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꼭 사용해봐야 하는 사람이다.

여느때처럼 신문 기사를 읽던 중에 카풀 서비스에 대한 글을 보고 옛저녁에 핸드폰에 깔아 뒀었다. 대중교통 이용률이 거의 100%에 달하는 내 생활 패턴때문에 평소에는 절대 쓸 일이 없어서 아쉬워(?)하고 있던 차에 마침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힘든 지역으로 출근할 일이 생겨 카풀 서비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카풀 앱은 두 개인데 럭시와 풀러스다. 사실 풀러스를 먼저 알았는데 검색하니까 럭시가 가장 사용자가 많더라. 풀러스는 최근 활발하게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이용한건 럭시니까 럭시부터 얘기해야겠다. 


0. 카풀을 이용하기 전에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 사람이다. 

원래 카풀은 빈 차에 같은 방향인 사람이 탑승하여 운전자는 지루함을 덜고 약간의 용돈을 벌며 탑승자는 대중교통(혹은 택시)보다 편안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가는 서비스다. 사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나에게는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다. 게다가 난 택시기사님들도 어려워 하는데 운전을 업으로 하지 않는 일반인이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된 사람인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한 마디로

이상한 사람 만나면 어떡하지?

(돌아가는 시계바늘 속에 걱정스런 내마음..이상한 사람 걸리지 않게 해주세요..)


1. 그래도 사용한 이유

아무래도 비용이다. 

우리집에서 국방전직교육원까지 택시로는 16,000원 정도 나오는 거리를 두 번의 카풀에서는 각각 8,000원, 7,000원대에 이동할 수 있었다. 절반 가량의 비용 절감은 사실 무시할 수 없는 메리트다. 게다가 럭시는 신규 가입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3만원을 크래딧으로 넣어주는데 사실상 내 돈은 한 푼도 안 든 셈. 반면에 풀러스는 2만원(1만원 + 1만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두 서비스 다 이처럼 마케팅 비용을 풀어 사용자 경험을 늘리는 방식을 쓰고 있다. 총알이 빨리 소진되는 만큼 확실하게 사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지. 하지만 유입된 사용자들을 머무르게 하는건 또 다른 숙제지만.


2. 드라이버 매칭

예상은 했지만 드라이버가 많지 않았다. 서울-분당이나 서울-판교 구간도 아니고, 서울-위례구간이라니.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럭시와 풀러스로 똑같이 찾았는데도 불구하고 럭시에서만 드라이버를 찾을 수 있었다. 선두주자의 위엄이 이런건가 싶었는데, 드라이버님들과 얘기하던 중에 이유를 알아 냈다. 

탑승자에게 3만원을 주는 것처럼 럭시도 출근시간대 드라이버에게는 2배의 보상금을 준다고 한다. 이러니 안하고 배길리가..게다가 럭시는 풀러스랑 달리 바로바로 드라이버 등록이 가능하고, 피드백이 빨라서 좋다는데, 드라이버를 늘리려는 럭시의 노력이 눈에 띄게 보였다. 


3. 카풀이 무섭진 않았나.

사실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럭시의 드라이버한테는 탑승자의 정보를 보고 고를 수 있다고 하는데, 탑승자인 나한테는 그냥 드라이버가 바로 매칭되어 불안했다. 심지어 한번은 화장실에 있었는데 드라이버가 매칭되어 놀라서 뛰쳐나왔을 정도. 드라이버가 올 때까지 불안불안해 했다.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카풀의 공급자 & 수요자라는 점을 이용해서 드라이버와 탑승자의 명함을 등록하도록 하면 안되나. 명함에 있는 직장정보로 최소한 드라이버 & 탑승자들이 범법행위를 하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될 테니. 

제일 무서운 경우는 미혼 남성이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본능처럼 무서울 뿐. 

다행히? 두 분 다 결혼한지 얼마 안 된 30대 중반 남성이었고, 직장 얘기를 슬슬 하면서 드라이버의 신원 같은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일부러 직장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나 나름대로의 대비방법인데, 아무리 뒷자리에 있는 카시트를 확인했다 해도 이 사람이 범법행위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출근길이고 하니 자연스럽게 직장 얘기를 하면서 나른 업종에 있는 분들의 생활도 알게 되어 일석이조랄까.


