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연락이 없어서 설마 죽었나? 하시는 분이 혹시 있을지 몰라

이렇게 물어보지도 않은 근황을 적습니다.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설프게나마 지구를 한 바퀴 정도 돌았네요.

   

   

세계일주라는 뽀대나는 이름의 첫 나라는 인도였어요.

인도는 보통 3개월 이상 잡고 가는 곳이라고 했는데, 저는 그 넒은 인도에서도 캘커타에 있는 마더하우스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캘커타에서만 2주 있었네요. 제가 있었던 센터는 임종을 앞두신 분들이 계신 곳이었는데, 별 기술이 없는 저 같은 사람은 설거지나 빨래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매일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오후 12시에 일을 마치고 점심 먹고 낮잠 자는 하루하루 였어요(엄청 더웠거든요 ㅠ)

   

좀 더 인도에 오래 있을까 싶었는데, 여행 떠나기 전에 신청 했던 그라민 은행 인턴이 붙어서 생각지도 않게 방글라데시로 버스 타고 슝슝 넘어 갔어요.

   

그라민 은행은 마이크로 크레딧이라는, 저소득층을 위한 특이한 대출 방식으로 유명한 곳이에요. 최소 한 달에서 두달 간 일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인턴직이었답니다. 방랑벽이 도질 것 같아서 일하는 기간을 최소한인 한 달로 해 놓고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무급 인턴이라 빈약한 지갑을 살찌울 수는 없었지만 사회적 기업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마이크로 크레딧에 대한 개괄적인 지식도 얻을 수 있는 귀중한 한 달 이었어요.

   

게다가 무하마드 유누스 아저씨랑 같이 사진을 찍는 깜짝 이벤트도 있었답니다.

   

개인적으로 방글라데시는 한번 더 가고 싶어요. 순수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거든요. 저처럼 낯선 외국인도 서스럼 없이 집에 초대하고 그런답니다.

   

게다가 그라민 지부에 파견근무 나갔을 때는 마을 사람들이 (뻥 안까고) 천 명 정도가 저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었어요. 외국인이 드문 나라니까 그렇겠지요? 당시에는 무서워서 벌벌 떨었지만 다음에 그런 일이 또 생긴다면 여유있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고 싶어요. 잠시나마 난 연예인이었음 ㅋ

   

슬슬 아시아가 지겨워지던 무렵, 분위기를 확 바뀌보고 싶어서 무려 350불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주고 이집트로 날아갔어요. 초등학생이던 시절부터 피라미드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감히 제가 그걸 실제로 볼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괜히 피라미드. 피라미드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요르단에 있는 페트라도 마찬가지였어요. 유적에는 별로 관심 없었지만, 장엄하다는 표현은 이 때를 위해 있는 것 처럼 정말로 장엄했어요. 3시간 동안 땡볕 아래를 등산 하고 난 뒤에 봐서 그런지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고생하고 난 뒤에는 뭐든 좋아 보이는 법이에요.

   

요르단에서 터키로 가는 길목에 있는 시리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예쁜 여자들을 봤지요. 개인적으로 시리아 여자들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함!

   

중동과 유럽을 섞어 놓은 터키는 정말 놀기 좋은 나라였어요.

다이빙, 페러글라이딩, 산악 오토바이 등 바다, 하늘, 땅에서 놀 것 들이 널려 있었지요. 덕분에 돈도 많이 썼지만 즐거웠답니다. 터키 다음에 넘어간 나라는 그리스에요. 생전 처음 유로 쓰는 나라를 밟았지만 그 물가 때문에 기절하는 줄 알았답니다.

그리스는 크레타 출신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 아저씨 때문에 간 곳이어서 다들 알고 계시는 산토리니 섬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네요. 그냥 매일 밤 니코스 카잔차키스 아저씨 무덤에 놀러 가는 게 더 좋더라구요.

   

이탈리아에서는 유럽 여행을 온 친구들을 만납답니다. 외국에서 이렇게 고향사람? 을 만나니까 정말 좋았어요. 다시 한번 가난한 여행자의 숙박비를 아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려요 꾸벅. 원래 이탈리아는 계획에 없던 나라였는데, WAVB 식구들과 이탈리아 친구를 만나기 위해 간 곳 이었어요. 그라민 은행 인턴 하다가 만나게 된 친구들이었는데, 밀라노에 살고 있다 그래서 염치 없이 공짜 잠을 자고, 친구들과 같이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에도 같이 갔네요. 즐거웠어요.

스페인은 원래 산티아고 데 콤뽀스텔라, 또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라고 불리우는 걷기 여행을 하려고 간 곳 이었어요. 그런데 그 동안 유로 사용에 너무 지쳤고, 남미로 가는 싼 비행기 표를 발견한 덕분에. '정말 걷기 여행이 하고 싶을 때 다시 오자'하는 마음만 남기도 떠났지요. 걷기 여행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여행이라,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거든요. 그냥 쉬운 마음만 먹고 하면 중간에 지쳐서 포기하기 쉬우니까 뒤로 미루었지요.

   

아르헨티나로 오는 싼 비행기표를 산 덕분에 벨기에와 이탈리아 로마에서 하루씩 스탑오버를 해야 했어요. 하루짜리 여행이기는 했지만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볼 거 다 보고, 먹을 거 다 먹었답니다. 벨기에에서 먹었던 와플은 참 맛있었어요. 작은 나라였지만 맛있는 음식이 많아서 오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꿈에 그리던 남미의 첫 나라는 아르헨티나였어요. 체 게바라의 고향, 탱고의 고장, 이과수 폭포 부터 남극 펭귄까지 거의 모든 자연 경관이 다 있는 나라.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에 가면 페넬로페 크루즈를 닮은 여종업원이 있는 곳이에요. 물가는 우리나라랑 비슷 하네요. 이곳 사람들 머리가 너무 작아서 저한테 맞는 모자 하나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네요 ㅠ 탱고쇼 실컷 보고, 소고기 많이 먹고. 아르헨티나를 잠시 떠났답니다.

   

지금 있는 곳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사이에 있는 우루과이라는 나라에요. 여기에 이틀 동안 있다가 다시 아르헨티나로 들어가서 이과수 폭포를 보려고 합니다. 들어본 적도 없는 이 작은 나라에 왜 왔냐구요? 긴 이유가 있지만 일단 짧게 말씀드리자면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 ㅠ 라고 답하지요. 여기서 아르헨티나의 이과수로 가는 버스가 싸게 많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왔어요. 일종의 스탑오버랍니다.

   

하지만 우루과이에 온 첫날, 저는 감기에 덜컥 걸려 버렸네요 ㅠ 콧물 때문에 수분부족 걸릴 기세에요 훌쩍 -.,-

이제 위로 쭉쭉 올라갈 꺼에요. 북미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멕시코가 있는 중미까지는 확실이 올라 갈 수 있어요. 비행기 안 타고 전부 육로로만 올라갈 예정이라 엄청 느리겠지만, 일단 가는 데까지 가 보고 돈 떨어지면 집으로 가야지요.

   

매일 바라는 일이지만, 안전하고 건강한 여행이 되기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