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사이 등대
국내도서
저자 : M. L. 스테드먼(M. L. Stedman) / 홍한별역
출판 : 문학동네 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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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요, 사랑이 뭔지 알려주는 그런 책이요.

오마이책방지기에게 의뢰한 나의 이메일은 한 권의 책으로 돌아왔다. 내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다는 책방지기는 '바다사이 등대'를 내게 보내 주었다. 

이 아래는 스포 주의

난 사랑이라면 남녀 간의 사랑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다. 최근에는 그 의미가 넓어져 동성간의 사랑도 점점 받아들이게 되었다. 동성이건 이성이건 어쩄든 나에게 사랑은 연모하는 감정에만 해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방지기가 내게 보내 준 이 책은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부모자식 간의 사랑을 보여 준다. 그것도 친 부모도 아닌 부모 역할을 하는 사람의 아픈 사랑을.

얼마 전 회사에서 일을 하던 중에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서 나를 사랑하는지 물어 본 적이 있었다. 

엄마 나 사랑해?

하는 나의 질문에 엄마는 질문으로 회신했다. 

너도 나를 사랑하니?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고 대답하면서 멍청한 질문을 후회했다.

추운 겨울 내 침대 위에 말없이 데워져 있는 전기매트에서, 봄이면 때맞춰 가스렌지위에서 끓고 있는 쑥국에서 그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먹이고 입히는 것만큼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 있을까. 이렇듯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을 받고 있는데 나는 뭐가 또 아쉬워서 엄마한테 이런 질문을 한 건지.

추분히 사랑 받고 있는 나는 엄마의 사랑을 궁금해하는 반면에 엄마는 내가 물어보고서야 나한테 되 묻는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너는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고'


부모가 자식에게 보이는 사랑은 당연하지 않다. 

자기 배로 낳았다고 해서 반드시 사랑하라는 법은 없다. 부모가 아이를 방치하고, 굶기고, 죽을 때까지 때리는 일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 세상에서 부모의 사랑은 그 인내와 노력의 산실일 것이다. 혹은 어느 정도의 포기도 수반되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작은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한바탕 악다구니를 벌이고 나서 나와 네가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할텐데 내가 너에게 이겨서 무엇을 하겠니. 라는 엄마의 자조섞인 울음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다. 

내가 무시하고 고개를 돌리는 사이에 엄마의 울음은 그 안에서 말라붙어 진득한 자국을 남겼을 꺼다. 

평소에는 있는지도 모르던 그 자국들은 몇 십년이 지나고 나서야 고작 '너는 나를 사랑하니?'라는 물음으로 고개를 내밀었을 뿐이다.


자기 아이를 잃고 잃고 또 잃다가 결국에는 뺏기고 돌려주고 또 놔버린 이 부부의 이야기는 끝없는 사랑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끝없는 사람을 보여주는 존재로 연인이 아닌 부모를 보여 준다.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끊어지게 슬픈 장면이 몇 번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나를 아프게 한 장면은 잃어버린 줄 알았던 아이를 다시 찾은 여자가 자기 아이를 포기하는 장면이었다. 내 옆에서 불행하기보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행복을 바라는 생모의 모습이 숭고해 보였다. 한 사람이 살면서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 아닐까


이번 해에 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어 극장에서 보려고 한다. 

외로운 등대섬의 석양을 꼭 한번 눈으로 보고 싶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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