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 기진맥진 지친 당신을 위한 마음챙김 안내서
국내도서
저자 : 루비 왁스(Ruby Wax) / 이수영역
출판 : 책세상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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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시작한 마음챙김 수련(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mabopractice.app&hl=ko)이 계속 내 마음에 들어와 있다.

출근길에 듣던 가요대신 마음챙김 수련을 들으면서 가는 길이 재미있다. 

실은 바로 잠들기 때문에 제대로 수련을 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화가 나면 화에 끌려다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챙기라'는 의미의 이 수련이 얼마나 도움되는지 모른다. 

수련 얘기는 다음에 제대로 하는 것으로 하고..책 이야기를 해 보자.

이 책은 미국의 코메디언이자 작가이자 프로 우울증 발병러인 저자가 자기의 우울증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본 후 마지막으로 정착하게 된 마음수련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시종일관 정신없는 화술을 구사하는데, 미국식 유머가 그렇듯이 말장난이 대부분이다. 난 이런 식의 유머는 좀 힘들다. 말 많은 사람의 수다를 계속 듣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계속 읽게 된 건 저자의 솔직함 때문이다. 

'마음챙김을 한다고 해서 우울함을 느끼지 않거나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저자의 말 덕분에 나는 마음챙김이 더 좋아졌다. 

좀 더 느슨하게 살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아 한 숨 덜었다고나 할까. 내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마음챙김조차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거든. 내 삶이 그랬고, 그런 삶이 높은 평가를 받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마음챙김은 그런게 아니란다. 그래서 그냥 대충, 설렁설렁, 책을 읽었고 그러기에 저자의 정신없는 화법은 딱 맞았다. 수다스러운 옆집 푼수 아줌마가 슈퍼가는 길에 재잘재잘 떠드는 것 같았다. 건성으로 들어도 혼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화법.


저자의 화법에 비해 책의 짜임을 꽤나 촘촘하다. 첫 장에는 마음챙김을 해야 하는 이유를 뇌과학 측면에서 설명한다. 우리가 생활을 노련하게, 효율적으로 하게 됨으로서 반대로 스스로의 마음이나 상태에 집중하는 순간은 적다고 한다. 이 노련함을 저자는 비행기의 '자동항법'에 비유했는데, 걸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으면서 전화통화를 하는 행동에 일일히 신경쓰게 되지 않으면서 그러 인해 커피의 맛도, 밥맛도 제대로 느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고작 밥맛가지고 뭐 이리 까탈스럽나..했지만 밥맛이야 미원 몇 스푼 넣으면 금방 돌테지만 이런 자동항법 상태에 함몰됨으로서 삶에 집중하지 못하고 허무함에 쌓이거나 순간적으로 몰아닥치는 감정(화, 분노, 모멸)을 다스리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간단하게 해 볼 수 있는 마음챙김 수련이 밥을 먹는 것, 샤워를 하는 것이다. 단, 그 순간에 집중하면서. 

내가 배웠던 마음 챙김은 숨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들숨을 쉴때 들숨, 날숨을 내쉴때 날숨이라고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오직 숨을 쉰다는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 이 설명을 듣고서는 뭐 이런 시시한게 수련인가..하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세번째 들숨을 쉬기도 전에 딴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뭐 이런 시시한게 수련이야' 같은.

책을 집필하는 중에 저자는 우울증에 걸리고 만다. 난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우울한 기분을 어찌나 잘 설명하는지 읽는 나마저도 그 마음이 공감할 지경이었다. 무례한 사람들, 힘든 일정, 고된 몸, 몰려오는 자괴감과 열패감. 이후에 찾아오는 우울증 때문에 저자의 딸이 밥을 먹여줘야 겨우 먹을 정도로 힘들어 한다. 그리고서 우울증을 벗어나 다시 책을 이어 나간다. 

144시간의 명상 수련은 나도 한번 해 보고 싶은 내용이었다. 요즘같아서는 핸드폰 없이 144시간만 지내면 구지 수련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도를 닦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참석한 수련에서는 특히나 말도 금지했는데, 내년에 있을 휴가에 한번 경험 해 보고 싶었다. 

명상 수련을 하고 싶어 마보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니 1) 한국 MBSR 연구소(http://cafe445.daum.net/_c21_/home?grpid=1Egds와 2) 담마코리아 위빳사나 프로그램 http://www.kr.dhamma.org/ma/course_schedule.php을 추천해 주셨다. 

11월에는 마보에서 진행하는 무료/유료 강좌가 있길래 무료 강좌를 한번 들어볼 생각이다.

자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오늘 밤에도 자기 전에 듣는 바디 스캔을 듣다가 잘테지만 늘 중간에 잠드는 바람에 끝까지 들어본 적은 없다. 그래도 억지로 잠을 쫒으면서 듣지는 말아야지. 이건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거의 유일한 일일테니.


아래는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너덜너덜이 의학용어랜다. 어머나)


67p

나에게 마음챙김 연습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마음챙김의 천적인 자기 연민과의 씨름이었다. (중략....) 어떤 사람들은 전쟁터에서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데, 모든 것을 가졌고 새벽 네 시에도 스웨덴식 고기완자를 주문할 수 있는 사람이 슬프거나 불안하다면 스스로에게 호가 나기 마련이다.이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는 힘들다.(중략....) 그는 내가 1분이라도 앉아서 마음챙김을 연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자신에게 친절한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해지면 그 친절을 타인들에게 전할 마음의 준비가 된다고, 끊임없는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생각과 자책하는 마음으로부터 잠시 자신에게 휴식을 주라고 했다. 


98p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게 된다. 정신이 점점 멍해지며 특히 상태가 안 좋은 날엔 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게 된다. 코르티솔은 또한 뉴런의 생성과 상호 연결 능력을 약화시킨다. 이렇게 뉴런이 괴사되기 시작하면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사고의 악순환에 갇힐 수 밖에 없다. 


133p

마음챙김 연습을 하면서 나는 '우울하다' 대신 '우울증이 왔구나'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작지만 중요한 일이다. 물 아래로 가라앉기보다는 물결을 타려 한다. 행운을 빌어 주길


134p

정신적 무감각의 온전한 무게에 나는 그만 무릎을 꿇고 그냥 몸을 맡겼다. 나는 항복했고 자신을 용서했으며 당장 정신 못 차리겠냐고 스스로를 질책하지도 않았다. 그냥 받아들였다. 먹을 것도 충분하고 진짜 프라다 가방도 있는데 뭐가 문제내냐고 호통치는 내면의 목소리를 다스리지 않아도, 병이 든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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