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대신 마음을 여는 공감 글쓰기
국내도서>인문
저자 : 이강룡
출판 : 뿌리와이파리 201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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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도서관은 새로운 책이 들어오면 도서관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책꽂이에 꽂아 놓는다. 그래서 도서관으로 드나들 때마다 이번 주에는 무슨 책이 들어 왔는지 쉽게 있다. 책꽂이는 크게 개가 나란히 있는데 주로 전문적인 서적이 꽂혀 있는 왼쪽 책꽂이보다는 오른쪽 책꽂이에 자동적으로 시선이 꽂힌다.

 

제목이 이상 야리꾸리 하길래 집어 책이지만, 내용이 쉽고, 최근 내가 관심있어 하는 글쓰기에 대한 팁을 얻을 있을까 해서 골라 봤다.

 

그래서 결과는 어떠냐고?

 

맛깔 나고 개성 있는 글쓰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도움을 받을 있을 것이다.

글은 술술 읽히는데, 글은 삐걱대면서 읽히는 걸까?

위트 있으면서 주장을 정확히 전달하는 글을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 준다.

 

방대한 예는 자칫 해당 파트의 주제를 잃어버리게 하기도 하지만 항상 주제를 머릿 속에 넣어두고 읽는다면 분명 책을 덮고 뒤에는 나도 당장 이렇게 글을 써야지! 하면서 키보드 앞으로 달려가고 싶어질 거다. 그래도 역시 배우는 것이랑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는 뼈아픈 진실을 알게 되지만 세상에 때부터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하는 오기로 덤벼보자.

제 1교시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자 - 닫힌 표현과 열린 표현


 

결론을 미리 정하고 그에 맞는 자료를 짜깁기하거나 전체 맥락과 상관없이 부분만 잘라 편집하는 쓰는 사람이 결코 취해서는 태도입니다. 전체 맥락을 고려하고 객관적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며 가치판단에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독자가 올바른 판단을 스스로 내릴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독자에게 판단을 맡깁시다.

 

오늘 전철역에서 싸이코를 만났다. (저자의 주장이 들어가 있는 닫힌 표현. 독자의 상상력을 막는다)

vs

2010 4 5 3호선 종로 3 역에서 파란색 스판 바지 위에 빨간색 빤쓰를 입은 중년 남자를 보았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열린 표현. 공감을 얻을 있다)

 

영어사전에서 공감에 해당하는 단어 sympathy 찾아보면 이런 설명이 나옵니다.

  • 공감, 동감, 호감, 공명, 찬성
  • (취미/성격/의견 따위의) 일치
  • 동정(), 인정, 연민 ( -> 유의어: pity)

 

독자가 어떻게 판단하든 그건 독자의 몫이지 저자가 관여할 영역이 아니다. 뭔가 설득하고자 한다면 독자도 그렇게 판단할 있게끔 정황 증거를 충분히 제공하자. 설명하려 하지 말고 보여주기만 하자.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도 이와 같은 말이 나온다.

저자는 때때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고 한다.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상황을 독자에게 설명하고 싶기 때문이라는데, 방법은 잘못 것이다.

 

오늘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vs

집에 오는 길에 '명륜 미용원'이라고 써진 간판 하나가 바람에 뜯겨지는 것을 봤다.

비교 봐도 있는 사실이다.

 

독자를 가르치려 들거나, 모든 것을 독자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작가의 태도는 어찌 보면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나아가 독자를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말 처럼 쉽게 안 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이랄까. 이렇게 구구절절히 늘어 놓는 식의 서술은 글이 길어지게 하고 독자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하니까 조심 또 조심!

 

2교시

사람을 움직이면 세상이 움직인다. - 구체성과 보편성


 

1교시에 배운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 보편적인 정서를 이끌어 있습니다. 슬프다고 쓰지 말고 슬픔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훌륭한 사진 하나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문자라는 수단이 없으니 장면으로 정서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좋은 사진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아주 좋은 글쓰기 연습입니다.

 

구체적으로 수록 보편성은 높아집니다. 세상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세요. 그러면 세상이 움직입니다.



구체적인 일상 사례로 시작하여 보다 개념을 말하는 것은 내가 바로 어제 과외를 하면서도 썼던 방법이다.

 

친구가 여드름을 짜는 모습을 네가 봤다고 하자. 그런 너도 마치 여드름이 아픈 것처럼 느끼겠지? 이게 감정이입이야.

낯선 개념이나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데에 이만한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마는..

