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가이드북
국내도서
저자 : 루이자 피트 오닐(Louisa Peat O’Neil) / 정연희역
출판 : 소수 201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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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햇수로 4년이 넘어가는 여행의 기억을 끄집어 내서 책을 쓰겠다는 건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유여행을 가는 동생과 캄보디아를 가기 전에, 앙코르와트에 대한 정보나 좀 얻을까 싶어서 들어갔던 회사 도서실이다. 여행 섹션에는 직장인들의 염원을 담은 여행 서적이 여러 개 꽂혀 있었는데 그 중에서 연두색 표지에 단순한 제목을 가진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촌스럽잖아..연두색이라니)

역설적이지만,여행이 가지는 자유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실제로 완벽하게 자유로운 여행은 굉장히 어렵다. 특히나 나 같은 직장인한테는 여행 끝나고 돌아와서 해야 할 일들이나, 여행 중에 시차를 무시하고 울려대는 전화벨과 업무 관련 문자들 덕분에 서울과 기온이 40도 가량 차이나는 캄보디아에서도 나의 집과 직업을 잊지 않고 계속 상기하며 다닐 수 밖에 없다.
입사하고 첫 휴가때는 이 느낌이 상당히 불편했다. 정말 급한 연락만 가려서 회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금까지 뚝뚝 기사에게 교통비를 흥정 하고 나서 확인하는 상반기 매출 결산 자료 요청을 보면 이게 여행인지 출장인지 분간이 안 가더라. 난 여행을 온거지 도피를 온건 아니라는 마음을 먹고 나니 어느 정도 혼란스러움은 정리가 되었다. 여행은 다른 차원으로 온 것이 아니라 같은 현실세계에서 다른 곳으로 잠깐 다름 삶을 살러 온 거라고 생각하기로 헀다. 나 또한 여행중인 누군가에게 연락해서 얼토당토 않은 요청을 했던 적이 있었을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여행답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나 나름의 방법으로 1) 혼자 여행 가지 않는다. 2) 여행 경험이 얼마 없는 사람과 같이 간다. 를 세우고 아일랜드는 조나와, 2013년 세부는 엄마와 같이 갔었다. 

그런데..음..뭔가 부족했다. 여전히 그 옛날의 자유로움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핸드폰을 편의점에 충전 맡겨 놓고 볼일을 보러 다니는 느낌이었다. 일을 마치면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가서 핸드폰을 찾아야겠지. 아무리 돌아다녀서 사지지 않는 이 찜찜함.

여행으로 먹고 살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여행중에 순수해 질 수가 없는데 여행경험으로 먹고 사는 여행 작가들은 어떻게 프로페셔널 하면서도 '순수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책 제목으로 미루어 보아 저자의 의도는 '프로페셔널'에 맞춰 있는 것 같지만 난 '순수하게'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까 아래 요약문은 '순수하게'를 위한 내용만 적겠다. 
이번 여행에서 책이 가르쳐주는 대로 순수하게 느끼고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얼마만큼 잘 나타났는지는 모르겠다.

매일 여행하는 것처럼 행동해라. 출근할 때 다른 길로 가라. 빗속에서 2마일을 걸어봐라.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민속음식점에서 먹어봐라. 주유소 대신 술집에서 길을 물어봐라. 식사 시간이나 다른 일상적인 일에 변화를 주어라. 점원, 거리의 악사, 버스 운전사에게 말을 걸어봐라. 날마다 무슨 일을 했는지 기록으로 남겨라. 마주치고 만날 때마다 교훈을 얻어라.

1.
여행 중에 메모할 때는 감각을 정리해 쓰라고 나는 가르친다. 눈먼 것처럼 써보라고 한다. 다른 감각도 활용하라고 한다.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사람에게는 시각화 훈련을 시킨다. 어떤 에피소드에 대해 명확한 시각을 갖게 한 뒤에 글로 쓰게 하는 것이다. 강의를 할 때는 동사를 중심으로 작문 연습을 시키면서, 상태나 태도를 나타내는 동사에서 느껴지는 분석적인 거리감을, 동작과 소리를 보여주는 동사에서 전해지는 힘을 깨닫게 한다. 
13p

2. 
나는 갈 곳이 있어서가 아니라 떠나기 위해서 여행한다. 여행하기 위해서 여행한다. 이동한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 여행하면서 당신은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그리나? 외교대사, 선교사, 학생, 아니면 관찰자로? 여행이 당신을 변화 시켰나? 변화를 기대하나? 아마 당신은 몹시 여행하고 싶겠지만, 시작하려면, 여행기 같은 구실이 필요할 수도 있다. 
17p

