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들을 맨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90년대 말에는 지금처럼 초등학교가 주 5일제로 정착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토요일에도 학교를 다녀 온 나는
출발 비디오여행 따위의 오락 프로를 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무슨 프로그램을 봤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패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면 거짓말 같겠지만 그냥 그날따라 기분이 별로 안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괜시히 동생들이 거슬리고, 짜증을 냈으니.

물론 내가 동생들을 괴롭힌게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날따라 이상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늘상 그렇듯이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고, 일요일 아침에 일어난 나는
살면서 두번째로 보는(첫번째는 누구나 그렇듯이 코피다.) 흥건한 피를 발견했다. 물론, 내 팬티에서

그 이후로도 그들과의 만난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남들은 매달 예고를 하고 찾아온다지만, 나한테는 어쩜 그리 한 마디도 안하고 불쑥 찾아오는지
대학교 졸업할 때가 될 때 까지도 그들이 언제 올지 감이 안 잡힌다. 

ㅅ으로 시작하는 병원에 가도, 몸에 좋다는 한약을 먹어도 매달 한번씩 그들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고
때로는 한달에 두번씩도 찾아오는 바람에 특히 여름에는 나를 매우매우 곤란하게 했지.

그래도 아프지는 않았다. 그냥 약간 거슬렸을 뿐.

그러던 내가, 언젠가 부터 그들이 찾아올 때마다 무너지기 시작했다.

2008년 9월, 배탈이 난 줄 알고 수업중에 뛰어 들어간 화장실에서 쓰러고, 청소부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학교 양호실로 옮겨가고, 난생 처음으로 응급차를 타고, 링거를 맞고, 종합병원의 엄청난 진료비에 놀랐다.(응급실 이용료가 10만원이 넘었다 세상에!)
그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그랬던 건지, 오래간만에 만나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홍건적의 습격에 무참하게 무너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만만하게 볼 놈들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홍건적을 무찌를 방법은 없었다
약을 먹어도, 생활 습관을 바꿔 봐도 그 고통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참다 못해 병원을 찾아 가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는데,
대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기나 한 것일까? 그럼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아파한다는 건데 그건 아니지 않은가?

결론은. 
해결 불가능

가장 최근에 찾아온 그들은 나에게 친구의 졸업식에 가는 중에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게다가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산통을 호소하는 여인네마냥 끙끙대는 바람에 여러 선배 어머님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더랬지 
어쩔 수 없댄다. 그냥 참는 수 밖에,
실제로 극신한 통증이 생기고 나서 4시간 정도만 앓으면 사라진다.

애기 낳으면 좀 나아진다고들 하는데,
언제 낳냐고요! 

'나의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지도 퍼즐 다 맞췄어요!  (0) 2011.02.11
배구경기 어때?  (0) 2010.03.12
CGV VIP가 되셨군요!  (2) 2010.02.07
WELCOME TO INSIDE! 한국의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합니다  (0) 2010.02.01
생일 자축 포스팅팅팅!  (0) 2010.01.2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