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세계일주 허니문, 달랑 150만원 들고 ‘훌쩍’
장우혁·안은지 부부
  • ◇호주 타운즈빌                                                      ◇이탈리아 피렌체 두오모 성당
    요즘 같은 팍팍한 시기일수록 세계일주는 수많은 이들의 꿈이다. 장우혁(31)·안은지(29)씨 부부는 지난 1년 동안 신혼여행으로 세계일주를 떠났다. 이쯤에서 “돈이 많은가 보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들은 평범한 월급쟁이였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바로 직업전선에 복귀했다. 단돈 150만원을 들고 떠나 호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현실의 족쇄를 과감하게 벗어던진 대가로 이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함께 헤쳐갈 자신감을 얻었다. 원래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던 장·안씨 부부는 여행을 다녀온 뒤 더욱 닮은 모습이 되었다.

    ◇세계일주 신혼여행을 다녀온 장우혁·안은지 부부.                                                               송원영 기자
    #부부만의 시간 갖기 위해 여행 결심

    이들이 긴 신혼여행을 결심한 계기는 사실 단순하다. 각각 홍보대행사와 디자인회사에 다니면서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던 이들은 제대로 데이트할 시간을 갖기가 힘들었다. 결혼을 하더라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결혼 날짜를 잡을 무렵부터 여행 준비를 시작해 각각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거나 휴직을 하고 지난해 12월 호주 멜버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주머니에 있던 돈은 축의금의 일부인 150만원. “정 안 되면 농장에서 바나나라도 따며 먹고살자”는 생각이었다. 여행 초반 7개월 동안 장씨는 식당, 안씨는 커피숍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며 현지생활에 적응하고 2000여만원의 여행 경비를 모았다. 장씨는 “처음에는 호주에서 정식으로 일을 하려고 인터뷰를 잡아놓았는데 막상 가 보니 현지인조차 일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앞이 캄캄해졌다”며 “수십 군데 이력서를 넣은 끝에 다단계 회사에도 끌려가 보고, 결국 세계적인 퓨전 일식당에 들어가 안정적으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두 부부는 학창시절 아르바이트 경험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일의 고됨보다는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컸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재미도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마무리할 무렵 안씨의 몸에 마비 증상이 왔다. 의사는 “면역력이 약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며칠 동안 앓으면서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 안씨는 자연스럽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장씨는 “여행을 하다 보니 모든 사회적 끈이 없는 상태에서 둘만의 본질적인 끈만 남게 됐다”며 “아내가 아팠을 때 평생 같이 갈 동반자라는 생각을 절실하게 느끼고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고 회상했다. 

    ◇여행 도중 만난 커플에게 부부탈을 씌워주며 사랑의 의미를 되새겼다.
    #거리에서 사랑의 의미를 묻다


    신혼여행 전반기가 아르바이트와 현지체험이라면, 후반기는 본격적인 여행이었다. 항공사 연합체에서 발행하는 ‘세계일주 항공권’을 구입하려고 생각도 해봤지만, 돈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부부가 가보지 않은 곳 위주로 여유 있게 일정을 짰다. 2달간 호주일주를 한 뒤 두바이를 거쳐 유럽여행을 했다. 교통편만 제공해 주는 ‘탑덱(topdeck)’이라는 유럽 여행상품도 이용했다.

    이들은 집중적인 여행을 위해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미 농장일까지 생각하고 왔기에 집에서 버릴 만한 옷만 잔뜩 싸갔고, 계절이 바뀌어도 새로운 옷은 사지 않았다. 음식은 주로 대형마트의 저렴한 자체 브랜드 제품을 사먹었다. 대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신혼부부로서 필요할 만한 살림도구와 집안 소품 등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돈이 들지 않는 추억을 만드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 여행 중 만난 커플에게 사랑의 의미를 묻는 ‘인터뷰’를 하고, 한국에서 가져간 부부탈을 씌워 주며 오랜 사랑을 기원한 것 등이다.

    안씨는 “신혼여행을 시작하면서 결혼했거나 오래 사귄 연인들의 사랑에 대한 진솔한 얘기가 궁금했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사랑도 발전시킬 수 있었고,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사랑의 체험을 동시에 전해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부부는 여행 뒤 그토록 지긋지긋했던 삶의 소중함과 함께 자신감을 얻었다.

    “그동안 너무 치열하게 살다가 1년의 여행을 하면서 즐기면서 일하는 법과 여유를 배웠어요. 힘든 일도 많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앞에 두고 배우자를 많이 알게 됐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둘이 함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보자는 생각으로 떠났는데 생각지 못한 교훈을 얻은 거죠.”

