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하고 싶어, 길거리에서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고 싶어, 도서관에 있는 책을 전부 다 읽고 싶어.


누구나 이렇듯 허무맹랑한 계획 하나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우습지만 낭만적이고, 그래서 약간 시샘할 만 한 그런 소소한 꿈들.

줄리
는 그 두꺼운 프랑스 요리책 한권에 있는 요리를 1년 안에 전부 해보고 싶다고 말을 한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내뱉은 말이지만, 그걸 실현시키려고 바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귀여운 얼굴 속에 숨겨져 있는 악바리 근성이 비어져 나온다. 남편은 자신에게 신경써주지 않는 아내가 서운하기도 하고, 직장에서는 알량한 취미생활 때문에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핀잔을 하지만 그럴 때 마다 “그럼 뭐 어때. 난 반드시 365일 안에 500개가 넘는 프랑스 요리들을 완성시키고 말꺼야.”라는 표정으로 돌아서는 그녀의 고집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악바리같기는 줄리아도 마찬가지다.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면서 프랑스 최고의 요리학원인 꼬르동 블루로 향하는 그녀는, 하인 없이 생활하는 미국인들에게 프랑스 요리 만드는 법을 알려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복잡한 정치 상황에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일생의 과업일 출판을 멈추지는 않는다. 말 안듣는 공동저자를 구슬려서 책을 완성하고, 수년째 펜팔로만 알고 지낸 친구의 도움을 받아, 까칠한 출판업자의 마을을 만족시켜서 결국 출판을 하게 되는 과정을 보면 진심은 통한다는 말을 믿고 싶어진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그저 묵묵히 믿고 가게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실, 영화를 보는 대부부의 사람들은 그녀들을 부러워 할 수밖에 없는데. 그 중 몇몇은 자신을 완전히 믿어주는 멋진 남편을 가졌다는 것에, 다른 몇몇은 스스로를 강하게 믿고 나아가는 그녀들의 아름다운 고집에 반할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스스로가 정한 목표나 희망에 의심을 품을 때가 있고, 그 의심을 극복하고 또 극복하는 과정이 지나가야 결과를 알 수 있는 법이다.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간에 진심으로 그것을 원한 사람이라면 양 쪽의 결과 모두 인정 할 마음가짐이 되어 있어야 한다. 김연아 선수의 인터뷰를 기억 하시는지? “1등이 뭐 그렇게 중요한 건가...”라는 그녀의 말은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은 어떤 결과나 나오던지 승복할 수 있다는 위대한 진리를 보여준다. 줄리와 줄리아가 스스로를 온전히 믿고 나아가는 과정은 앞에서 말 했듯이 분명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고통을 조금 줄여주는, 다시 말해서 스스로를 믿게 해 주는 강한 원동력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조언, 세상의 관심, 아주 조금씩 보이는 발전, 칭찬이다.

누군가, 허무맹랑한 일이라도 진심으로 하고 싶다고 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을 다 해 격려해주자. 고학력 - 대기업 이 정형화된 루트가 된 세상에서 그런 꿈을 지키려면 아주 많은 사람들의 핀잔을 들어야 할 것이 뻔할 텐데, 쌩판 남들의 핀잔으로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휘둘리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의 그녀들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들처럼 빛날 수 있기를!


줄리 & 줄리아
감독 노라 에프런 (2009 / 미국)
출연 에이미 아담스, 메릴 스트립, 제인 린치, 스탠리 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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