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회 대한민국 발레 축제 홍보영상


대한민국 발레 축제가 개막한지 반이나 지나서야 첫 공연을 보러 갔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와, 언제든지 좌석이 남아있는 소극장 공연 덕분이었겠지. 


내가 본 공연은 

와이즈 발레단의 <외계에서 온 발레리노> 

최지연 발레단의 <out of the box>

였다. 


장당 2만원의 가격에 각각 30분 짜리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점도 있었지만

한국 무용, 힙합, 발레, 탭댄스가 섞인 <외계에서 온 발레리노>와 모던 발레로 꽉 채워진 <out of the box>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다양성이 더 큰 장점이었다. 


1. 

점점 공연을 볼 수록, 무용수들을 보는 눈이 생기는 것 같다. 

무용수들의 신체 비율이라던지, 감정 표현능력, 머리 꼭대기부터 발 끝까지 이어지는 선의 움직임을 보는 눈이 생기고 있다. 

그 예로, 예전에는 4인 이상이 안무를 출 때 가운데에 있는 사람만 바라봤다면, 지금은 그 중에서 가장 표현력이 좋은 무용수를 찾아서 지긋이(…) 쳐다본다는 점. 


2. 

역시 난 모던이 좋다. 

무표정한 얼굴, 흑백의 대비, 살색과 흰색,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단조로운 의상도 너무 좋다. 

모던 댄스를 추는 무용수들은 마치 인간이 아니라 정령이나, 무기질같은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 같아서 더 좋다. 


3. 

<최지연 발레단>에 관심이 가는 무용수가 있는데..

팬카페나 관련 사이트를 찾아보려 하니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정보가 없어서야..


4, 

발레댄서들의 신체는 굉장히 아름답다…라고 글을 쓰면서도 뭐랄까…에록틱한 점이 하나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아릅답다'는 말은 몸매가 '예쁘다'거나 '날씬하다'거나 '좋다'고 말하는 그 너머에 있는 것 같다. 

 만약 댄서들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거나, 일반인들처럼 거리를 걸어다니고 차를 마시고 밥을 먹을 때에는 '아름답다'는 표현을 쓰기 힘들지만, 

그들이 움직이고 춤을 출 때는 '아름답다'는 단어 이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내 표현력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명에 반사되는 먼지조차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공연이 가진 힘이라고 할 수 있겠지.


5. 

<외계에서 온 발레리노>공연 전에 약간 일찍 자리에 들어간 나는 공연 관계자에게 사진을 찍혀 버렸다…

공연 내용 중에 '지구에는 이런 미녀들이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거기에 들어갈 미녀 중에 한명으로…

빈말이었겠지만, 예쁘셔서요…라는 관계자의 꼬드김에 그냥 넘어가 버렸다..

내 얼굴따위 이리저리 쓰일 일도 없는데, 공연의 재미를 위해서라면야


6. 

발레가 코믹이 될 수 있겠지.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발레가 진지할 수 만은 없겠지.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래도 나는 진지하고 고전적이고 청아하고 처연하고 역동적이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숨조차 고르게 쉬게 만드는 

칼날같은 아름다움이 좋다. 


# 무료로 나눠 준 가이드북과 텅 빈 공연장.



7. 

대학생 발레 갈라는 총 4개 대학교(강원대, 성균관대, 세종대, 한예종)의 대학생들이 8개 작품의 주된 부분을 야외에서 무료로 공연했다. 

대학생이라고는 해도, 현역으로 가도 될 만큼 뛰어난 실력이었고(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무료로 발레를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뜻깊은 자리였다. 

이제 막 발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막내 동생을 불러서 같이 봤는데, 동생한테는 이 날이 처음으로 발레를 실제로 본 날이었다고..


발레는 고비용의 극장 예술이다. 

좋은 무용수 한 명을 키우기 까지의 비용도 많이 들지만, 무대장치, 의상, 조명, 안무, 음악 등 발레를 이루는 모든 요소에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다. 

발레 공연의 가격이 높은 것이 불합리하다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격을 저렴하게 해서 대중성을 높이는 노력들이 일 년에 한 달 남짓 있는 축제기간 말고도 여러번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건 과한 바람일까.


실제로 나도 내 돈으로 공연을 보러 다닌게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고나서의 일이니…어렷을 때 부터 문학과 예술을 보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특히나 요즘처럼 인스턴트 글과 음악이 난무하는 시대에는


8. 

발레를 배우기 가장 좋은 나이는 만 7세이고, 아무리 늦어도 만 10세 이전에는 발레를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요즘 발레리노의 평균 키는 182~3 / 발레리나는 168~9라고 한다. 그것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아무래도 신체를 중점적으로 보는 무용이다보니 이런 외적인 것들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그럼 어렸을 때 부터 발레를 시작했지만 키가 작은 무용수들은? 아마도 모던이나 재즈같은 다른 장르의 댄스로 영역을 변경하지 않을까…

아닌 군무에 섞이지 않을 정도로 확고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던가..


9. 

발레 갈라쇼의 좋은 점은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매번 '나 공연봤어! 완전 좋았어! 최고 ㅠㅠㅠ'

라고 말로만 전하던 사실을 사진과 함께 친구들과 나눌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그랑 파드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발레리나의 예각이 얼마나 눈부신지 등등을 말로는 설명하기 힘드니까.

그런 의미에서 야외 공연 사진 투척! 하고 이번 포스팅은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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