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를 개면서 문득 생각했다. 아, 이제 면 생리대에 대해서 쓸 때가 되었구나. 

처음 면 생리대를 산 건 2014년 9월이다.  약 2년 정도 되었으니 이제 면 생리대 후기에 대해 쓸 수 있다. 

나조차도 믿기 힘들지만 그 동안 면 생리대를 한 번도 쓰지 않은 달이 없었다. 그러니까 매 달 이 면 생리대를 사용하고, 빨고, 개고 또 사용 한 거다. 

[명색이 후기인데 사진이 한 장도 없길래 구매 인증샷. 지금 면생리대는 한번 이상 사용한거라 사진 찍기 쵸큼 민망함]


처음은 패키지로 상큼하게

일단, 면 생리대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다들 그렇듯이 생리통 때문이다. 

망할 생리통! 몇 번이나 나를 응급차에 실었던 이 놈 때문에 난 진짜 별짓을 다 해봤다. 생리통에 좋다는 한약을 몇 번을 먹었는지 모른다. 내가 내린 결론은 스트레스 안 받고 좋은 음식 먹으면서 사는건데 사람 사는 일이 그렇듯이 도시에 살면서 이렇게 지내기란 쉽지 않다. 친한 대학 후배와 생리통을 주제로 이야기 하던 중에 생리통의 원인 중에 생리대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그래서 면생리대를 사용하면 생리통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믿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면 생리대를 샀다. 

11번가에서 한나패드 면 생리대 패키지를 11만원에 구매했다. 

대3+중6+소3에 세제 2종(액체, 파우더), 미니 빨래판과 빨래걸이가 포함되어 있는 패키지다. 

사실 처음 시작이었고, 뭘 사야할지 몰라서 편하게 패키지로 구매했다. 총 12개의 생리대는 약간 넉넉한 편인데, 사실 소형은 별로 쓸 일이 없고 대부분 대형과 중형에서 해결한다. 요즘은 올리브영에서 낱개로 팔기도 하던데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대형만 먼저 사용해서 불편함을 줄이는게 좋을 것 같다.(집에서 잘 때만 쓰는거니 더 편할것임)

세제는 살까말까 망설였는데, 나한테 면생리대를 영업한 후배가 말하길, 화학성분이 싫어서 면생리대를 쓰는 건데 화학성분 있는 세제로 빨면 도루묵이 아니냐는 말 때문에 세제도 같이 구매했다. (이 부분은 한나패드의 질의응답 게시판에 자세한 설명이 있다. http://www.hannahpad.com/bbs/board.php?bo_table=faq&wr_id=12)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궁금할 질문들

1. 입었을 때 태가 나지 않는가?

얘 너 생리대 찬거 보여. 라는 말을 할 정도로 개념없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없는 관계로 이런 말을 직/간접적(쪽지로 슝?)으로 들어본 적은 없다. 아무래도 두툼하고 또 재봉질 되어 있는 제품이다보니 생리대 가생이?부분은 더 두툼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생리대를 한 날은 평소보다 더 하의를 신경쓴다. 그런데 생리기간에 하의를 신경쓰는건 구지 면 생리대가 아니어도 모든 여자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 아니겠는가? 아무래도 그냥 생리대보다는 태가 더 난다. 이건 사실이다. 착한 친구들을 고뇌에 빠지게 하고 싶지 않다면 하의에 신경쓰자.

2. 갈아입을 때 불쾌하지 않은가?

내 몸에서 나온 것들을 마주하는건 한 번도 개운했던 적이 없었다. 당근 홍장군님들도 마찬가지인데, 생리대를 가는 과정에서 피가 내 손에 묻는다거나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괜찮았다. 한나패드에서는 사용한 생리대를 넣을 수 있는 작은 지퍼팩을 주기 때문에 예쁘게 접어서 지퍼팩 안에 넣으면 끝이다. 면생리대의 마감과 흡수력은 기대 이상이기 때문에 한 번도 생리혈이 생리대 밖으로 샌 적은 없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건 피냄새가 안난다. 그 역하고 쌔한 피냄새가 면생리댈르 사용하면서 안 난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생리대의 화학성분과 만나서 역한 냄새가 나는거라더니 진짠가 싶다. 

3. 안 새냐?

안 샌다. 면이라 그런지 살에 착하고 달라붙고 그래서 안 샌다. 오버나이트를 해도 꿈에서 한바탕 달리기라도 한 날에는 살짜기 샜던 엣날은 지금 없다. 안 샌다. 진짜다. 이건 좋다. 면생리대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오버나이트라도 시도해 보라는 말을 괜히 한 게 아니다.  

4. 생리통 없어지나?

아니, 안 없어진다(이런 젠장) 내 자궁이 유독 강한건지 아니면 면 생리대가 효과가 없는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횟수는 줄어 들었다. 면 생리대 사용 이전에는 허리를 못 펼 정도로 심각한 생리통이 1년에 2, 3번이었는데 사용 후에는 1,2번으로 줄었다. 고작 한 번 줄었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한번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하면 이것도 대단한거다. 다만 생리통이 완벽히 없어지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더 큰 좌절감이 올 수 있다. 면생리대까지 사용했는데 생리통 퇴치가 안되다니 그럼 이제 남은 방법은 성전환수술밖에 없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성전환수술 하기 힘들면 출산을 하고 나면 생리통이 없어진다는 설이 있다. 사실 무근이다. (성전환수술은 확실)

5. 회사/학교에서는 어떻게 하나?