3. 
일지 내용도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경험에 집중되었다. 또한 상상속의 접점들을 기록했는데, 이는 역사를 테마로 한 여행기의 중요한 요소이며, 여기서 작가의 생각과 역사적 사실이 섞이면서 글이 생기를 띠고 현재성을 얻는다. ......물론 그 날 일지에 다른 내용도 더 많이 쓸 수 있었지만 그곳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마음은 의문으로 가득했다. 책을 읽거나 뭔가를 찾아 여행하면 나처럼 경험을 되새길 시간이 필요해진다. 그날 저녁 나는, 로마에 살면서 체르베테리를 여러 번 찾아간 친구와 그 큰 묘지에 대해 얘기했다. 대화 중 필요한 부분을 받아 적고 떠오르는 생각과 의문점을 기록했다. 
이렇게 하면 여행일지는 현장에 대한 기록 그 이상이 된다. 체르베테리에 대한 내 일지에는, 방문했을 때 문득 들었던 엉뚱한 의문, 나 자신과의 대화, 경비원이나 관련 지식이 있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표지판과 가이드북에서 옮긴 내용, 참고할 책 제목들이 포함되었다. 현장에 있을 때 되도록 많은 것을 기록하고 묘사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라.
101p

4. 
여행기는 가장 오래 된 논픽션 양식의 하나다. 인류에게 목소리가 생긴 이래로 사람들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기록을 위해서든 즐거움을 위해서든 여행기를 쓴 역사는 분명 인류가 글을 쓰기 시작한 초기부터 시작되었다. ....... 여행기는 정보를 전달하고 열정적인 묘사로써 독자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모든 여행 작가들이 하는 일 한 가지는, 독자에게 전하기 위해서 메모한 것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 경험한 그대로 표현하는 동작 동사를 써야 한다. 흥미를 못느끼는 수동적인 독자도 몰두하게 하는 단어가 필요하다. 보여준다는 것은 행동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행동 그 자체를 보여주는 목소리와 동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를 되새기며 마음속에서 장면을 상상하고 소리와 맛과 냄새와 본 것을 단어로 그려라. 독자의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목표에 가까워진 것이다. 
좋은 글은 설명하거나 묘사하기보다 독자의 마음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창조하고 동작을 보여주는 동사를 쓸 때 탄생한다. 
여행기의 전체 윤곽을 고민하는 방법 하나는, 영화촬영과 비교하는 것이다. 영화 촬영 용어를 사용한다면, 구성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독자의 주의를 끌 만한 강한 미끼를 던져서 앞머리를 감각적으로 시작해라. 클로즈업을 하거나 인물을 흐리게 처리해서 독자를 여행지로 데려가라. 특수효과를 사용해서 작가의 목소리를 서술 속에 담아 시점을 확립하고 호기심을 유도해라. 역사, 지리, 사실적 배경은 롱 숏으로 처리해라. 풍경과 일상생활을 보여주기 위해, 시야를 넓게 잡는 촬영 기법을 섞어라. 클로즈업을 더 많이 활용해 인물과의 상호작용을 보여주고, 독자를 여행지로 향하게 해라. 자잘한 이야기는 독자의 시각적 상상력과 감각을 일깨운다. 결말은 앞서 기술한 일화나 장면, 상황을 언급하면서 마무리한다. 
120p~122p

5. 
진짜 여행기는 당신의 여행에 관한 것이 아니다. 장소와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장소, 역사, 당신이 마주친 사람들에 대한 테마를 알리는 리드 문장을 지어라. 
리드 문장은 이야기에 성격을 부여한다. 처음이 산뜻하게 읽히면 나머지도 그럴 것이다. 리드 문장이 생각나면 글머리에 써넣고, 전체를 다시 훓으면서 리드 문장과 어울리도록 다듬거나 관련 사항을 첨가해, 내적구성을 개선해라. 본문이나 끝 부분에 리드 문장을 연상하게 하는 문장을 한두 개 보태면 글의 힘이 살아날 것이다. 리드 문장의 표현이나 구두점을 바꿔봐라. 리드 문장을 두 문장으로 나누어 봐라. 간결하고 정곡을 찌를 수 있게 해라. 단어와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시도해라. 
리드 문장을 발견하는 한 가지 방법은 내용 전체를 소리내어 읽거나 누군가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확실한 리드 문장이 어딘가에 숨어있기에, 마음을 열고 주의를 기울이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당신이 받은 인상을 도발적인 질문 혹은 진술로 압축하거나 여행 경험을 요약하는 한두 문장이 될 것이다.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알짜 정보나 특이한 사람에 대한 묘사, 시간의 한 장면, 장소에 대한 일반적인 격언일 수도 있다. 
136p

6. 
글머리 이후 최초의 두세 문단은 여행자이자 작가인 당신이 갔던 곳을 독자가 보고 경험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독자를 데려가는 문단은 글이 다루는 장소가 어디인지 말해주고, 지리적 특징이나 주변 경관이 가득한 풍경의 파노라마를 보여주며, 독자가 그곳을 제대로 이해하게끔 계절과 기후를 논한다. 
127p