    ◇이탈리아 로마                          ◇이탈리아 베네치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공통의 관심사와 공공의 적을 만들어라”


    친한 친구끼리도 장기간 여행은 쉽지 않다. 신혼여행을 갔다가 부부싸움을 한 뒤 바로 이혼하기도 하는 세상이다. 1년 내내 붙어다닌 이들 부부가 전하는 ‘부부싸움 안 하는’ 팁을 소개한다.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어라=연애시절에는 사진과 여행이 공통 관심사였고, 여행 중에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함께 보는 것으로 소박한 일정을 공유했다.

    ▲‘공공의 적’을 만들어라=여행 중 여러 사람과 마주치면서 불만도 많았다. 그때마다 부부만의 ‘공공의 적’을 만들어 “우리 저렇게 살지 말자”는 식으로 해소하면 부부는 ‘동맹을 맺은 연합군’이 된다.

    ▲나 자신의 반쪽을 버려라=신혼여행이 끝나고 보니 조금씩 자신의 반을 버리고 상대방의 반을 가진 것을 발견했다.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것은 물론이다.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라=하늘에 맹세한 부부의 연은 ‘안 보면 그만’인 관계가 아니다. 서로 이해해 주길 바라기 전에 먼저 조금이라도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면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린다.

    ▲먼저 지는 것이 결국 이기는 것이다=서로 다른 점을 힘으로 누르겠다고 하는 발상은 위험하다. 둘 중의 한 명은 다치게 마련이다. 먼저 지려고 하면 둘 다 이길 수밖에 없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footnote][/footnote]세계일보

신혼여행을 1년 반동안 세계로 가는 래퍼

청년 여행 2009/05/08 08:39 꺄르르

 

랩하는 박하 @조필완

전국 인문학책방을 순회하며 랩공연을 하는 래퍼가 있지요. 바로 박하재홍씨죠. 4월 3일 서울 통인동 <길담서원>을 시작으로 광주 <청년 글방>, 부산 <인디고 서원>, 홍성 <느티나무 헌책방>을 거쳐 5월 10일 인천 <아벨 서점>을 끝으로 전국 10군데 인문학 책방에서 힙합 공연을 펼쳤지요.

그런 그에게 좋은 소식이 생겼습니다. 5월 30일에 결혼을 한 뒤, 조금 특별한 신혼여행을 간다고 하네요. 6월 1일부터 1년 6개월 동안 세계여행을 가는 거죠. 남들 다 가는 발리나 몰디브를 안 가고, 세계로 나서는 신랑신부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박하재홍씨를 만나 신혼여행과 젊은이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유럽을 거쳐서 아프리카, 호주, 남미를 지나 북미에서 돌아오는 1년 6개월의 신혼여행”

-신혼여행을 세계여행으로 가시는데, 어떤 계획인가요?

“유럽을 거쳐서 아프리카로 내려가 호주로, 다시 남미를 지나 북미에서 돌아와요. 여행은 떠난다는 거에 의미가 있는 거죠. 그래도 중간 중간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있죠. 프랑스 스쾃이랑 팔레스타인 지역. 아프리카는 애정이 많아서 지금 알아보고 있어요. 아프리카 문제는 해결되지도 않고, 해결될 기미가 없어서 심각한 실정인데, 직접 느껴보고 싶어요.

사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음악들은 아프리카에서 온 거잖아요. 아프리카에서 음악이 나왔지만 오히려 그 곳에서는 음악을 즐길 여유가 없어요. 리듬감을 타고난 사람들이지만 음악을 부르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못하고 있죠. 음악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으로서 아프리카가 곤경에 처해있는 건 상당히 슬픈 일이죠. 아프리카에 가서 어떤 곳인지 느껴보고 나중에 음악으로 헌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세계여행을 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결정하신 계기가 있나요?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서른 살이 되니까, 도시가 지겨워졌어요. 재미가 없어졌어요. 스무 살 때부터 서울 웬만한 데는 다 돌아다녔는데, 돌아다녀봤자 뻔해요. 전시랑 문화 내용이 계속 바뀌는 것은 도시가 좋은데, 풍경자체는 뻔하기 때문에 지겨워졌어요. 바로 도시를 떠나는 건 재미가 없으니까 여행을 갔다 오고 나서 도시를 떠날지 결정해보려고 해요. 변화하는 과도기죠.

