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눈물>을 아시는지?

시청률 20%를 찍는 기염을 토하며 우리 국민의 수준이 이 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 될 정도의 다큐멘터리.

 


아마존에 사는 부족을 중심으로 그들의 일상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마존이라는 지역이 가진 이슈와 연결 짓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은 분명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한 장치였다. 바로 환경 문제로 들어가지 않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킨 후에 '밀림'아마존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아마존으로 접근한 덕분에 다큐멘터리, 특히 환경 다큐멘터리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몰입하고, 그 결과 아마존이라는 지역을 딴 나라 낯선 동네가 아니라 조에족의 무닌이 사는 곳이라고 인식한다면 자연스럽게 아마존의 환경 문제에까지 관심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아마존의 눈물>은 내실을 모두 얻은 훌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내가 <아마존의 눈물>을 보면서 불편했던 이유는 그 인기 비결과 동일하다. 남들이 힘들게 만든 다큐 잘 보고나서 웬 딴소리냐고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 본 1人으로서 이 불편함은 단순히 <아마존의 눈물>뿐만 아니라 여타 다른 다큐를 볼 때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TV에 방영되는 모든 방송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PD가 방송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이외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 참여하고, 특히 다큐멘터리의 경우는 제작기간이 몇 년에 걸쳐서 이뤄지는 경우도 부지기수기 때문에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사람들은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 데에 자신들의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하는데, 이 과정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보여주는 것에 더하여 원래 방송을 촬영하는 목적, ‘기획의도’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착각에 대한 다큐를 방영한다고 하자. 프로그램의 요지는 인간의 착각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착각의 실체를 파헤치는 것이다. (EBS에서 방영한 인간의 두 얼굴 참조) 이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중에 만약 다른 사람들과 달리 유별나게 착각 인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피실험자로 참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열심히 촬영을 한다고 해도 제작진이 마련해 놓은 착각의 장치들을 모두 피하기 때문에 결국은 편집 과정에서 제외되기 마련이다. 결국 우리가 보는 것은 착각에 지배당하는 보통의 사람들 뿐이며 그 결과 더욱 공감이 가는 상황을 연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의도와는 어긋나는 결과물들을 제외하는 것을 나쁘게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방송이 편집과 촬영자의 의도가 녹아 있는 하나의 ‘산출물’임을 알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획의도’의 아래에 있는 ‘산출물’또는 ‘창작물’임을. 물론 <아마존의 눈물>도 예외는 아니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결혼식 장면을 기억 하시는지?

1년 내내 축제를 하는 부족은 그 축제 기간에만 결혼을 할 수 있고, 제작진은 ‘운 좋게’그 축제 기간에 결혼하는 한 쌍의 남녀를 촬영할 수 있었다.


정말?

덕분에 아마존에 사는 원시 부족의 축제와 결혼, 남녀의 성인식 과정을 모두 살펴 볼 수 있었지만 (결혼의 주체가 되는 남녀는 모두 막 성인식을 마친 인물들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제작진의 연출 또는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막힌 타이밍으로 제작진이 그 시기를 딱 맞췄을 수도 있지만 그 경우는 논외로 하자. 내 글이 너무 뼐쭘해지거든;

나의 의견은 우리가 즐겁게 본 모든 장면들이 제작진의 연출로 이루어진 것이며, 쉽게 말해서 제작진이 그들에게 시켜서, 혹은 부탁해서 의도적으로 촬영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아래의 동영상을 보시라


 

내가 태국 워크캠프에 있을 때에 우리 마을에는 일본의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왔었다. NHN 소속으로 추정되는 그들은 그 작은 시골 마을에 ‘갑자기’ 운동회가 열리고, 일본에서 온 다케다라는 청년이 그 운동회에서 ‘우연히’ 우승으로 하고, 온 마을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다음 여행지로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을 촬영했다. 촬영에는 고작 5시간도 걸리지 않았으며 그들은 아마 <다케다의 세계여행>(가제)를 촬영하고 있었겠지.


 


일 년에 두 번밖에 열리지 않는다는 운동회를 그들은 너무 쉽게 촬영했으며, 또한 그들은 온 마을 사람들에게 중요한 날에만 입는다는 전통 의상을 입히는 힘이 있었다.

 

촬영이 끝난 후에 마을 아이들은 모두 과자 한 봉지씩을 손에 쥐고 다녔고, 어른들은 과자를 살 수 있는 돈을 얻었을 것이다. 물론 마을 전체에 지급된 돈도 있겠지.

한 편으로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며 이해가 가지만, 한 편으로는 굉장히 불편했다. 굳이 다케다는 운동회에서 우승을 해야 했을까? 그냥 시골 마을에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좀 더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순진한 시청자의 의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촬영장면을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그것을 만들 수 있는 TV의 힘, 돈의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시 <아마존의 눈물>로 돌아가자.

나는 십중팔구 마지막 장면에는 제작진의 노력(물질적인 또는 그 어떤)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 돈 주면 쉽게 찍을 수 있는 장면을 일부러 기다려가며 촬영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때문에 차라리 이 장면이 없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성형미인에게 ‘예쁘기는 한데 자연스럽지가 않아’라고 말 하는 꼴이 되기는 했지만, <아마존의 눈물>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아마존에 사는 부족의 소소한 일상을 우리의 삶처럼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억지로 결혼 장면을 연출한 것은 오히려 이 프로그램에 있어서 ‘옥의 티’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그냥 앞의 조에족 편처럼 그들의 일상을 보여 주면 어땠을까? 같은 아마존에 살기는 하지만 외모부터 생활습관까지 어느 것 하나 같은 점이 없는 그들이었는데, 그렇게 소소한 일상을 보여 주었어도 지금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존의 눈물>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이런 문구가 보인다.

 

과연 내가 본 것이 진짜 아마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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