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둘째치고 데이터 백업과 블로그 api를 종료하다니.
백업은 왜 못하게 하며 다른 사이트와 호환성을 위해 필수적인 블로그 api는 왜 종료한단 말인가.
아무리 오픈 api와 같이 지원하기 때문에 없앤다고 해도 그렇지...카카오로 바뀌고 나서, 아니면 그보다 더 훨씬 전부터 자꾸 없어지는 기능만 많고 개선되는 건 없어서 불안하던 참이었다. 결국 데이터 백업 가능 마지막 날 데이터를 백업하고 너를 떠나겠노라 다짐했다.
맨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던 건 사실 지금과는 다른 이유였다.
내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2009년은 이제 막 블로그 마케팅이 대세로 꿈틀대던 시기였고, 각종 블로그 강좌, 파워 블로거 되기, 블로그로 돈 벌기 같은 이야기들이 횡 휑하던 시기였다.
지금이라고 그런 얘기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SNS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 하나의 요소로만 있다.
뭐 그런 시대적인 흐름이 있었고, 내 이야기를 남에게 하고 싶은 욕망이 맞물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티스토리를 선택한 건, 네이버는 그때나 지금이나 디자인이 구렸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트래픽을 올리려고 후기들도 많이 썼고, 본문에 검색에 걸릴만한 키워드가 많이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문맥과 맥락을 무시하고 키워드만 들입다 넣은 글을 쓰기도 했다.
디자인에도 변화를 많이 주었다. 사진을 많이 넣고 싶어서 사진 중심의 레이아웃도 했다가 글 중심의 레이아웃도 했다가, 반응형이 대세라서 한번 해봤다가. 모바일 최적화가 좋다고 해서 해봤다가. 이도 저도 안돼서 혼자서 html/css도 공부하고...지금 생각하면 내 집보다 더 많이 꾸미고, 신경 썼던 것 같다.
일 평균 방문자 100여 명의 작은 집이지만, 어쩌다가 댓글이 달리는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점점 블로그에 글이 쌓이면서 점점 내 인생을 기록하는 곳으로 바뀌게 되었다.
예전에 쓴 글 들을 읽어보며 그때의 나와 만나는 기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재미없는 영화를 단지 이슈가 된다는 이유로 억지로 포스팅하던 것에서 내가 정말로 기억하고 싶은 영화만 적는 식으로 점점 '나'중심으로 바뀌었다.
그래, 이런 게 즐거움이구나. 를 느끼던 차에 네이버로 이사 왔다.
앞으로 새로 이사 온 동네를 느긋하게 즐겨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