요즘은 세계여행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돈도 엄청 많이 드는 게 아니에요. 어학연수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한데, 사람들이 세계여행을 오래 못가는 건 불안감 때문이죠. 어학연수를 가면 경력이 생기는데, 여행을 갔다 오면 경력이 안 되잖아요. 생길 수도 있지만 확신이 없으니까 못가는 거 같아요.

제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저한테 활력 줄 수 있는 일을 만들기 위해서예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여행가면 즐긴다기보다는 집에 돌아오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래도 여행은 활력이 되죠. 여행을 오래 가면 여행자체에서 힘을 얻고, 집에 가고 싶은 그리움이 증폭되어서 집에 돌아오면 안도감과 함께 재충전이 되는 거죠.”

이탈리아 ,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호주, 중국구채구, 아르헨티나, 중국둔황, 볼리비아, 브라질,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황아이린

-도시가 왜 지겨워졌나요?

“폐지 줍는 사람들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요. 지금은 40대도 줍는데, 당연히 기운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유리하겠죠. 그 분들은 트럭이랑 오토바이도 이용하더라고요. 폐지 줍는 사람 사이에도 양극화가 되는 거죠. 제가 책방을 하면서 돈을 주고 팔수도 있었지만 도와주고자 폐지 줍는 사람들에게 많이 드렸어요. 동네에 폐지 줍는 분이 너무 많았는데, 고정적으로 오는 분만 다섯 분이었고, 나눠서 드렸죠.

도시에서는 45살 이후에 할 게 없어요. 당장 취업하더라도 50살 전에 나오게 돼요. 사람들은 일단 돈을 많이 벌어서 부동산을 하겠다는데, 그 정도 능력 있는 사람은 상당히 위에 있는 사람들이고 중간에 있는 무수한 사람들은 이도저도 할 수 없거든요. 앞으로 국가정책과 경제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바뀌겠지만 도시는 노인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더 심각한 문제는 복지문제가 아니라 노인들의 가치상실이에요. 이것은 복지로 안 되는 거예요. 사실, 도와준다는 것은 나이 든 사람을 사회 짐으로 여기는 거고, 경제 주체로 안 보는 거죠. 사회 복지는 그 짐을 어디까지 맡을 수 있냐 결정하는 거고, 그게 복지의 한계죠. 충분히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데도 말이죠.

나이 들어서도 가치가 있는 일을 생산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그런 부분을 고민하는 편이에요. 나이 들어서 활력을 잃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은데, 그렇다면 앞으로 뭐를 할 것인가 고민하는 거죠. 결론은, 완벽한 전문가가 되지 않는 이상, 나이 들어서도 가치 있는 사람으로서 살 수 있는 건, 농사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자급자족적인 일에 관심이 가고 끌리는 상태에요.”


“돈도 많이 벌면서 여가 생활도 바라는데, 둘을 충족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

-요즘 젊은이들은 활력이 없습니다. 주눅 든 모습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경제적인 위축감이 다 있죠. 사람마다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한 마디로 말하긴 힘든 일이죠. 정말 집안에 도움을 줘야하기에 돈을 당장 벌어야하는 사람은 벌어야 하는 거죠. 돈을 빨리 벌겠다는 자기 생각이 확실히 있어서 돈에 전념하는 사람은 상관없어요. 엄청난 엘리트가 되어서 대기업 CEO가 되겠다는 사람도 상관없죠.

그런데 대부분 어중간한 사람들은 갈등을 해요. 경제 형편의 윤택함도 찾으면서 생활의 여유도 원하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둘을 충족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돈을 많이 벌지만 생활에 여유를 많이 없애서 위축되게 살 것이냐 돈을 적게 벌고 더 자유롭게 살 것인가 고민해야 하죠. 경제 형편이 너무 쪼달리면 자신감이 위축되겠지만 수입을 줄인다는 건 단순히 돈을 적게 번다는 게 아니라 노동을 줄여서 여가를 즐기겠다는 거니까, 자기가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한계를 설정해봐야 해요.

저는 대학을 2학년 때 그만뒀어요. 일을 하면서 방송대를 다녔죠. 중간에 대학을 그만뒀던 이유가 제게 활력이 없는 거예요. 일단 돈이 많이 드니까 심리적 위축감이 있더라고요. 경제문제 뿐 아니라 학비가 비싼 만큼 뭔가를 반드시 해야 될 거 같은 압박감이 있는 거죠. 대학을 포기하고, 여러 일을 하면서 저한테 활력 줄 수 있는 일을 계속 찾다가 ‘아름다운 가게’에 들어왔죠.

