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 시절, BBC에서 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무슨...바다생물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는데 그때 당시의 어린 눈으로 봐도 정말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 만큼 훌륭했지
물론 그때는 구성이나 짜임따위는 무시하고 CG로 표현한 고대 바다생물의 모습에만 눈이 휘둥그레 했겠지만;
다들 알다시피 BBC는 영국의 공영방송으로, 영국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및 다큐멘터리의 퀄리티로 명성이 자자하다.
 여기서는 다큐멘터리를 다루고하 하기보다는 BBC가 영국인들을 위해 자체 방송 및 저작물을 어떻게, 얼마나 개방하는지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더불어서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인 KBS와의 비교도 빠질 수 없겠지
 우리 엄마는 사람을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아는'것과 비교하는건 다르고말고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썼으니 혹시라도 KBS관계자분들(or 그분들의 일가친척들)은 분노하지 마시길


저작권에 관련한 문제가 최근에 이슈가 된 우리나라와는 달리 몇몇 나라에서는 저작권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win-win이 되도록 배려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어왔다. 저작물의 사용범위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공공차원에서 이용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한 해외 공영방송의 사례를 제시하여 공공차원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열린 정보 제공

애슐리 하이필드(Ashley Highfield) BBC이사는 2007418일 프랑스 칸트에서 열린 MIPTV에서 ‘배포하느냐, 죽느냐(Distribute or die)’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했다. 속속 등장하는 각종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BBC 콘텐츠를 공급함으로써, 세상 사람들이 굳이 TV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미디어 단말기로 BBC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하지 못한다면, BBC는 소멸하고 말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소신을 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BBC의 전략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상당부분 성공적인 결과를 보인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인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드와 iplayer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1.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드 (http://www.bbc.co.uk/creativearchive)

 20054 13, 영국의 런던에서는 BBC와 채널 4, 그리고 영국 영화 진흥원 British Film Institute과 개방 대학 The Open University 등 이렇게 4 단체가 모여 이번 공공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개시를 선포하였다.[1]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란, BBC 2003년에 처음 제안하여 주도하고 있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로, 모든 영국 국민들이 공적 서비스 개념의 시청각 자료들을 비상업적인 목적의 경우에 한하여 자신의 용도와 창작 활동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특히 이 자료들은 디지털화 되어서 인터넷을 통해 쉽게 다운로드하고 저장, 편집, 공유하거나 2차 저작물을 제작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어 다양한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이한 접근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 아카이브는 BBC가 “지적 재산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시민들의 접근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공공 자료를 설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 라이센스가 참조한 라이센스 모델도 공공 정보 영역(Public Domain)에 대한 순수 옹호 논리나 배타적 판권 소유 보호 논리에서 그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미국의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the Creative Commons 시스템이다.

이용자들은 먼저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 라이센스가 제시하는 조건에 동의하여야만 제공된 자료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그 조건들로는 1. 비상업적 목적에 한하여 활용할 것, 2. 자신의 창작물도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브 라이센스가 정하는 조건 하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도록 공개할 것, 3. 활용한 자료의 원저작권자를 표시할 것, 4. 정치적 선전이나 비방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지 말 것, 5. 영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음 등 이렇게 5가지이다.

 

2.     BBC iPlayer (http://www.bbc.co.uk/iplayer)

BBC iPlayer는 영국 공영방송사인 BBC에서 최신 7일간 방송되었던 콘텐츠를 모아 다운로드 및 인터넷에서 시청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이다. 다운로드 서비스는 iPod, PS3등 다양한 장비에서 사용 가능하다. TV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BBC iPlayer에 접속해서 영국에 대한 유용한 정보와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최적의 도구이다

2007년 7월에 런칭되어 2009년 상반기까지 2 5천 편의 동영상을 시청했으며 평균 2,022분을 소비했다고 한다.  유저의 92%는 다운로드 보다 스트리밍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올림픽 기간에는 iPlayer가 전체 영국 인터넷 트래픽의 20%를 차지했다고 하니, 이쯤 되면 영국 내에서 독보적인 미디어로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iPlayer가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된 데는 닥터 후 등 영국 내 인기 콘텐츠의 안정적 제공에 그 이유가 있다.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iPlayer는 런칭 다시부터 인터넷뿐 아니라 게임콘솔, 모바일등으로 배포하기 위해 UX를 단순화시키고 기반 기술을 최적화하였다.  최근 Mac PC에도 iPlayer 이용이 가능하다고 발표하였고 인터넷TV 서비스로 확장하기 위해 개방형 표준 플랫폼으로 변신하기 위한 일명 Canvas 프로젝트를 출범 시켰다빠르게 변하는 시장상황을 파악하여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기술을 향상시킨 것이 성공비결인 셈이다.

 

위에 제시한 두 개의 서비스 외에도 BBC는 공영방송으로서 그 의무를 다하려는 듯이 사용자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BBC자체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영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양질의 콘텐트를 제공해왔기 때문에 사용자층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은 상태이다.

 

한국의 공영방송인 KBS의 상황

같은 공영방송이지만 우리나라의 KBS BBC와 다른 입장에 취해있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수신료로 대표되는 재정적인 부분이다. BBC는 수신료를 통한 안정적인 재정기반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이용자를 고객으로 인식하여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거나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내셔널 지오그래피 등)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KBS의 경우, 주요 수입원인 수신료가 지난 29년간 물가의 상승에 관계 없이 2500원으로 고정이기 때문에, 이것 만으로는 BBC가 제공하는 정도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부터 KBS는 계속 수신료를 올리려는 시도를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반대로 인해 항상 실패로 끝났다. KBS가 수신료를 올리려는 이유는 앞으로 점점 상업화 되어가는 다매체 유료방송시대에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정작 국민들이 낸 시청료를 재원으로 삼는 KBS 영상물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분히 KBS의 이기적인 주장으로 비추어 졌기 때문이다.