4. 드라이버는 카풀을 왜 할까?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서비스라 그런지 이분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카풀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게다가 두 분 다 자신들의 목적지와 내 목적지가 완벽히 일치하지 않았는데, 구지 돌아가면서까지 카풀을 할 이유가 있을까. 

두 분과 이 주제로 대화를 하는 중에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탑승자와 드라이버 모두 금전적인 부분과 호기심으로 카풀을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또 둘 다 공통적으로 걱정하는 것

사람.

둘 중 한 분은 퇴근시간보다는 출근시간을 선호했는데, 그 이유가 사람때문이다. 출근 시간에는 비교적? 이상한 사람이 탈 가능성이 적은데 비해 퇴근시간에는 취객이 탈 가능성이 있다는데, 취객이 택시가 아니라 카풀을 이용할까 싶지만 나름 일리는 있는 말이다. 게다가 카풀 앱이 가능한 시간은 새벽 2시까지라서 평소 카풀앱을 자주 이용하던 사람이라면 음주후에 습관적으로 카풀앱을 누르지 않을까. 

어찌 되었든 사람에 대한 관리가 이 앱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핵심 키 일 것 같다. 


5. 카풀하다 썸탈수도 있지 않나?

음..사실 이 부분은 애매한데, 내가 이용한 드라이버를 다시 찾을 수가 없다. 한번 차량이용을 하고 나서 이름은 알아도 연락처를 알 수 없으니.

물론 앱에서 메세지와 전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메세지는 앱 내에서 구동되고 전화는 상대방의 안심번호로 전화를 거는 방식이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운전 중에 메세지를 보는 것보다는 전화를 거는 것이 빠르다. 전화는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드라이버가 안심번호로 탑승자에게 전화를 하면 탑승자에게는 드라이버의 진짜 번호가 보인다. 반대로 탑승자가 드라이버의 안심번호로 전화를 하면 드라이버한테는 탑승자의 진짜 번호가 뜬다. 서로의 전화번호를 감추고 통화하는 방법이 없다보니 이런 식으로 먼저 전화하는 쪽의 전화번호가 상대방에게 노출된다. 

이렇게 전화번호를 알게 되고, 뭐 카풀하다 맘에 들면 서로 연락할 수는 있겠지. 그런데 난 연락처 공개는 막았으면 좋겠다. 뭣하면 앱 내에 mVoIP 기능을 넣어서 이용하거나 아님 메신저만 이용하도록 권장하면 안 될까. 

서로 전화해서 하는 이야기래봤자 어디세요. 어디에요. 얼마나 걸려요. 정도니까.

현재 mVoIP은 통신 요금제에 따라 일정량이 정해져 있으니 이런 서비스만을 위한 mVoIP요금제를 B2B향으로 만들어 판매해도 괜찮을 듯. 서비스 운영사가 벌크로 mVoIP 양을 구매한 다음에 이용자가 사용하는 만큼 차감하는 거다. 그러려면 통신 3사가 힘을 모아야 하고 현재의 통신사 분위기에서는 이렇다 할 요인이 없어 어렵지만, 전화번호 공개는 좀...


추가로, 나는 못느꼈던 장점 그리고 궁금증 그리고 바라는 점

- 럭시는 국산은 3000cc이상, 수입은 2000cc이상의 차만 등록 가능하다. 고로, 차가 좋다.

- 풀러스는 드라이버 등록을 하면 일일히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 그래서 드라이버 등록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탑승자 입장에서는 안심되는 부분. 하지만 풀러스가 확인했다고 해서 완벽하게 안심되지만은 않는 부분.

- 럭시풀 서비스가 있다. 다인승 택시 개념인데, 당근 택시보다 싼 럭시보다 싸다. 이용해 본 적은 없음. 

- 초면에 돈을 주고받기 좀 그렇지? 하지만 미리 등록해놓은 카드나 크레딧을 이용해서 내리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그런데 이 결제를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지정해 놓은 도착지에 도착하면 자동 결제되는 것 같은데 중간에 도착지가 바뀌면 어떻게 되는거지? 드라이버나 탑승자가 수동으로 하차 완료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하면 오남용이 많이 될 것 같은데..

- 드라이버 신상을 더 정확하게 알고 싶다! (크아크아!)그리고 드라이버를 내가 고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자동으로 매칭되는건 아니었으면


두 서비스 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을 서비스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깔아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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