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토플, 오픽, 영어회화 학원…
내 평생 영어공부에 투자한 돈은 내 대학교 등록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아마 어학연수까지 다녀왔다면 등록금을 훌쩍 넘어섰겠지. 
지금도 직장인을 위한 영어학원 시간표를 기웃거리는 나에게 영어공부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숙제다. 

이런 나의 영어듣기를 도와주었던 친구. 
이익훈 어학원의 ap 5분 뉴스가 지난 1월을 끝으로 사라졌다. 




24년 전 부터 한 달도 빠짐없이 진행되온 ap 5분 뉴스는 매달 20일에 발행되는 3000원 짜리 월간지를 구매해서, 거기에 있는 10여개의 ap 5분 뉴스(실제로는 1분 내외지만) 클립을 듣고 받아쓰기 한 뒤에 익월 10일까지 학원으로 제출하는 것이 기본 사항이다. 이렇게 제출한 학생은 'ap 5분 뉴스'장학생으로 선정되어 제출한 달의 월간지는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나는 매달 10만원씩 내면서 다녔던 영어듣기 학원보다 이 3000원 짜리 월간지가 더 효과가 좋았다. 
'이달의 장학생'란에 있는 조그만한 내 이름이 그 어떤 보상보다 더 큰 성취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ap 5분 뉴스'의 발행 중단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모든 것이 원격으로, 모바일로, 무선으로, 데이터로 처리되는 이 시대에
아직도 손으로 받아쓰기를 하고 빨간펜으로 첨삭을 해서 직접 학원에 제출해야 하는 'ap 5분 뉴스'는 어쩌면 아주 오래 전 부터 원가도 건지기 힘든 지경이었는지 모른다. 

'ap 5분 뉴스'를 3년 동안 해 오고 있던 나조차도 학원에 받아쓰기를 제출하러 가는 것이 귀찮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받아쓰기 용지 위에 있는 글귀. 
'제출 방식을 편하게 바꾼다고 해서 게으른 학생이 공부하지는 않는다'
는 말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는 했다. 

더 이상 'ap 5분 뉴스'의 미래가 없다는 지표는 1/10으로 줄어든 장학생 수 보다 고작 500건 밖에 안 되는 'ap 5분 뉴스'발행 중지 공지사항 조회수다. 
정확하게 말 하면 [종이로 받아써서 제출하는 방식의]'ap 5분 뉴스'는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ap 5분 뉴스'는 이전까지의 방식을 버리고 새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다시 나오겠다고 한다. 
'ap 5분 뉴스'가 아예 없어지는게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지만, 
학교를 오고가는 지하철에 구부리고 앉아서 빨간 펜으로 받아쓰기를 고치던 나의 기억은 쉽게 잊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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