기부와 나눔문화를 전국에 퍼뜨린 아름다운 가게 홈페이지 @아름다운 가게

 

아름다운가게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그 월급으로 어떻게 사냐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돈을 적게 쓰니까 저에게는 월급이 부족하지가 않고 너무 많은 거예요. 경제 형편이 여유롭다는 것은 수입보다 지출이 적다는 건데, 지출을 고려하지 않고 수입만 따지죠. 어떤 사람에게는 200만원이면 되게 적은 돈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많을 수 있는 거예요. 수입만 보고, 너 별로 못 버네, 이러는 거예요. 난 돈이 남는데, 왜 그러지, 생각이 들죠.”

-사람들이 수입만 생각했지 지출을 고려하지 않는군요.

“수입도 고민해야겠지만 지출에 대한 고민을 사람들이 해야 될 거 같아요. 도시는 소비를 극대화하잖아요. 직장인들이 테이크아웃 커피 마시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졌는데, 커피 한잔에 싸야 2500원, 3000원이에요. 식비가 2배로 느는 거죠. 남들이 다 뽑아먹는데 자기가 안 뽑아먹으면 위축감이 드니까 자기도 뽑아 먹게 되죠.

남들과 똑같이 소비하지 않으면 위축감이 들잖아요. 이 위축감을 해소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려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는 방법밖에 없어요. 제가 말하는 자신감은 자기가 잘났다는 자신감 말고 누구를 만나도 위축되지 않는 자신감이에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자존감이죠.

정말 잘난 사람을 만나도 서로의 장점을 같이 인정하는 거죠. 지금 사람들은 누굴 만나도 위축되게 되어있어요. 훌륭한 사람을 만나서 즐거운 게 아니라, 절로 숙여지죠. 사회 관념상 비교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축되면서 들어가요. 남과 비교하지 않는 자신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죠.

저도 고민하고 있는데, 조금은 진전이 있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상업음악 듣는 사람하고는 안 놀겠다는 일종의 비교의식이 있었어요. 인디음악을 계속할 때, 상대방과 구별 지으면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는 심리가 강했죠. 저들은 속물이야, 저 사람보다 내가 더 잘났어, 스스로 주문을 걸었는데, 요즘은 좀 나아졌어요. 저 사람은 저 사람대로 훌륭하게 살고 있고 나는 나대로 잘 살고 있으니까 문제될 게 없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요.”

“자기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위축되지 않으려면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결론은 하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벗어나게 되어있어요. 돈을 많이 벌고 안 벌고를 떠나 자기 하는 일에 만족감을 느끼면 타인의 시선을 안 느끼게 돼요. 제가 감명 깊게 본 게, 30년째 동대문시장에서 가위 갈아주는 할아버지에요. 좁은 곳에서 재단사 가위를 가는데, 위축되는 게 없어요. 별 거 아니지만 자기한테는 소중한 일이고 좋은 일이라면서 가위를 가시더라고요. 이렇게 자기에게 만족감 줄 수 있는 걸 찾으면 된다는 거죠.

회사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즐거워하는 사람이 없어요. 월급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자기가 이용당하고 있다며, 회사가 자기 능력을 뽑아먹고 있대요. 물론, 자기 능력을 계발하면서 CEO를 꿈꾸는 사람은 괜찮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회사에 들어가면, 이건 아니다 싶기에 다른 삶을 갈구하게 되어있어요.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여가 생활이나 봉사활동으로 해소할 수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일 자체에서 활력을 얻는 거겠죠.

 

원치 않은 일을 하면, 20년전이나 지금이나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KBS

지금, 대학생들 눈이 너무 높아요. 하고 싶은 일이 다 화이트칼라에요. 대학만 가면 사무직은 아니라도 생산직을 벗어난 뭔가 있어 보이는 직업을 선호하게 되죠. 만족하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한데, 수요가 맞지 않아요. 자기 스펙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설정해놓았는데, 너무 경쟁이 치열하다보니까 일이 없죠. 도태되는 사람도 많아지고.

이 문제 해결책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대학을 다들 가니까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죠. 저도 대학중퇴를 했지만 대학 경험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고등학교까지 억눌려있던 걸 저도 대학가서 폭발시키면서 해방감을 가졌거든요. 정확하게 말하면 눈을 낮추라는 건데, 문자로만 해석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과 비슷한데, 오해가 있을 수 있죠. 저는 대학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앞으로 음악 계획은 어떤가요?