7. 
글머리로 독자를 사로잡았다면, 이어서 치밀하게 문단을 구성해 분위기, 속도, 냄새, 소리 등 물리적인 것을 전한다. 이 문단들에는 글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단서도 들어 있어야 한다. 독자를 여행지에 데려다 놓은 다음엔 내용과 시각적 묘사의 범위를 좁힌다. 경험을 스케치하는 시각적 자료를 선행하고 몇 가지 사실들을 섞어라. 
130p

8. 
결말에서는 글머리의 요소를 차용하거나 글의 전개 도중에 제기된 의문을 해결할 수 있다. 글에 포함된 구체적인 요소들과 전혀 다르게 처리할 수도 있다. 결말 부분이 분위기를 바꾸고 정서적 혹은 시각적 종결을 이루어야, 글을 마무리하는 목표가 달성된다. 
132p

9. 
구조를 확실히 이해하고 나면 규칙을 약간 변경해 일화의 길이를 늘이거나 줄여도 좋다. 개인적인 추억에 잠기거나 스타일을 실험해볼 수도 있다. 일화, 만남, 사실적 배경, 클로즈업, 롱 숏, 역사적인 사항, 플래시백 등을 어떻게 활용하고 조직하는가는 개인적인 선택과 스타일에 달렸음을 기억해라. 노련한 작가라면 글의 초입에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에 해당하는 중요한 사항을 다 넣는다. 

10. 
작가적 존재감이 있고 구조가 좋은 여행기는 '나'를 쓰지 않고도 작가의 관점에서 사건과 인상을 표현할 수 있다. 독자 데려가기, 클로즈업, 사람들과의 만남, 역사, 지리 등 많은 영화적인 요소들이 개입되기에 작가의 목소리는 어법, 경향, 어휘, 문장의 완급으로 전달된다. 작가의 '나'는 독자를 여행지로 데려간 후 등장한다. 내가 왜 갔는가 혹은 내가 무엇을 찾으러 갔는가 등 여행목적을 알려주는 말을 한다. 그런 다음 다시 배경으로 돌아가서 무대 중앙을 그곳과 그곳 사람들에게 내어준다. 
작가 혹은 누군가가 왜 거기에 갔는지 설명하면 독자도 같은 곳으로 가고 싶은 이유가 생겨서 계속 흥미를 갖는다. 독자가 작가에게 동일시할 수 있는 확실한 동기를 부여하고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라. 독자가 당신에게 유대감을 느끼고 적어도 당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되기를 당신은 바랄것이다. 힘든 모험에 대해 쓰더라도 당신의 개성과 지성을 독자에게 전하면 그들 또한 당신이 지금 말하고 있는 스릴, 분편함, 호기심, 방향 상실감을 느끼며 탄자니아나 투바에 있다고 생까할 것이다. 
작가의 존재감이 글의 초점은 아니지만, 작가의 관점을 용의주도하게 제시하면 이야기의 흐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작가가 배우로서 등장하면 글의 구조는 더욱 튼튼해진다. 
여행 이야기를 친구에게 어떻게 말할지 생각해라. 당신은 여행자로서 역할을 맡았다. 당신에게 뭔가가 일어나고 당신은 매일의 삶에 참여한다. 친구에게 여행 이야기를 시작할 때, 잠시 묘사하고 곧 일화를 늘어놓거나 장소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 놓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글로 쓰면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알려주기 위해 선택된 사진들과 그곳에 대한 배경 지식과 풍경, 이야기의 배경 사이에 긴장감이 생긴다. 개인적인 일화를 어떻게 풀어놓는지가, 어떤 일이 일어났더라는 식의 자기 독백적인 글이 될지, 아니면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여행기가 될 지를 결정한다. 
135p

11. 
관찰한 것을 사실 정보와 버무려서 보여줘라. 풍경이 어떤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제스처를 쓰는지, 그곳 사람들에 대해 당신이 관찰한 것은 무엇인지 보여줘라. 글은 건물이나 공허한 풍경이 아니라 그곳 사람들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137p

12.
사실을 전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라. 비유와 은유를 개발해라. 색다른 비교가 그럴싸한 형용사의 나열보다 더 자극적일 수 있다.
201

13.
여행기를 쓸 때 여행의 기쁨을 잊지 마라. 당신은 여행을 좋아하고 한 장소와 그곳 사람들이 뿜어내는 마력을 볼 줄 아는 수많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여행하는 것처럼 행동해라. 출근할 때 다른 길로 가라. 빗속에서 2마일을 걸어봐라.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민속음식점에서 먹어봐라. 주유소 대신 술집에서 길을 물어봐라. 식사 시간이나 다른 일상적인 일에 변화를 주어라. 점원, 거리의 악사, 버스 운전사에게 말을 걸어봐라. 날마다 무슨 일을 했는지 기록으로 남겨라. 마주치고 만날 때마다 교훈을 얻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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