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변화는 감각의 확장이다. 

하루를 24개의 눈금으로, 그 눈금을 60개의 눈금으로 쪼개서 공부하던 수험생 시절, 나에게 시간은 눈금으로만 보였었고

학교와 집과 학원과 독서실의 네개의 네모만 그리면 전부일 나의 지도는 대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는가보다 했다. 









신입생이 되고, 초록색 타원의 2호선을 타면서, 어느날 갑자기 나는 명동에 가고 싶어졌었다. 

예나 지금이나 명동은 사람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고, 19살의 여자애는 으례 많은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지기 마련이기에 

어울리지 않을 미니 스커트를 입고, 삐뚤삐뚤하게 아이라인을 그리고

그렇게 신촌역에서 명동역으로 가는 길을 찾아 보았다. 










갈아타는건 싫으니까. 시청쪽으로 가다가  1호선을 탄 다음에 4호선으로 갈아타는거 보다 동대문 운동장역까지 가다가 명동역으로 가자

어디로든 갈아탈 수 있는 2호선에 신기해하며 열심히 지하철 노선도를 들여다 보았다.

내 생에 최초의 혼자하는 여행. 








명동역에서 을지로 입구역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고, 따라서 그날 나는 굉장히 바보같은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이상하게도 그때의 설렘이 아직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세계지도를 앞에 펼쳐두고 있다. 

네팔을 간 다음에 인도로 갈까 아니면 인도 간 가음에 네팔을 갈까?


걷다보면 다음 목적지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3월 20일에 출국하여 10개월동안 17개국을 여행합니다. 

설렙니다. 무섭고 떨려요.

걱정거리가 한두개가 아니에요. 변비, 생리통, 코골이부터 시작해서 강간, 살인까지


그중에서 가장 무서운건. 

가고 싶어하는 마음. 오기입니다. 

이렇게 설?던 적이 있을까 싶네요.


엄마는 제가 평생동안 끈기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시며 말립니다. (너는 피아노 학원 하나 제대로 다니지 못했잖니?)

아빠는 그저 한숨만 쉬십니다.

동생들은 제가 가져올 선물을 벌써부터 기대합니다.(큰누나! 나 뭐 사다 줄꺼야?)

친구들은 평범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합니다. (꼭 그렇게 휴학까지 하고 가야돼?)


그래도 저는 갑니다. 

내 삶 전체를 여행의 설렘으로 채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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