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ria, hama, 2010.06.12. 10;44


울기 좋은 곳을 안다 - 이명수


울만한 곳이 없어 울어보지 못한 적이 있나

울음도 나이테처럼 포개져 몸의 결이 되지

달빛 젖은 몸이 목숨을 빨아 당겨

관능으로 몸이 부풀어 오르면

그녀는 감춰둔 울음의 성지를 순례하지

징개맹개 외배미들은 아시겠지

망해사 관음전에 마음놓고 앉았다가

바다 끝이 뻘밭 지평선에 맞닿을 때

심포항 끼고 바삐돌아 화포포구로 가지

갈대는 태어날 때 부터 늙어 버려 이미 바람이고

노을이고 눈물이지

갯고랑이 물길을 여는 나문재 소금밭으로 가 봐

갯지렁이 몸을 밀면서 기어간 뻘밭의 자국들

그것이 고통스런 시 쓰기의 흔적처럼 남아 있을 때

뒤돌아 봐, 울음이 절로 날꺼야

갯고랑처럼 깊이 파인 한쪽 가슴이 보이지

그래도 울음이 솟지 않거든 한번 더 뒤돌아 봐

녹슨 폐선 하나 몸을 누이다 뒤척이며 갈대숲 너머로 잠기고 있을거야

거기 낡은 폐산 갑판에 역광으로 꿇어 앉아

울고있는 여자 하나 보일거야

깨진 유리창 틈으로 흔들림이 미세한

울음의 음파가 허공에 닿아

길 떠나는 도요새 무리들 울리고 있을거야

울음도 감염되어 분열하고 성장해서

화포포구엔 울기 좋은 울음의 성지 오래된 소금 창고가 남아 있는 거지

그곳 우주 가득한 관능을 빨아들이며

잠몰하고 있는 달빛 아래

바로 그녀가 울음의 찐드기야







여름. 시리아였다. 

꿈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뒤로 하고 돌아온 다음 날. 

내 몸처럼 붙어 다니던 여행 친구와 헤어졌다.


그 친구는 여권 만료가 가까워져서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순전히 내 욕심으로 친구를 가지 말라고 하기에는 그럴 수 없었던, 친구의 미래를 내가 결정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장장 2개월의 기간 동안 매일같이 붙어 다니던 친구를 나는 그렇게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우습게도, 호기롭게 떠나왔던 길이 처음으로 두렵게 느껴지고

더 이상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저 혼자서는 있을 수 없어서 도망치듯 떠나가는 버스 터미널에서 나는 그만 울컥 울어버렸다.


울기 좋은 곳

나 혼자만 이방인인 곳

도시와 도시가 아닌, 그 점과 점 사이를 이동하는 선인 곳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

아무것도 아닌 내가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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