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2010년 수능이 끝났습니다. 수능을 본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제가 수능을 볼 때와 지금의 고등학생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테지요. 이제 곧 대학교 새내기가 될 고등학교 3학년들은 시험이 끝나기 훨씬 전부터 생각했을 '뭐 하고 놀지?' 라는 이름의 과제를 풀기에 여념이 없을 것입니다. 합법적으로 허용된 음주, 짧은 여행, 19금 영화 극장에서 보기 등등 수험생활에 비하면 꿈만 같은 일탈의 나날을 즐길 것이에요. 하지만 실컷 놀았다고 생각한 후, 대학에 들어갔을 때 그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을 자랑하는 고수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일명, 노는 오빠라고 불리는 이들은 뭇 새내기 여학생들에게는 연모의 대상이, 새내기 남학생들에게는 화끈한 어른의 세계를 알려주는 멋진 형입니다.

 

춤바람이 불면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춤 실력을 가진 체드는 바로 이런 노는 오빠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오토바이와 기타 하나만 들고 마을을 찾아와서는, 정숙법이라는, 공공장소에서는 노래를 틀어서는 안되며 애정행각을 벌여도 안 된다는 무시무시한 법이 있는 마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킵니다. 춤바람이라고 불리는 이 바람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그 동안 잊고 있던 자신 안의 사랑과 열정을 다시 찾게 됩니다. 물론, 체드의 곁에도 여러 청춘 남녀의 로맨스가 항상 따라다니는데요,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는 이들의 연애행각이 뮤지컬의 중심 줄거리입니다.

 

줄거리만 보았을 때는 특별 할 것 없는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이지만, 올슉업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를 두 가지 양념을 이용해 특별하게 맛을 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과 곳곳에 깜짝 장치가 숨어있는 무대장치가 바로 그것인데요.

 

첫 번째 양념인 노래는 청각적으로 관객을 자극합니다. 청춘 남녀의 로맨스물에 딱 어울리는 엘비스 프레슬리 특유의 흥겨우면서 다소 느끼한 멜로디는 한국어로 가사를 바꾸었다고 해도 감춰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배우들의 심정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가사는 극의 분위기를 한 순간에 고조시고, 노래를 하나 둘씩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클라이막스에 다다르지요. 왁자지껄한 멜로디와 춤은 가만히 앉아서 관람만 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흥을 돋우기 때문에 공연이 끝날 즈음에는 아예 대놓고 춤을 추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를 끌어 올립니다.

 

두 번째 양념인 무대장치는 그 시각적인 훌륭함 말고도 제작진이 특별히 고심한 흔적을 여기저기에 담고 있습니다. 모든 건물은 중요한 특징들만 큼직큼직하게 그린 유치원 아이들용 장난감 같아요. 파스텔 톤으로 칠해진 건물들은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에요, 3시간 정도 진행되는 공연에 지루해질 수도 있는 관객을 위해 여기저기에 깜짝 장치를 설치해 놓아서 관객이 지루해 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이런 요소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줄거리가 복잡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야기에 신경을 쓰다 보면 무대와 노래를 즐기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올슉업과 같이 대형 극장에서 상영되는 뮤지컬은 배우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관객들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배우가 대사를 전달 할 때의 미묘한 감정 연기까지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눈이 아주 좋은 사람이거나 VIP석에 앉은 일부 사람들뿐이지요. 때문에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은 좌석에 상관 없이 잘 들리는 노래와 큼직큼직하게 묘사된 무대장치가 전부에요. 따라서 모든 관객이 같이 즐길 수 있는 노래와 무대장치에 신경을 쓴 것은 탁월한 전략이었다고 봅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는 마치 콘서트를 본 기분이 들기도 해요. 사랑 일색일 줄 알았던 줄거리에 색다른 인물을 숨겨 놓아서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할 거리는 던져주는 것은 덤입니다. 하지만 결말은 물론, Love is all you n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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