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출'입국 도장을 보니 2010년 3월 22일에 출국. 12월 8일에 귀국이네요. 정확히 263일 이에요.
인청공항에서 제일 반가웠던건 푸드코트도 아니고 한국어로 나오는 안내말씀입니다~도 아닌.

도착

글씨에요.
백날 남의 나라 말로 써 있는걸 보다 봐서 그런지 어쩜 저렇게 글씨체도 이쁘고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오바하지 말라구요?
아 글쎄 밖에 나갔다 와보시라니까요? 
한글이 진짜 짱 예뻐요.

제가 한국을 떠나던 날은 눈이 엄청 왔어요.
2010/03/13 - [나의/??] - 3월에 눈이 내리다니! 그것도 아주 많이!
이 떠나기 전에 가장 최근에 썼던 글이네요.
아 근데 떠나는 날도 눈이 엄청나게 내리는 거에요.

난 몇 시간 뒤면 인도에 가는데, 지금 여기는 눈이 이렇게 오는구나. 인도 사람들 중에는 평생 눈을 한번도 못 보고 죽는 사람도 있겠지. 와 근데 진짜 신기하다 눈은 이렇게 오는데 하나도 안 춥네? 역시 잠바를 좋은걸 입어야 돼. 공항버스 타는거 진짜 오랜만인데 너무 설렌다. 비행기 시간에 늦지는 않겠지? 이렇게 눈이 많이 오니까 연착될 수도 있을거야.


비행기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사진을 찍었어요. 15시간 비행에 잠은 기어코 오지 않고, 건조하고 답답한 비행기에 힘들었는데, 다행이 옆자리 사람들이 좋아서 최악은 아니었어요. 셋 다 한국인이고, 다들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가는 거라 설레했던 기억이 나네요.

진짜 설렜었는데!

떠나기 전에 제 모습은
2010/03/12 - [나의/일상] - 배구경기 어때?
를 보시면 알 수 있어요.

머리 길이가 좀 짧았죠?



한국에 도착한 날도 눈이 엄청나게 왔어요.
공항 버스에서 잠이 드는 바람에 집 근처에 가서는 버스기사 아저씨가 저를 깨워주셨는데요. 창피한 줄도 모르도 의자 두 개에 걸쳐서 자다 일어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잠이 슬슬 째는 중에 보이는건 온통 하얀 눈. 자느라고 그때까지 서울에 눈이 오는줄도 몰랐던 거에요. (어머나 세상에)

버스 기사 아저씨는 이게 참 좋은 징조래요.
그렇게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는데 다치지도 않고, 많이 아프지도 않고 무사히 돌아온 것도 다 눈 덕분이래요. 떠날 때도 눈, 돌아올 때도 눈. 안녕 잘 다녀와 인사하는 눈. 어머 돌아왔니 반가워 하는 눈.

약 9개월 만에 보는 남동생은 키가 엄청나게 커져서 처음에는 못 알아 봤어요. 엄마는 저를안아주셨고 아빠는 머쓱한 표정으로 다녀왔어? 여동생은 선물로 주기로 한 아이팟-_-을 먼저 찾았어요.

평소에는 물 많이 쓴다고 자주 하지 못한 욕조 목욕을 하고, 깨끗한 잠옷을 입고, 선물 수여식을 마치고 빨래감을 내 놓고.

엄마 아빠 사이에서 잠이 들었어요.
그날 밤 저는 눈이 오는 꿈을 꾸었던 것 같기도 해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