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는 여행이란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어린왕자'인 채로 여러 별을 다니며 그 별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누구의 지식도 빌리지 않고, 나의 생각대로 다른 별 사람들을 보는 것. 그렇게 어린왕자는 떠났다. 어린왕자는 '술을 마셔서 부끄럽고, 그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또 술을 마시는 주정뱅이'의 별에도 가고, '명령때문에 불을 끄고 켜야만 하는 가로등의 별'에도갔다. 머물고 싶은 별은 너무 좁아서 다시 떠났다. 그리고 결국, 어린왕자는 자기 별로 돌아갔다.

 어린왕자는 여행을 하면서 누구를 길들이지도, 누구에게 길들여지지도 않았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소유하지 않는 것. 나 홀로 여행을 겁없이 떠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기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여행중에 마주쳤던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보다. 모두 자신의 별을 갖고 있었던 걸 보면.

 그래서 우리는 함께 음식을 먹고 술을 마셔도 다 자기 별에서 했던 방식대로 마시고 떠들고 이야기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그것을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으로 보건, 점잖은 신사의 중절모로 보건 그건 자기 몫이니까.

 흔히 여행을 일상에서의 일탈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일상을 여행에서의 일탈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인가 하면 사람들은 매일 여행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을 뜨면서부터 새로운 환경에 닥친다. 같은 잠자리라고 해도 어제와 오늘은 다르다. 반복되는 일상이란 없다. 하지만 매순간을 여행이라고 하면 언제나 긴장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할테니 신나기보단 두려울 것이다. 여행이면 어떻고 일상이면 어떤가? 우리가 매일 떠난다는 사실에는 변합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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