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50Km, 23박 24일의 여정>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우연히 2007년에 국토대장정을 했을 때의 일기를 들춰 보았다.

 

세상에.

 

때는 하루도 잊지 못할 같은 날들이 4년이 지난 지금 머릿속에는 별로 남아있지 않다.

 

2007 7 16 체육대회를 했다고 한다. 촬영 팀 오빠랑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했다는데 지금 기억에는 체육대회도, 때의 기억도 없을까.

 

2007 7 14 내가 태어난 이후로 가장 예쁜 하늘을 봤다고 한다. 문경시에서. 그런데 지금 기억에는 없을까.

 

2007 7 7 다리 밑에서 잠을 잤구나. 최악의 잠자리였다고 놨는데 그래도 낭만적이었다고 놨다. 그런데 ...그런데 왜…

 

나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까?

 

나는 2006 ,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교 입학 사이에 친구들과 함께 일본으로 3 4일의 여행을 다녀 왔다고 생각했다. 도쿄 시내를 돌다가 마지막 날을 닛코에 가서 온천 욕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짧지만 즐거웠던 여행. 여행 얘기를 같이 여행 갔던 친구와 하다가 내가 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해외 여행 갔더니 정말 좋더라'

 

친구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우리 2008년에 갔었는데?'

 

뭐시라?

기억에는 분명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다음 겨울 이었는데, 그래서 동안 일본 여행 얘기를 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친구들과 갔어요. 좋았어요'라고 얘기하고 다녔단 말이다. 너무 놀라서 집에 돌아와 여권을 확인했다. 여권에 선명하게 찍힌 2008 1 26 일본 입국 표시.

나는 동안 잘못된 기억을 가지고 살아왔던 것이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같이 갔다는 단서 하나만으로 졸업 후에 바로 여행을 갔다고 생각해 버린 같다.

 

이렇게 허술한 기억력이라니.

 

나는 너무 억울해졌다. 그렇게 아름답고 모든 일에 열심이었던 2007 7 달의 기억은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다. 작은 일기장에 쓰여 있는 10 짜리 짧은 일기 단서의 전부일 뿐이다. 만약 내가 일기장을 잃어버린다면 기억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일본 입국 도장이 찍힌 여권을 버렸다면 나는 평생 2006 겨울에 일본에 갔었다. 진실이 아닌 말과 생각을 하고 살았을 것이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소중한 기억들, 소중한 지난 날들.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아졌다.

영원 불멸할 같은 나의 2010년의 기억도 언젠가는 사라지게 될까.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지만 내가 인간인 이상 어쩔 없을 같다. 일기는 미래의 나와의 공감이라고 한다. 현재의 기억을 일기로 남겨 놓는 것은 미래의 나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위함이다. 분명히 2007년의 나와 2008년의 나는 2011년의 나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데에 실패했다. 하지만 두고 , 지구상에서 지역이 사라진다고 해도 일기 장으로 완벽하게 복원할 있을 정도로 멋지게 풍경을 묘사하고, 읽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 정도로 공감을 일으키고 테다.

 

그나저나 빨리 자기소개서를 써야 텐데...오늘 밤도 짧겠구나. 


<너를 잊어서 미안해 ㅠ - 2007년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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