 

3교시

안에 있다. - 부분과 전체




3교시 주제는 맥락입니다. 맥락이란 여러 대상이 관계를 맺는 방식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글의 전체 분위기입니다. 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글의 맥락을 알아야 하고, 부분들은 전체 구조와 긴밀하게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달리 말해 일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저자는 독자가 전체 분위기, 맥락을 파악할 있도록 특정한 대상 자체보다 대상이 주변 정황에 어떻게 놓여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글쓰기에서 대비되는 대상의 상태를 보여주면 극적인 효과를 얻을 있습니다. 제가 요새 보고 있는 만화 <유리가면>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요. 아무런 배경이 없는 상태에서 무섭게 성장하는 마야와 유명 배우인 부모님의 전적인 후원을 받으면서 고급 연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유미의 대립 구조는 결국 그 둘을 모두 성장 시키는 동시에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 넣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마야라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이야기의 장치지요.


 구체적인 일부 정황을 보여주며 자신의 의도를 넌지시 드러내면 독자는 스스로 판단하여 전체 글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고 맥락을 잡습니다. 그리고 다른 부분들까지도 열심히 읽으며 일관성을 파악합니다. 유기적 연결 관계를 이해하면 읽는 보람과 독해의 뿌듯함까지 경험합니다. 저자와 독자는 하나가 됩니다.


 

4교시

기부는 수능이 아니라 검정고시다. - 개념 재규정



대상을 견주었는지 스스로 가늠할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비교 대상은 반드시 공통점을 갖고 있거나 비슷한 규모를 띠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범주라고 합니다. 공통 전제가 없으면 차이도 무의미해요. 처음처럼과 참이슬의 차이는 소주라는 공통점을 전제합니다. 대상의 차이를 아우르는 공통 전제가 범주입니다.

 

범주 원칙을 충실히 따르는 사람은 열린 표현을 자연스레 구사합니다.

상식을 뒤집고 - 인생은 피자다

대상의 차이를 보여주며 - 마야와 아유미

대상의 유사성을 보여주고 - 초가집이 동어 반복이듯 알라신도 틀린 표현이다.

말의 순서를 바꾸고 - 특별한 날에 와인을 따는 것이 아니라 와인을 따는 것이 특별한 날이다.

범주 원리를 지켰는지 확인하라 - 아이를 혼낼 때는 엄마는 직구로, 아빠는 커브로.


글을 더 맛깔나게 하는 장치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문장 단위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스토리 텔링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요. 사실 다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좋은 글들이 이렇게 쓰이니까요. 백날 천날 보는 것 보다는 한번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을 주는군요...

 

5교시

인생은 피자다 - 예시와 비유


 

판단근거를 충실히 제공하려면 정황 증거가 필요합니다. 예시와 비유는 정황 증거를 제시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구체적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객관성을 획득하는 방법을 예시라 하고, 유사한 특징을 지닌 다른 대상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객관성을 얻는 방법을 비유라 합니다. 생생한 예시를 들어 독자를 납득시킬 있다면 구태여 비유까지 까닭이 없습니다.

 

예시를 때는 남에게 일어난 보다는 자기에게 일어난 일이 가장 좋고, 가능하면 과거형, 확정형으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나에게 일어난 일이 조금 빈약하고 볼품없어 보일 지라도 진짜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지요.



제가 가장 자주 범하는 실수를 집어 주었습니다. 저 항상 예시보다는 비유를 자주 썼으며, 비유도 내가 실제로 겪은 것이 아니라 TV, 신문, 드라마에서 얻은 간접 지식을 이용한 것이 대부분이었어요. 가령 쿠바의 비냘레스에서 내가 메모지에 적어 놓았던 구절

 

쿠바의 햇살은 눈을 멀게 정도로 강해서 때로는 풀잎사귀에 맺힌 이슬에 반사된 햇볕이 레이저처럼 눈을 찌른다.

 

보면 있습니다. 나는 레이저로 눈을 쏘인 적도 없는데, 그냥 햇살이 너무 강렬했고, 이슬에 눈이 부셨다는 것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위와 같은 표현을 썼습니다. 구절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깊게 생각하지 않고 쉬운 길로 가기 위해 진부하고 재미없는 표현을 썼다는 사실에 대해서 스스로 반성을 하게 만드는군요.

