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숙소를 검색하던 중에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한 차례 광풍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에어비앤비를 선택하게 된 건 에어비앤비라는 신문물을 접해보고 싶은 생각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삿포로처럼 물가가 비싼 도시에서는 비즈니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보다 에어비앤비가 더 저렴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에이 설마라고 나도 처음에 생각했었다. 게스트 하우스가 더 비싸다고? 진짜 그렇다. 아래는 증거 사진

0. 에어비앤비보다 게스트하우스가 비싸다.

내가 숙박하기로 한 11월 12일부터 14일에 이용 가능한 단 하나의 숙소다(다른 숙소는 다 찼음) 

2인 이용 1박 가격이 133,345원이다. 2인실이 없고 3인실에서 2인이 자기 때문에 그런게 아니다. 방당 가격이 아니라 인당 가격을 책정하는 구조기 때문에 2명이 133,345원인거다. 아래 약간 작게 방 사진이 보이는데..하룻밤에 13만원 짜리 방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 방 뿐만 아니라 공용공간이나 전체 시설 또한 그정도 가격과는 거리가 멀다. 저 가격이면 비즈니스 호텔급이어야 하는데..저렴함의 대명사인 게스트하우스도 삿포로의 높은 물가에는 어쩔 수 없나보다. 

더 많은 사진은 http://www.korean.hostelworld.com/hosteldetails.php/Khaosan-Sapporo-Family-Hostel/satporo/81509?dateFrom=2016-11-12&dateTo=2016-11-14&number_of_guests=2&sc_pos=1

내가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를 보자

일단 가겨이 싸다. 인당 가격인데 2인일 경우엔 113,064원다. 아까 그 게스트하우스보다 2만원 가량 싸지?

거실 사진이다. 더 많은 사진은 https://www.airbnb.co.kr/rooms/15014007?wl_source=list&wl_id=17758663&role=owner&adults=1&children=0&infants=0 

채광에 반한 것도 있지만, 집 한채에 방이 두 개고, 한 방에 최대 4명까지 들어간다고 한다.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그 날은 예약한 사람이 없어서 2일동안 우리 둘이 집 한채를 전세내고 쓸 수 있을꺼라는데.

1. 그래도 게스트하우스가 좋은 점은 있지.

게스트하우스만의 열린 느낌. 침대나 방이 안락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거실로 여행객들이 모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되지. 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니까 억지로 이야기거리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짧은 대화정도는 할 수 있고, 짧은 우정도 나눌 수 있게 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혹은 특정 그룹이서 같이 다니는 여행이라면 독립된 공간을 가지는 것이 가장 좋다. 불특정 다수가 같이 지내는 게스트하우스는 지켜야 하는 룰도 많고, 동행하는 그룹원의 특성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기 때문에 에어비앤비는 적절한 선택이다. 혼자 다니는 여행에 익숙하다보니 동행이 있는 여행에는 더 신경쓰이는게 많다. 게다가 그 동행이 여행이 어색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2. 에어비앤비의 핵심은 집으로 오는 길 설명과 집 사용법 설명 그리고 기타 설명 설명

아무리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해도 낯선 곳에서 길을 찾아가는건 아주아주 어렵다. 게다가 데이터 로밍도 해놓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더욱. 나의 친절한 호스트는 그림과 글과 사진으로 굉장히 쉽게 설명을 해 주었지만, 이 쉬운 설명도 영어가 익숙치 않거나, 아니면 낯선 곳에서 길을 찾는데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서울 것이다. 

내가 묵는 숙소는 오피스텔이었는데, 오피스텔 키를 찾는 방법과 오피스텔까지 찾아가는 방법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처음에 이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많이 헷갈렸다. 오피스텔 키가 오피스텔에서 떨어져 있을꺼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으니깐.

어찌어찌 방으로 들어가니 깔끔하게 정리된 식탁 위에 쓰레기 버리는 법, 온수 사용법, TV사용법 등등 각종 설명이 가득했다. 호스트가 같이 머물지 않는 방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렇게까지 설명을 해야 하나'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써 있는 설명서를 보면서 - TV켜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 이 호스트가 얼마나 준비를 열심히 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3. 게스트로서의 마음가짐

에어비앤비에 머무는게 마냥 편하지 만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는 거실에만 나가도 각종 투어 정보나 먼저 여행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뭘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됐는데, 여기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물론 관광안내소를 가는 것으로 대체할 수는 있지만. 여행지에서의 정보 습득이 브로셔, 홈페이지로만 이루어 진다는건 내가 바라던 바는 아니다.

게다가 집주인이 있는 집에 신세를 지는 느낌이라서 체크아웃 할 때에는 가능한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수건도 한데 모아 놓고, 욕실에 머리카락도 떼어놓고 등등.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인실에 머문다고 해도 이렇게까진느 하지않았을 텐데, 내가 왜 이렇게 하나 생각해보니 호스트의 피드백 때문이다. 다음에 에어비앤비를 또 이용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나에 대해 평가한다는 생각이 있으면 함부로 행동하기 어렵다.  

에어비앤비의 평가 제도가 생각외로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을음 알 수 있다. 

종량제 봉투에 넣어놓은 쓰레기. 

쓰레기 봉지에 한국어로 쓰레기라고 써 있는게 신기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가봄


4. 내가 호스트가 된다면

이라는 생각을 간간히 했는데, 게스트와 같이 사는 호스트가 되는게 훨씬 더 쉬울 것 같다. 게스트와 따로 있으면 실시간으로 오는 질문에 대응해 주어야 하고, 설명도 엄청 꼼꼼히 해야 하고 게스트와 같이 놀 수도 없다. 수억만의 사람 중에서 나와 인연이 닿은 낯선 나라의 여행자와 좀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야 하지 않은가. 


거실에서 바라본 풍경. 이 풍경을 보기 위해 거실에서 잠을 잤다. 

저 멀리 오도리 공원의 TV 타워가 보인다. 


숙소 바로 앞에는 나카지마 공원이 있어서(한자로는 가운데 중에 새 조 자를 써서 엄마는 중조공원이라고 부르심) 마지막날 남는 시간에 잠깐 산책을 했다. 입장할 만한 곳도 있어 보였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둘러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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