어떡하긴 뭐 어떡해. 화장실 안에 파우치 들고가서 다 쓴건 지퍼팩에 담아 파우치에 넣고 나온다. 파우치에서 냄새 안 난다. 다만 갑자기 그분이 오실 때를 대비해서 비상용으로 일반 생리대를 몇 개 구비하고 있다. 

6. 빨 때 불결하진 않나

사용한 면 생리대를 빠는 작업은 사실 엄청나게 성가시다. 나조차도 이 과정 때문에 면생리대를 살까말까 많이 망설였다. 사실을 말하자면 매일매일 세탁하진 못한다. 한나패드에서도 24시간 이내에 세탁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난 48시간, 심하면 3일만에 세탁하기도 한다. 물론 혈이 많이 묻어있는 생리대가 아니라 있는듯 없는듯한 경우에 한하지만. 늦게 세탁하는 단점은 세탁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더 오래 세탁 후 찬물에 담궈두는 기간을 더 오래 둔다. 세탁 방법은 한나패드 동영상에서 자세히 설명하지만, 나는 이렇게 한다. 

- 생리대가 물을 많이 먹을 때까지 물을 튼다. 이 때 물은 반드시 찬물로. 더운 물은 피를 응고시킨다(다들 알지?)

- 생리대 안에 있는 핏물들이 빠져 나올 수 있도록 싹싹 문질러 준다. 핏물이 다 빠질 때까지 한다. 

- 액체 세제를 이용해 싹싹 비벼준다. 액체세제에 피가 닿으면 초록색으로 변한다. 

- 가루세제를 피가 많이 모여 있는 부분에 솔솔 뿌려 준다. 전체에 다 뿌려줄 필요는 없고, 좀 상태가 심각한 생리대만 이 조치를 해준다. (원래 첨에는 가루세제를 안쓰고 비누를 사용했는데 비누가 너무 불편해서 가루 세제로 바꿨다.)

- 반으로 접어서 찬물에 담궈 놓는다. 하루 이상 지나면 가루세제는 온데간데 없고 뽀얀 생리대가 나를 반긴다. 만약 하루 자니고 나서도 얼룩이 있으면 액체&가루세제 작업을 한 번 더 해준다. 

[이건 한나패드 공식 동영상이지만 참고용으로다가..]

솔직히 이렇게 열심히 빨면서 사용하는 수도세가 일반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나오지 않을까?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물론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지만 그 정도로 물을 많이 쓴다. 가장 물을 많이 쓰는 순간은 아무래도 핏물 빼는 순간이다. 

7. 가족들이 싫어하진 않나

물론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생리대를 화장실 안에 있는 작은 다라에 담아 놓는데 아빠는 이걸 매우 불결해 했다. 생리대를 널 때도 전용 빨래걸이에 널어 놓는다. 요즘같은 환절기에는 좋은 가습기가 된다. 

8. 착용감은 어떤가

앞에서 입었을 때 티가 난다는 말을 했는데, 착용감은 완전 그 반대다. 입은 티가 안 날 정도로 편하다. 살짝 과장하자면 면으로 된 팬티를 입은 기분이랄까. 생리혈의 양이 많은 날에도 넘치는 느낌이 없이 면이 흡수를 해주니 너무 편하다. 아무런 화학처리 없이 면을 여러장 겹쳐서 만들었을 뿐인데 이런 편함과 흡수력이 있을 수 있다는게 놀랍다. 


마무리를 하자면

면생리대를 사용한 목적은 생리통 퇴치였는데 성전환수술밖에 답이 없다는(혹은 출산인데 출산보다 성전환수술이 어째 더 현실감이 있다)우울한 결론이 나왔다. 그래도 계속 쓸꺼냐 물으면 난 계속 쓸꺼다. 

면생리대를 사용하고 나서 가끔 일반 생리대를 쓰면 그 불편함에 깜짝 놀랐다. 여름에는 답답하고 생리혈의 냄새도 심하다. 어쩌다 양이 많은 날이면 생리대가 다 흡수하지 못한 생리혈이 나를 괴롭힌다. 한나패드에서 슬로건으로 걸고 있는 '속옷 입은 느낌'은 일반 생리대에서는 얻을 수 없다(심지어 순면을 표방하는 좋은느낌에서조차)

벌써 2년이나 썼지만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다. 물론 결혼하고 남편이 생기면 한동안 내숭떤다고 못 쓸 수는 있겠지만 때가되면 면밍아웃하고 계속 써야겠다. 


뱀발 1. 한나패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양 적은 여친 패키지'와 같은 남친들용 패키지가 있다. 여친의 양이 적은지 많은지를 어떻게 아는거지;; 요즘 남친들 고생한다. 

뱀발 2. 면팬티라이너도 이건 진짜 못 쓸것 같다. 무엇보다 빨래가 너무 귀찮아서..샤워하면서 같이 빨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새워도 매일 안한다(데헷)


도움을 준 사이트 : 한나패드 http://www.hannahpa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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