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주 목요일마다 에세이 쓰기 모임을 나간다. 지난주는 그 첫번째 시간.

매 주 한 편의 에세이를 쓰는 것인데 운명 스케쥴 안에 필사가 포함되어 있다. 

필사 1시간, 모임인원이 필사한 글의 소제목 공유 -> 공유된 소제목 중 마음에 드는 소제목으로 에세이 작성 1시간 -> 각자 에세이에 대한 의견 교환 1시간 혹은 그 이상

서점에 가면 '필사하기 좋은 책', '필사할 때 쓰면 좋은 펜'같은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사를 왜 하는 건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필사를 하는건지 알려주는 책은 찾기 힘들었다. 아마 내가 찾지 못했을 수 있지만...

처음으로 필사를 하면서 느낀건, 이건 참 쓸.데 없는 일이라는거다. 문자 그대로의 쓸데 없음을 의미한다. 남이 쓴 글을 내 글씨레 베껴써서 뭐가 남겠나. 허나 우리 모임 리더는 말했다. 필사를 하면 작가가 왜 그 문장을 그렇게 쓸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필사는 느림이라고. 

느리고, 쓸데없는 필사를 한 시간 하고 나니 알겠다. 

왜 내가 이 책을, 이 작가를 좋아했는지. 아, 이 사람의 문체와 말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거였구나. 


폴 오스터가 쓴 소설에서 작가인 화자는 자기가 쓴 글을 독자가 읽을 때 책장을 빨리 넘기는 것을 혐오스러워 했다. 수많은 고민과 고통 속에서 나온 책 속의 문장을 음미하지 않고 넘기는 독자들을 보며 좌절감을 느꼈다. 

내가 작가라면 내 책을 필사하는 독자에게 무한 애정을 보내 줄 것이다. 내가 마음과 감정을 가장 잘 아는, 혹은 잘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일테니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