수신료는 전기료에 합산되어 청구되며, 실제로 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집에도 수신료가 가산된 전기료가 청구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전기료와 동일하게 취급을 받고 있다. 이처럼 수신료는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국민에게 빠짐없이 징수하면서, 공익성을 근거로 내세워서 SBS, MBC와 함께 NHN, 다음과 저작권 보호 협약을 맺어서 이용자의 이용을 제한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S콘텐츠 또한 네티즌이 마음대로 배포하면 즉시 삭제되고 드라마 영상클립 몇 개를 이용해서 UCC를 만드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시청료를 재원으로 하면서 공익성을 이유로 정보통신부에 전파사용료를 내지 않으면서도, 저작권은 보호받고 있는 상황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KBS는 시청자에게 수신료라는 이름의 정보이용대가를 지불 받고도 그들에게 올바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KBS의 수신료 인상주장은 항상 저작권과 관련된 이슈 앞에서 가로막혀왔다. 딜레마는 언제나,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려면 그에 걸맞은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재정적인 지원을 얻을 곳은 시청자인데, 시청자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신료 인상을 거부하는 현재의 상황이다.

 

KBS의 근본적인 문제점 -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욕심

현재 공영방송인 KBS의 경영구조 악화로 수입에서 광고의 비중이 높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게다가 축소되고 있는 광고시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 토론 프로그램을 버릴 수 없는 KBS의 입장상 수신료 인상이 틀렸다고만 할 수도 없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수신료가 약간 정도 인상되더라도 공영방송으로서의 취지를 잃지 않고, 점점 상업화가 되어가고 있는 각종 미디어매체들 가운데에서 공익의 목소리를 내 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또한, KBS는 현재 발행되고 있는 매체들 중에서(신문과 인터넷 미디어 포함) 가장 공공적인 성격인 강한 TV의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시청자들이 문제로 삼는 것은 KBS의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그에 뒷받침 하지 못하는 서비스의 제공, 즉 저작권에 관련한 KBS의 입장이다. 현재 대표적인 지상파 SBS, MBC KBS의 서비스 제공은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 이런 배경에서 수신료는 경영상의 이유로 받고, 저작권은 당연한 권리니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어찌 보면 민영방송과 공영방송의 이점만을 취하려는 얕은 수에 불과하다. BBC만큼의 열린 서비스 제공은 아니더라도 국민의 도움으로 만들어간 방송인 만큼 그 이용에 있어서 국민에게 열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한 순리라고 생각한다.  

 

BBC에서 배우자

현재 나온 저작권법의 개정안으로서는 지금까지 제공되었던 KBS의 열린 서비스마저도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다시보기서비스조차 유료로 운영되고 있는 상태에서 저작권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현재 각종 p2p사이트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 다시보기는 물론 사진 및 영상물의 패러디까지 금지될 것이다.

KBS가 저작권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 원 저작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이로 인해 양질의 콘텐트가 생산될 수 있다는 주장 또한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BBC는 그 목적을 다른 방식으로 얻으려고 하였다. 현재 크리에이티브 아카이드와 iplayer는 모두 BBC내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로서, 원본의 이용이나 재생산이 모두 저작자가 감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일어날 수 있도록 제시함으로써 마치 놀이터를 제공하여 감시할 수 있게 하되 그 안에서는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배려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앞에서 말한 배포하느냐, 죽느냐라는 제목과도 일맥상통한다. 디지털화된 시대에서 배포되고 확산되는 미디어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차라리 이를 인지하고, 저작권을 보호하는 틀 안에서 창조와 재생산을 최대한으로 허용함으로써 시청자의 표현의 자유와 공영방송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킨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저작권의 개념

 복제가 간편하고 그에 따른 한계비용이 없으며, 비 배타적이며,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개방된 디지털 시대의 정보는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고수해 오던 재화의 개념과는 다르다. 디지털 정보의 속성에 의해 무한 복제와 편집은 불가피하다. 어느 정도 저작권을 보호하는 선에서 제한 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까지 손 쉽게 알아내는 한국의 인터넷 상황이라면 약간의 빈틈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디지털시대의 정보 또한 다른 방식으로 다루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복제는 새로운 시장과 문화의 가능성을 낳는다. 편집자들은 원본을 재료 삼아 가공하고 변형하고 복제하면서 더 나은 창작물을 만들 수도, 또 다른 시장 대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더불어서 BBC의 사례처럼 저작자와 이용자의 경계를 어느 정도 조정하기만 한다면 저작자에게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도 매우 높다.

KBS수신료라는 전통적인 시대의 이익창출 방안에 매달리고 있을 때에, 바뀐 시대에 적응한 매체들은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고 있다.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인식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항상 새로운 미디어 시대를 열었던 공영방송 KBS가 이번에도 그 능력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참고자료

아이뉴스 24 2007 9 6

시민일보 2009 7 14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제 21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제 11

저작권을 둘러싼 쟁점들-copyright? copywrong! (문화사회연구소, 2009)



[1] 2009년 현재 Teachers TV, Museum & Library Archive, ITN Sourced 3개 단체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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