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커타에서 머물렀던 방은 한 눈에 반할 만큼 예뻤다.
방의 구조는 아주 단순했다. 오른쪽 벽 면에는 작은 화장대와 의자가, 왼쪽 벽 면에는 일 인용 침대가 붙어 있었다. 그 두개의 벽 사이에는 내가 누워서 몸을 한번 뒤집을 정도의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침대에 누웠을 때 내 발이 놓이는 위치에 있는 작은 창문이었다. 창문 너머로 숙소 바로 앞에 있던 도로가 보였는데, 침대에 가만히 걸터 앉아 있기만 해도 거리에서 들려 오는 소음과 캘커타의 햇살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에나 나오는 것 같은 작고 아담한 옥탑방이었다. 방에 있을 때 나는 소설책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옥탑방처럼 생겨서 좋아했던 숙소는 옥탑방처럼 더웠다. 바람 한 조각 들어오기 힘든 작은 창문에서 탈출해 숙소 앞 벤치에 앉아 라씨 한 잔을 먹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다가왔다.
'꽃 사세요 꽃'
얼핏 보기에도 누군가의 정원에서 꺾어 온 것 같은 장미꽃을 들고 있었다.
'아니 나는 꽃이 필요 없는데'
'꽃 사세요 꽃'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는 아이가 안쓰러워서 꽃을 사려고 하는 찰나에 갑자기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졌다.
'여기 이리 서봐, 꽃 사기 전에 사진 한 번만 찍자'
'와아아!'
그때까지 한 명이던 장미꽃 팔이 소녀가 어디서 불러왔는지 언니와 동생, 엄마까지 불러 와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아이의 목소리에 달려 온 엄마는 스무살도 채 안 되어 보였다.
카메라 앞에 서려고 웅성거리는 아이들 때문에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그 모습을 하나도 놓치기 싫었던 나는 내 작은 카메라를 연신 눌러댔다. 하나, 둘, 셀 도 없이 마구잡이로 셔터를 눌렀는데 어쩜 그렇게 망친 사진 없이 다 잘 나왔을까. 심지어 눈을 깜박인 사진조차 없었다.
순식간에 멋진 사진을 얻고 나자 슬슬 꽃 가격이 궁금해졌다. 안 그래도 이 아이들, 꽃 가격은 말 하지 않고 계속 사달라고만 했었다. 사실 꽃 가격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것이 한 눈에 봐도 길 가에 있는 꽃을 꺾어와 놓고서는 가격을 매긴다는게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둘 다 참 애매한 일이다.
잠깐의 고민 끝에 마침 옆에 있는 볶음밥 집에서 볶음밥 두 개를 주문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양이 엄청나게 많은 가게라 하나만 시켰어도 어린애 셋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두 개를 달라고 한다.
'그래, 그래, 남겨서 가지고 가지고 간다 이거지?'
볶음밥을 빛의 속도로 먹더니 나에게 왔을 때 처럼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도 거기서 장미꽃을 팔고 있는거니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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