“누구나 자기가 직접 만들어내고 싶은 욕구는 똑같아요. 창작을 할 때 보면, 그걸로 돈을 벌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이것을 어디에 써먹어야겠다는 거와 상관없이 창작이 자기에게 큰 힘을 주기 때문에 창작을 하는 거죠. 창작의 근원은 내면의 충족이에요. 쉽게 말해서 요즘 DIY가 인가 많잖아요. 미술이나 음악이나 어떤 거나.

문제는 창작이란 것이 지속하기가 어려워요. 되게 오묘한 게 창작의 과정은 자기 내면과의 대화인데, 활력을 돌려주는 것은 외부로부터 오게 되어있어요. 가끔 취미로 음악을 만들어 혼자 듣는다면 상관없는데, 많은 경우, 음악이 주는 힘은 음악에 동감하는 사람들에게서 오거든요. 사람들과 음악을 나누고 동감을 받고 싶은 거죠. 이 두 가지를 절충하기가 어려워요.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음악 하는 사람은 다 그러거든요. 무대가 없으면 음악을 계속할 수가 없어요. 음악을 발표할 수 있는 무대가 되게 중요한데, 저는 음악도 제가 만들고, 발표할 장소도 제가 만들고 관객도 제가 만나요. 제가 만들지 않으면 힘을 못 받아요. 한마디로 DIY로 작업을 하는 거죠.

음악으로 지속적으로 돈을 벌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요. 굉장히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어야 돈을 벌수 있는데, 그것은 단순히 예술성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시대성에 맞아야 하거든요. 기획사들은 계속 인기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지만, 가수는 계속 인기를 얻을 수 없어요. 자기 음악을 만든다고 했을 때, 시대는 계속 달라지기에 시대에 부합되기도, 안 되기도 하거든요.

성공했다는 가수도 수십 년 동안 인기를 끌기란 어렵죠. 아무리 인기가수라 할지라도 하루 종일 음악을 하는 거 아니고, 다들 투잡, 스리잡을 해요. 저도 최대한 여가시간을 집중해서 충분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데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저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고 음악작업을 하고 있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음악을 계속 만들어내고 싶네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대로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나이. 영화 <행복을 찾아서> @콜럼비아 픽쳐스

 

한 번도 굶어본 적 없건만 배고픔의 공포에 사로잡힌 젊은이들, 늘 꿈에 고파 허기져 있다

신혼여행을 세계로 떠나는 박하재홍씨 얼굴은 무척 밝더군요. 신혼 단꿈에 젖어있거나 세계 여행에 설레 하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며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자기 계획을 부풀려서 자랑하거나 자기 흠을 숨기려 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그대로 인정하고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 깊네요.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벌이고 즐기는 모습이지요. 세계를 돌아보는 1년 6개월의 여행이 그를 더 성장시키겠죠.

많은 회사원들이 1년도 아니고, 제발 1주일이라도 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살지요. 그리고 가슴 속에는 여행에 대한 환상이 뭉게뭉게 피어나죠. ‘여행=떠남’을 통해 ‘일=괴로움’을 해소하려는 보상심리죠. 책방에서는 여행서가 불티나게 팔리며 여기를 벗어나 저기로 가겠다는 사람들의 가려운 마음을 긁어주고 있습니다. 여행서를 읽으며 잠깐 대리만족은 되겠으나 일에 대한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죠.

그럼 어떡하느냐, 돈은 벌어야 하는데, 라고 젊은이들은 하소연을 합니다. 안정된 일을 하자니 지루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니 인생이 배고플 거 같다며, 그래도 배고픈 건 싫으니까 안정된 일로 고개를 돌립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면 돈을 못 벌죠. 왜냐하면 좋아만 할 뿐 스스로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까요.

정말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을 그 일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노동이 삶이고 자아실현이고 놀이가 되는 사람들이죠. 그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닦아놓은 곳으로 사람들이 고용되어 돈을 조금 받으면서 살아가는 겁니다. 그러면서 일 많이 하는 사장이 워킹홀릭이라고 투덜거리죠. 그는 일중독이 아니라 그 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 괴로운 건 그 일을 자신이 원치 않기 때문이죠. 당연히 일에 재미가 없고 주눅 들게 되어있죠. 이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굶어본 적 없는 젊은이들은 ‘배고픔의 공포’에 휩싸여 무조건 안정된 일만 찾고 있습니다. 자신감 없이 늘 ‘꿈에 고파’ 허기져 있는 젊은이들,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지 못한 채 그렇게 흘러가는 청춘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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