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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내가 보던 TV에는 보통 사람 이상의 능력을 가진 영웅들이 많이 등장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눈에서 광선을 쏘는 슈퍼맨, 최신 과학으로 무장한 무기들을 자유자재로 쓰는 배트맨, 간혹 뽀빠이처럼 시금치를 먹어야 한다는 제한조건이 있더라도 그들이 보여주는 초인적 능력은 나를 환상의 세계로 데려다 주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숟가락을 구부리는 정도의 시시한 초능력도 쉽게 믿지 않는 깐깐한 어른이 되었지만 불과 십 년도 채 안된 시간 안에는 초인들의 활약을 보면서 ‘세상에는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신기한 일들이 많이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서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만약 나의
일상 속으로 그런 사람이 들어온다면, 게다가 내가 그 사람과 함께 무엇인가를 같이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문 1면에 칼럼을 기제하는 인기 기자
로페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기사를 쓰기 위해서라는 다분히
계산적인 이유로 나다니엘(제이미 폭스)을 만난다. 줄리어드 음대를 나온 노숙자에게 보내는 그의 시선은 흥미로 가득 차 있지만,
사람 만나는 것이 일인 신문 기자답게 나다니엘을 비즈니스 상대로만 생각한다. 서로 얻을
것만 얻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그에게 아이처럼 맹목적인 사랑을 보내는 나다니엘은 거북한 존재일 뿐이다.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쓰는 세속인과 시궁창에서 잠을 자면서도 베토벤을 생각하는 천재는 그 간격만큼 서로를 특별한
대상으로 인식한다. 로페즈에게 나다니엘은 음악에 대한 재능을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선택 받은 인간이고, 나다니엘에게 로페즈는 그의 유일한 친구이며 구원자다. 이 둘이 서로에
대한 환상을 깨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현실에 안착하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지만 슈퍼맨의 타이즈가 촌스럽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듯이
불안정한 마음을 가진 천재와 평범한 관계를 맺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
천재들을 만나는 건은 언제나 흥분되는 일이다. 그 흥분은 크게 세 가지의 범주를 보이는데, 그들이 보여주는 능력에 매료되는 것이 첫 번째. 세상과 쉽게 섞이지
못하는 그들의 처지에 동정을 느끼는 것이 두 번째. 마지막으로 그들과 관계를 맺는 범인(凡人)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 나의 감상은 마무리가 된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첫 번째와 두 번째에 힘을 주는 것에 반해 영화 <솔로이스트>는 마지막 요소에 초점을 맞추었다. 물론 결말은 뻔하지만, 멋진 배우 두 명이 만들어가는 관계 형성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는 지금까지 천재를 다룬 영화
중에서도 대접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A 똑똑한 감독과 배우들이 만든 잘 짜여진 이야기(민)
Synopsis...
매일 특종을 쫓으며 삶에 지쳐가는 LA 타임즈 기자 로페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느 날 우연히 길 한복판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나다니엘(제이미
폭스)과 마주친다. 로페즈는 나다니엘이 줄리어드 음대 출신의
천재 음악가이지만 현재는 혼란스러운 정신 분열로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를 기사화 하기 위해 만나던 로페즈는 점차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Story
of ...
세계 최고의
음악가들을 양성하는 곳. 줄리아드 학교.
뉴욕시 맨하탄의
링컨 공연센터에 위치해 있는 줄리아드 학교(The Juilliard School)는 1905년 뉴욕 공립학교의 음악교육 담당자인 프랭크 댐로쉬씨에 의해 음악예술연구원(Institute of Musical Art)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오늘날
줄리아드는 음악학과, 무용학과와 드라마학과, 재즈학 연구소, 그리고 대학진학 예비학교와 대학원 과정 등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고 공연예술학교(performing arts conservatory) 중 하나이다. 1905년
개교 이래 줄리아드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로 넘쳐났으며, 졸업생들은 예술계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2007년 줄리아드는 2,311명 지원자
중 6.45% 인 149명에게 합격 통지서를 보낼 정도로
입학 경쟁률은 매우 치열하다. 세계 각국의 유학생들 중 거의 100명
정도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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