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였다.

고작 9시에 수업이 시작하는 정도로 이렇게나 하루가 길다니.

7 반에 눈을 뜨고 7 45분에 집을 나온 뒤에 다시 집에 돌아오기까지 14시간이나 밖에 있었다.

 

그런데 아주 쌩뚱맞게도, 1교시 수업을 듣는데 갑자기 쇼팽의 발라드 1번이 듣고 싶어졌다.

집에 가면 들어야지. 들어야지. 하면서 계속 벼르고 있었다.

오늘 하루는 발라드 1번을 들으려고 버틴 하루였다고나 할까.

 

발라드 시리즈는 쇼팽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다.

좋은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오늘처럼 갑자기 생각 때가 더러 있다.

 

처음 노래를 접한 것은 아마 다른 여러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영화 [피아니스트] 통해서다.

숨어 지내던 주인공이 독일군 장군? 장교에서 들켰을 . 장교는 주인공에게 묻는다.

'직업이 뭔가'

'피아니스트 였습니다'

'그럼 쳐봐'


안의 연골이 햇빛에 통과되어 보일 정도로 삐쩍 마른 남자가 피아노에 앉는다.

거칠고 더러운 손을 피아노 건반 위에 올린다. 긴장한 채로, 하지만 망설임 없이

 

곡이 시작되고 끝날 까지는 완전히 연주자의 시간이다.

전쟁도, 죽음의 위협도, 사이에 끼어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자체로 완벽한 순간.

 

보통 영화의 명장면 이라고 하면 영화의 주제나 주인공의 성격을 장면에 압축해서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위의 장면은 그것에 더해 주인공의 미래, 정체성, 삶의 의지 같은 추상적인 개념까지 준다. 누군가 [피아니스트] 어떤 영화냐고 묻는다면 위의 장면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짐머만의 연주. 자칫하면 비장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곡을 다정하게 연주했다.>


<이름만은 왜인지 익숙한 호로비츠의 연주. 강하고, 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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