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은 장기기증의 날입니다
아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꺼에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갑자기 '장기기증의 날'이라는 낯선 이름을 꺼내는 이유는 바로 제가 얼마전에 장기기증을 했기 때문이지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내 몸의 일부를 떼어내어 다른 사람에게 전해 준다는 그 의미와 취지는 숭고하지만
막상 해보니 참 별거 아니더군요
우선 절차 자체는 참 간단해요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http://www.donor.or.kr/
(우리나라에는 장기기증 등록기관이 몇개 있어요 하나는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고, 또 다른 기관으로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http://www.konos.go.kr/가 있답니다. )
에 들어가서 회원가입을 한 다음 '사랑의 장기기증 희망등록 서약서'라는 것을 작성합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생존 시 장기기증을 제외한 전 영역에 표시를 했어요
한마디로 죽은 이후에 제 장기 전부를 기증한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자필로 작성한 서약서를 팩스나 우편으로 보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로부터 편지 한 통이 옵니다
편지 안에는 장기기증 등록증과, 주민등록증에 붙일 수 있는 장기기증 관련 스티커가 들어 있어요, 왼편 상단에 보이는 표시는 만약 운전면허증을 새로 발급 받는다면 그 때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등록자라는 표시가 나온다는 내용이구요
자, 이제 끝이에요
제가 한 일이라고는
1. 장기기증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2. 서약서를 인쇄해서 작성한 다음 팩스로 보낸
이 두 가지 밖에 없네요
이제부터 제가 신분증(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제시할 때에 제가 장기기증 희망자라는 표시가 따라 붙겠네요
뭔가 엄청난 일인것 같기는 한데 막상 하기 전과 하고 난 후가 달라진 게 없네요
왜 그럴까요?
그건 제가 사후 장기기증에만 표시를 했기 때문일 꺼에요
제가 죽은 뒤에 일어나는 일들이니 지금은 알 수가 없고, 또 저는 영원히 알 수 없는 거겠지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장기 기증과 이미지가 많이 다르지 않나요?
TV나 영화에서는 정말 죽어가는 환자 옆에서 수혈을 하고 기증을 하는 모습만 나오니까요
저도 아직 제가 정말 장기기증을 신청했는지 헷갈릴 정도에요
직접 하고 난 장기기증은 생각보다 간단했고, 우습기까지 했어요
내 것(장기)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기로 약속했지만 정작 저는 제 것을 쓸만큼 다 쓴 다음에(죽은 다음에) 나누어 주는 것이잖아요
이전까지 생각하던 장기기증의 이미지는 희생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직접 하고 난 장기기증은 희생이 아니네요
그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일일 뿐이에요,
이건 나눔도 아니며(다 쓴 다음에 주는 것이므로) 물론 희생도 아니지요(나는 필요가 없는 것을 주는 것이므로)
직적 해 본 장기기증
참 별거 아닙디다
P.S. 장기기증 하실 때 유의할 점은 장기기증 등록을 하고 나서 반드시 가족들에게 말씀하셔야 한다는 거에요
만약에 기증자가 기증의사를 표시 했더라도 가족들이 반대한다면 기증 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소중한 몸을 만들어준 부모님의 동의를 얻는 절차는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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