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상반기 채용 시즌이다. 어느새 나도 5년차 직장이 되어버리고, 아 시간 참 빠르다.

최근 회사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아 내가 이제 내 몫을 하는 사람이 되었구나'하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 일을 할만한 놈이니까 요구를 하겠지. 


내가 취업 준비를 한 시기는 2011년 하반기다. 귀국하고 바로 7학기를 다녔고, 낮은 학점을 채운다고 재수강에 재수강에 재수강을 하면서 막연하게 여름에는 가고 싶은 회사에 인턴이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누가 들어도 아는 회사였지만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은 소수였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은 마음으로 인턴을 했다.다행히 내가 잘 지낼 수 있는 곳이었고 회사도 내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는지 2달 계약직 신분에서 정직원으로 채용된게 내 취업 스토리의 전부다. 


사실 취직이 쉽게 된 편이라서 그런지 자소서를 수백통 썼다는 이야기나 취업이 안되서 2~3년씩 학기를 미루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면 그게 그냥 미디어에서 말하는 하나의 현상처럼 느껴졌다. 뭐든 내가 직접 느끼지 않으면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법이지만..


다만 늘 어딘가에 속해 있다가 어디로 속할 지를 결정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의 혼란은 어떤 길을 가든지 똑같을 꺼다. 

나는 사는데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부터 선배들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었다.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살면 더 잘/제대로/아프지 않게 살 수 있는지 물으러 다녔다. 그러면서 연장자들을 만나 고견을 묻기도 했다. 고견이라고 하니 무거워 보이는데, 사실 밥먹는 자리에서 '언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물음이었을 뿐이다. 강연도 많이 들었다. 학교로 찾아오는 정치, 경제, 문학, 예술 분야의 명사들 강의는 빼놓지 않고 갔었다. 그러면서 꼭 마지막 시간에는 질문을 했다. 무슨 질문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들의 생각이 참 많이도 궁금했던 것 같다. 


내가 받은 도움을 돌려주고자 몇 년 전부터 멘토 활동을 한다. 잇다(itta.com)라는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질문에 답을 써 주는 형식인데,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고 내 생각을 조리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고마운 서비스다. 글을 쓰면서도 내가 꼰대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인데 내 얘기를 듣고 싶어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우연찮게 이번년도 인턴사원 서류심사를 하고, 잇다에서 하는 취업토크쇼(잡생각)을 가면서 사회인이 되는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을 했다. 대부분 취직이라는 말로 표현하지만 사실 취직은 생산활동 수단 중에 하나일 뿐이다. 프리랜서로 일을 할 수도 있고 창업을 할 수도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반드시 대학생의 다음 진로가 취직이 되서는 안 된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다만 늘 어딘가에 속해 있다가 어디로 속할 지를 결정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의 혼란은 어떤 길을 가든지 똑같을 꺼다. 대학 진학 할 때도 선택하지 않았냐고? 그건 너무 오래 전인데다가 고등학생중에 자기의 진로를 미리 정해서 대학을 정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게다가 복수 전공이나 자율전공제로 운영하는 학교도 많기 때문에 진정한 진로는 대학 졸업 후부터 정해진다고 보는게 맞다.


나는 화폐는 가치의 교환수단이라고 배웠다. 

사회인이 되면서 가장 먼저 바꾸어야 하는 것은 '나 라는 존재에 대한 세상의 생각'이다. 무슨 소리냐고?

졸업하기 전에는 몰랐을 꺼다. 나의 노동가치가 얼마인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학교라는 소속을 벗어나 맨 먼저 겪는 혼란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 취직을 하든 프리랜서를 하든 생산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일이다.


나는 화폐는 가치의 교환수단이라고 배웠다. 돈의 적고 많음을 떠나서 누군가에게 돈을 받거나 번다는 의미는 나/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재화의 가치를 상대방이 그만큼 인정했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존경을 받는건 이 관념을 너무 맹목적으로 따르기 때문이다. 가치는 양으로 재단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제발 화폐의 양과 가치의 질을 이어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나는 돈을 번다는 행위에 대해서 새롭게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졸업하는 대학생들은 자소서 몇 장 쓰는 것보다 자기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걸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수단이 자소서일 뿐인거다.

나는 세상에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그 능력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재화를 벌 수 있는가? 가치 있어 보이는가? 하는 수 많은 질문들에 대답해야 한다. 그래서 졸업하는 대학생들은 자소서 몇 장 쓰는 것보다 자기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걸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수단이 자소서일 뿐인거다. 아님 면접이든가. 아닌 창업지원센터에 찾아가는 일이던가 블로그를 쓰는 일이던가 암튼 뭐든지. 


취업 문턱에 있는 졸업생들이 뜻하지 않게 자아찾기를 하게 되면서 겪는 혼란이 취업비관 자살이라는 극단적 형태로 나오기도 한다. 세상이 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 나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라는 극단적인 생각의 고리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본다. 나는 분명히 말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회사가 당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냥 당신과 그 회사가 맞지 않는것 뿐이다. 그럼 그 회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다른 회사를 가거나 창업을 하거나 뭐 다른걸 하면 된다. 다른 회사는 돈을 적게 준다고? 화폐의 양과 자신의 가치를 동일시 하면 안 된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걸로 생산활동을 하면 된다. 돈이 부족해서 힘들다면 그 능력을 배가 시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하면 된다. 물론 돈을 벌고 나니 무조건 많은 돈이 필요한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럼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 중요한건 세상에 나의 가치를 설득하는 것이다. 


슈마허는 저서 '굿 워크'의 서문에서 노동의 목적을 세 가지로 정의했다. 

첫째는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하고 유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둘째는 선한 청지기처럼 신이 주신 재능을 잘 발휘하여 타고난 각자의 재능을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셋째는 태생적인 자기중심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협력하기 위해서입니다.

 

일을 통해 세상에 영향을 주고 자기를 완성해야 한다. 일은 돈을 버는것도 아니며 불안한 마음에 어디에 소속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제발 나 얼마 버는지, 언제 퇴근하는지보다 내가 어떤 가치를 주거나 얻고 있는지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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