 인도는 단순 노동하는 인구가 참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인구의 69%가 농업에 종사한다는 통계가 있는 만큼 배, 인력거, 뚝뚝 등 특별한 기술 없이 단순 노동력으로 생산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요보다 많다...는게 문제다. 



다른 가트들과는 다르게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던 Assi Ghat의 모습니다. 

가트 바로 앞에 공중 샤워실도 있고 레스토랑도 있다. Pizzaria였나...



우리네처럼 평상에 앉아서 쉬는 사람들, 매점, 머리깎는 아저씨(응?)



가트의 널찍한 벽은 아티스트들의 캔버스가 된다. 

어쩜 이렇게 그렀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그라피티


가트를 구경하면서 슬금슬금 내려오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인 Shivala Ghat에 도착한다. 


자 이제 잘 보시라.



여기서 저 나무로 가려진 곳에 길이 있다. 

그곳으로 들어가면 



이런게 보인다. 그냥 들어가라 직진, 직진



골목에 들어가는 순간 딱! 하고 마더하우스, 바라나시의 마더 하우스인 Missionaries of Charity 가 보인다. 

에휴...수고했다. 

참고로 현지인들한테 물어보면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temple처럼 모두가 가는 곳이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겠지 



자, 마더 하우스의 운영 시간은 이렇다. 


마더하우스 안의 사진은 전혀 찍지 못했는데, 이유는 마더하우스 Code of conduct로 사진을 찍지 말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야 정보가 없는게 이해가 갔다. 착한 봉사자들이 이곳의 룰을 잘 지켜 주었기 때문이구나. 여기서부터는 내가 한 봉사활동을 말로 풀어 보겠다. 


일단 나는 첫 날은 위치를 알 목적으로 걍 1시 정도에 찾아 갔다. 

들어가니 수녀님이 어쩐 일로 왔냐고 물으시면서 봉사활동을 하려면 내일 8시에 오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찍은게 저 시간표. 

봉사자들이 가장 많은 시기는 10월부터 2월까지로, 여행자가 많은 시기와 정확하게 겹친다. 


다음 날 마더 하우스에 시간 맞춰서 가니 안 쪽에 있는 작은 방에 있는 사물함에 가방을 넣고 자물쇠로 잠궈 주신다. 그 방은 수녀님들이 쓰는 사무실 같은 곳인데 10시에 있는 간식시간에 비스켓과 짜이를 마시는 곳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서양식 화장실이 있다는 점! 인데 외부인들이 오는 곳이다 보니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캘커타와 똑같이 남/녀 구역으로 분리되어 있고 남자 구역은 잘 모르겠으나 여자 구역의 피봉사자(환자라고 하려다가 왠지 실례인 것 같아서 피봉사자로 표기)는 30명 정도 되었다. 전부 다 짧은 머리에 노인 여성이었다. 인도 여성들은 거의 다 아주 긴 머리를 가지고 있는데, 짧은 머리 여성을 보니 어색했다. 


내가 일을 시작한 8시는 이미 피봉사자들이 거실에 나와서 곡물 껍질을 까는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다. 침실과 욕실을 수녀님들이 청소하고 계셨고, 나한테는 쓰레기 버리기를 우선 시키시더라. 그리고서 나에게 손톱깎기를 하나 주시더니 피봉사자들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달라고 하셨다.(응?)


초짜라 피봉사자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기 위한 방법으로 보였다. 왜냐면 피봉사자들의 손톱, 발톱은 이미 아주 짧게 깎아져 있어서 민망할 정도였으니;


한분한분 말을 걸면서 또각또각 하고 있으니 시간이 금방 갔다. 

마더하우스는 청소를 쉽게 하려는 목적 때문인지 바닥이 돌로 되어 있어서 굉장히 시원했다. 

겨울이 춥지 않은 곳이니 이런 방법이 냉방비를 절감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장은 개방형으로 뚫린 구조였는데, 해가 뜰 때는 그물막 같은 거로 가리더라. 비가 올 때는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굉장히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곳이었다. 

피봉사자들의 옷도 깨끗했고 저마다 악세사리도 하나씩 하고 있었다. - 뱅글, 귀걸이, 목걸이, 발찌 등 - 인도 여성에게 악세사리는 떼어 낼 수 없는 것이니까. 다들 체구가 작고 소녀같이 나를 신기해 했다. 그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눈빛과 손짓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고요한 시간들이었다. 


같이 간 남동생의 말을 들어보니 남자 피봉사자들은 거동이 가능한 사람들이 다수 있어서 같이 청소를 하기도 한단다. 여자 피봉사자들은 다들 엄청난 노인들이라 걷는 것도 힘겨워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다르다는 점이 놀랐다. 봉사 센터에 들어오는 어떤 조건이라도 있는 걸까. 


10시에 있는 휴식 시간은 15분이었지만 꿀과 같았다. 

마더하우스에서 봉사활동하는 중간에 먹는 짜이와 비스켓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약간 맥심 커피에 찍어 먹는 오예스와 비슷한 느낌인데 맛은 전혀 다르다. 더 달고, 더 부드럽다. 


11시에는 점심식사가 시작된다. 

벽면에 커다랗게 일주일의 식단이 빼곡히 정해져 있다. 매일매일 정해진 대로 운영되는 곳이라 하루하루 평온할 것 같았다. 메뉴는 2종류의 카레와 잘게 자른 수박, 밥이다. 식사 시간에는 거동이 불편한 피봉사자들의 배식을 대신 해 주거나 음식을 먹여 주는 일을 한다. 당연하게도 손으로 떠서 먹여 주는데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더하우스를 가 본 사람은 공통적으로 느끼겠지만, 이곳에서는 일상적인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걷고 말하고 먹는 일이 힘든 사람들을 마주하다 보면 내가 이런 일을 하는게 힘들고 고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당연하게 일을 하게 된다. 이것이 봉사의 힘인가 보다. 


봉사활동 시간이 11시 30분 까지긴 하지만, 식사가 더 늦게 끝나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들은 설거지까지 도울 수 있다. 아마 그렇게 되면 12시 넘어서 일이 끝날 것 같다.


자 이제 땡볕으로 나갈 시간이다. 

수녀님들과 인사를 하고 하루 일과를 마감했다.


마더 하우스 주변의 길은 골목이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다. 가트를 따라 오지 않고 릭샤를 타고 올 사람들에게도 바로 가기 좋은 곳일 것 같다. 물론 나는 숙소에서 이동하니 가트를 따라 왔지만...


정말 하찮은 일이었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