 

6교시

흙이 마르면 물을 주세요 - 독자 눈높이에 맞추기


 

문장을 써놓고 독자가 되어 자기가 한번 삐딱하게 보세요. 그리고 썩소를 날리며 이렇게 말하세요. '그래서 어쩌라고?' 이걸 객관화라고 합니다. 저자 관점이 아니라 냉소적인 독자 관점에서 자신이 문장을 사정없이 까보십시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계속 되물으면 근거가 어디에 와야 하고, 중간 요약은 어떻게 하며 최종 결론은 어떤 식으로 내려야 밑그림이 나와요.



 

7교시

돌려막기 인생에 돌려차기를 날리다. - 글감 찾기와 개요 짜기


 

구체적인 , 쉬운 , 현실적인 , 사소한 , 평범한 것에 글감은 숨어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을 수록 오히려 좋아요. 구체적일수록 보편성을 드러낸다고 했잖아요.

 

글감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찾으십시오.

경험 > 대화 > 미디어 > 독서 > 상상

왼쪽으로 수록 현실성이 높습니다. 설득력도 세죠. 독서와 상상이 우선순위에서 밀렸지요? 미게 중요합니다. 눈앞에 놓인 사태로 먼저 승부를 거는 열린 표현의 방식이거든요.

 

개요를 때는 브랜드 이름이나 고유명사를 적어두는 좋아요. 그래야 현장감이 살아요. 필요하면 글을 완성하고나서 퇴고하면서 고치면 되니까 지금은 그냥 두세요.



 

보충수업

소극적 제안과 적극적 제안


 

같은 뜻을 지닌 표현이라면 이왕이면 쉽고 깔끔하게 표현하는 낫습니다.

짧게 쓰세요. 어떤 구절이나 글자를 줄이거나 빼도 뜻이 변치 않는다면 빼는 맞습니다. 문장의 힘을 돋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서술어를 간략하게 쓰는 겁니다.

비가 내리고 있다 -> 비가 내린다.

질문하고 싶습니다 -> ~ 궁금합니다 (질문 내용 바로 )

희망하고 있습니다 -> 바랍니다.

 

복수형도 가급적이면 쓰지 마세요

여성들의 -> 여성의

우리들의 -> 우리의

 

저마다의, 모두의, 스스로가, 서로가 (X)

저마다, 모두, 스스로, 서로 (O)

 

서로가 보살펴 주면서 -> 서로 보살펴 주면서

 

쓸데없는 표현을 빼버리고 나서 객관적으로 고치세요. 그러면 독자의 판단 수준이 높아집니다. 우리나라 대신 대한민국. 전년 동기비 말고 2009 3/4분기에 비해서. 객관성을 해치는 쓸데없는 수식을 줄이세요. 객관적으로 바꾸었다면 이왕이면 쉽게 표현하세요.

 

화재발생시에는

불이 나면

 

자기가 글을 펼쳐놓고 수동형을 능동형으로 바꾸기만 해도 문장의 품격이 달라 집니다.

예상됩니다

예상합니다.

 

된다 같은 무책임한 표현보다는 아니다 같은 분명한 표현이 낫다.

그건 검찰에서 조사할 사항은 된다 -> 아니다.

 

아무튼, 어쨌든, 좌우지간

같은 무책임한 표현 또한 논설문에서는 금지!

 

문장 속에 주어와 서술어가 같이 있는 문장이 포함돼 있으면 절을 앞으로 먼저 꺼내야 한다.

나는 호찬이가 방송에 출연한 것을 보았다.

호찬이가 방송에 출연한 것을 나는 보았다.

 

쓰는 사람으로서 좋은 평판을 얻는 방법은 좋은 글을 쓴다. 하나 , 번째 원칙을 반드시 지킨다. 좋은 글은 객관적 정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 자기 말에 책임지는 , 고정관념을 뒤집어 나은 것을 제안하고자 하는 ,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적절한 예와 비유를 드는 글이다.



 

여행을 끝내고, 기억을 문자로 정리하려고 하는 , 이상하게 머릿속에서는 팔딱거리던 기억이 타자기를 두드리기만 하면 늘어져 버리는 것이다. 이걸 어쩌나 싶어서 해결책을 찾는 도중에 발견한 책이다.

 

내가 이렇게 공감에 매달리게 되는 이유는 아니다.

 

대학교에 들어오면서 부터 일기를 쓰고 있는데(물론 일기가 아니라 거의 월기 수준이지만...) 일기를 보면서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느끼는 기분도 공감의 종류라고 생각한다.

 

현재 내가 쓰고 있는 모든 글이 미래의 나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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