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09

학교에 오신 작가님

선글라스 스러운 안경을 쓰고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오셨다 눈을 보지 못한게 너무 아쉽..

아주아주아주 수줍은 태도에 첨엔 그냥 강연 하다가 '나는 할말이 없습니다'이러고 나갈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그래도 역시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셨지

주로 질문에 답을 해주는 형식이었는데 질문도, 답도 아주 좋았다.


 세상에는 한국인과 일본인밖에 없는거 같아요 왜들 그렇게 바쁘게들 사는지, 그냥 scv로 나와가지고 미네랄만 캐도 되는데 이건 뭐 다들 팩토리에서 나와서 일하고 있으니..이건 뭔가 잘못된거 같아요

우리 나라 크기로 보면 그냥 세계 70위 정도로만 해도 잘 살텐데 이런 나라가 10위 안에 든다는건 사람들이 뭔가를 희생하고 있다는 얘기거든요. 저는 이런 바쁘게 사는 한국인들에게 위로를 하고 싶었어요.


잘먹고 잘사는 사람을 위해서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못먹고 못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애서 글을 쓰고 싶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명사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새삼 깨달아요. 가장 확실하면서 가장 불확실한게 명사거든요. 그 중에서도 ;인간'이라는 말. '사람이라는 말은 이미 있는데 왜 사람 인에다가 사이 간을 넣어서 인간이라는 말을 다시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이 사이 간이라는 글자에 힌트가 있는거 같은데. 인간이 신과 사람사이, 악과 사람 사이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인간에게는 '신성'이라는게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육체도 가지고 있다는 거죠. 따라서 우리는 먹고 살기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안돼요. 제가 잘먹고 잘살자고 말하는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음악은 그냥 취미에요. 저한테는 재능이 없습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내가 아무리 못해도 아무도 욕하지 않을 정도의 나이가 되면 어디 무슨 잡지에 명예 작가 이런거 안하고 양로원이나 돌면서 기타 치려구요


 작가는 그냥 글쓰는 사람입니다. 작가보다는 시인에게 작가 정신을 물으세요


 <카스테라>의 동물은 그냥 느낌상의 이유에요. 제가 작품에 쉼표를 많이 쓰는것도 그냥 그러고 싶어서 쓰는 겁니다. 문체는 말 그대로 몸이에요. 춤을 출때 생각하고서 추는 춤이 있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추는 춤이 있듯이 글쓰는 스타일 또한 리듬을 타는 것과 같습니다.


 性은 인간의 정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차기작의 주제로 포르노를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과학소설도 철학소설의 범주라고 생각합니다. 끝없이 알아가는 인간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고 학교가고 사는 것도 사는 거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아가는지 알려고 하는 것이 철학이지요. 때문에 고학도 철학이고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글을 쓰고 싶어요.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둥글어집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젊었을 때의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청년입니다. 당신이 정말로 자신으 삶이 비주류라고 생각하신다면 아마 그런 눈을 가지고 있을 거에요


 인생은 의외로 길어요. 그리고 굶어 죽으려고 발악을 해도 죽지 못하는게 인간입니다. 세상에는 분명 태어날 때부터 show me the money를 치고 나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금권이라는건 무시 못할 위력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인생은 배틀넷이에요. 배틀넷에서는 소용 없는 치트키입니다. 인생의 밑바닥을 구른 사람들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유대감이 생깁니다. 그럼 그때서야 제대로 산 인생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는 거에요. 잘 사는 것은 함께 사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의사에는 두종류가 있어요. 세상에 바로 쓰이지는 않지만 10년, 20년 뒤에 쓰일 약을 만드는 연구의와 시골 어디 구석에서라도 할머니들 약을 해드리는 개업의요. 그 중에 개업의를 볼까요. 그 사람들이 대단한 약을 주는게 아니에요. 그냥 아스피린 몇개 주고 노인분들이랑 대화하는게 그들의 일입니다. '위로'지요. 요새 금방 나왔다가 금방 사라지는 책들이 많은데 그 책들의 역할은 사람들이 원하는걸 주고 위로하는 거에요. 시골 의사랑 같습니다. 상대방이 원하는걸 주는 거에요. 저는 개업의의 작업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연구의의 작업도 하고 싶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 마음에 남는 작품이요.


요고요고 마지막 질문이 내가 한 질문이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요런 내용...

책은 사람을 위로한다.

내가 책을 읽는 몇가지 이유중 하나이기도 하지, 멋진 대답이었어

너무 멋진 대답이라 말씀 끝나고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다니까

게다가 내 알바시간 늦지 않게 적절한 타이밍에 끝나기까지!

누군가가 와서 말한다고 판이 벌려지면. 그게 누구든간 들어보는것도 나쁘지 않군요

벌려진 판인데 마다할 이유 있나..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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