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커타에 도착한 .

동네 지리를 익힐 요량으로 카메라도 없이 주머니에 버스비 꼬깃 집에 넣고서 아무 목적 없이 걷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어딘가로 우루루 몰려 가고 있었다. 연기가 나는 쪽으로 사람들이 가는 것을 보아 불이 같기는 한데 이상하게 구경꾼이 너무 많이 몰린다.

 

얼떨결에 무리에 휩쓸려 화재 현장으로 보니 10층은 되어 보이는 주상 복합 호텔이 까맣게 숯이 되어 있었다. 밖으로 보이는 불이 없는 것을 보아 화재가 어느 정도 진압된 상태였지만 아직도 내부에서는 연기가 나는 데다가 스무 남짓 되는 생존자들이 7층과 9 발코니에 모여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재로 인해 출입구는 봉쇄되었기 때문에 발코니를 통해 나가는 밖에 없었는데, 건물 구조상 소방 사다리가 사람들이 있는 까지 닿을 없었다.

 

소방수들이 소방 사다리를 3 정도에 놓고 위로는 소방 대원이 올라가서 사람을 내려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소방대원 대신 빨간 난닝구를 입은 청년이 기둥을 이리 저리 넘어 다니면서 밧줄을 설치하고 있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그의 행동에 따라 함성을 질렀다가 박수를 쳤다가 한숨을 쉬었다가. 아무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응원했다. 우리의 슈퍼 히어로는 그냥 시민인 같았는데 평소 나무 타기에 소질이 있었는지 떨어지면 사망은 몰라도 군데 부러지는 것은 분명한 높이에서 기둥, 기둥 폴짝폴짝 뛰어 다녔다.

 

화재라고는 초등학교 시절, 동네 도서관의 작은 창고가 나는 밖에 봤던 나는 - 게다가 불은 소화기로 간단하게 제압 되었다 - 생전 처음으로 사람에게는 인명 피해를, 건물에는 최소 3 간은 원상 복귀가 불가능한 화재를 보았다.

 

화재가 날은 사진기를 가지고 나갔기 때문에 위에 있는 사진들은 전부 다음날 찍은 것들이다. 방송국 리포터의 모습도 보이고, 보든 신문이 1면에서 화재 기사를 다루고 있었다. 신문을 보고 사실이지만 화재가 건물이 굉장히 유명했었나 보다. 빨간 난닝구 사나이의 기사도 길게 나와 있었는데 명의 구조를 도와 뒤에 구조 작업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집으로 갔다고 한다. 변변한 인터뷰 기사 하나 남기지 않고 난닝구 바람으로 왔던 모습 그대로 돌아가는 뒷모습이 어땠지 상상해 보니 웃음이 난다.

 

역시, 빨간 난닝구를 입었을 때부터 알아 보았다. 그는 그렇게 사라질 것이라는 .


0123


(화재 다음 날 기자들이 몰려 온 모습. 모든 신문의 일면에 화재 관련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