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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카테고리가 너무 안쓰러워서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엇다.
아니 이러면 진짜 내가 책 안 읽는 사람 같잖아??!!! 나 책 읽는 사람이라구!!! 독후감을 안 쓸 뿐이지...
도서관 반납일까지 하루 미루면서까지 후기를 남기는 첫 번째 책.
<내 여자친구는 여행중>
이상하게 여행을 가기 전에 내 손에 들려 있덕 책에는 꼭 여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는데, 막상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까 그런 책을 보는 일이 거의 없다.
여행 좀 다녀왔다고 위세 떠는 게 아니라, 어떤 책을 읽던지 나의 그것과 자꾸 비교하게 되니까 어쩔 수가 없더라. 여행 서적에서 속삭거리는 익사이팅하고 어머이징한 일 들을 당연히 나는 겪지 못했거덩. 나는 적당한 정도로 평범하고 적당한 정도로 특별한 그런 여행을 했다. 특별한 일들은 내가 한국에 살았을 때보다 조금 더 빈도수가 높았을 뿐인데, 다른 사람의 여행기에서는 뭔놈의 사건사고가 그렇게 많이들 일어나는지.
뭐 각설하고, 그 와중에서도 난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가 도중에 끝나버린 느낌이 있어서 조금 아쉽지만, 내 가슴이 느끼기만 했던 것들을 이 책은 글로 풀어준다.
'아, 맞아 나도 그랬었지'하는 생각이 드는 구절이 너무너무 많다.
기내식도 다 먹고 푹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 도착시간까지 5시간이나 남아 있을 때
큰 가방을 끌며 숙소를 찾아가는데
해는 벌써 져 버리고 배는 고프고 다리는 아프고
후드티를 입은 불량스러운 남자들이
곤니치와 니하오마 남의 나라 말로 ㅜ작을 걸어올 때
힘들게 찾아간 박물관에 생각보다 볼 게 별로 없을 때
메뉴판 사진을 보고 10유로짜리 음식을 주문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시킨 것은 34유로일 때
새벽에 문득 잠을 깼는데 여기가 어디인지 모를 것 같을 때
무거운 생수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오다가 문득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을 때
잊지 말아요 언제든 전화해도 된다는 걸
벌써 지겨워졌냐고 놀리지도 않을 거란 걸
아무 때나 돌아와도 된다는 걸….
메모리 카드가 잘못되서 사진이 다 날아가면 어떡하지? 하긴, 휴대폰이 있으니까.
아, 나 만화책은 확실히 반납하게 맞지? 갔다 왔더니 연체료만 몇 만원 나오면 큰일인데. 아냐, 분명히 반납했어.
혹시 모르니까 동생한테 문자라도 해야곘다. 참 거기 서머타임이 언제까지더라. 설마 비행기 놓치는 일은 없겠지?
그래, 걱정하지 말자. 다 괜찮을 거야. 무조건 다 잘될거야.
무심히 흐르고 있는 그 많은 시간 중에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 길지 않은 시간을 나누는 것, 서운한 마음과 힘찬 포옹 한 번으로 영영 헤어지지만 두고두고 잊지 못할 기억을 마음에 남기는 것, 어쩌면 여행은 그런 것인지도,
시간이 지나도 다시 생각날 구절들.
인용구에서 짐각이 가겠지만 주인공은 무려 10일짜리 휴가를 던지고 여행을 갔지만 성격은 전혀 대범하지 않다.
소심하고, 낯선 사람을 만날 때는 약간의 계산도 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속상해한다.
이런 인간적인 모습이 나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바가지를 왕창 뒤집에 써도 그럴수도 있지 뭐. 하면서 넘어가고, 수십의 삐끼 앞에서도 의연하며, 낯선 사람을 만나면 오바마 대통령 저리 가라는 듯한 미소를 뿜으면서 5분만에 친해지는 여행자들의 여행기만 만나다가 (적어도 그들은 도미토리 문을 열면서 '웃는 연습'을 할까 말까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없이 솔직한 마음을 만나니 반갑기까지 했다.
다시 내가 여행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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